디자인에 눈 떠 혁신 가미 서울아산병원
1월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설립, 글로벌 디자인컨설팅기업 CEO 초청
2013.10.22 20:00 댓글쓰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일찍이 주요 임직원들에게 패션쇼를 보러 다니라고 주문할 만큼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기술력’ 확보에 만족하지 않고 신경영 철학 핵심으로 ‘디자인’을 내세운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의 아이폰과 디자인을 두고 소송을 벌이는 세계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의 저력에 이 같은 디자인이 있었듯이 명실상부 국내 병원계를 대표하고 최고 의료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원장 박성욱) 역시 ‘디자인’에 눈뜨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월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10월9일 글로벌 디자인컨설팅 기업 IDEO의 팀 브라운(Tim Brown) 최고경영자를 초청했다.[사진]

 

서울아산병원이 ‘디자인’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위기의식에서다.

 

현재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성형외과 교수는 “기업이든 사람이든 변화를 준비하는 것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하듯, 병원 역시 지금 모습 그대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디자인’이라는 미래를 위한 변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 도입 디자인=인간을 중심에 둔 사고(Thinking)"

 

또한 그는 ‘디자인을 병원에 접목시킨다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질문에 “디자인을 외관적으로 보이는 형태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인간을 중심에 둔 사고(Thinking)”라고 설명했다.

 

물건을 만들 때 보기 좋게 만드는 것 말고도 고객을 위해 편리성, 경제성 등을 고려하듯 병원도 철저히 환자 중심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접근이다.

 

홍 교수와 함께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공동소장으로 초빙된 김재학 소장 역시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기능하냐의 문제다’라는 말처럼 디자인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특히 병원은 인간의 생명, 존엄성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보다도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병원에 디자인적 사고가 결합된 대표적인 예로는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직원 및 환자들의 동선을 관찰하고, 커텐 손잡이 등에 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위치를 변경하거나 재질을 바꾸는 것이다.

 

이외에도 간호사 교대 절차를 시간이 단축되도록 개선하고, 퇴원 절차를 고객 불편을 감안해 변경하는 일 등이 모두 병원에 디자인적 사고를 입힌 사례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분석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 이제는 인간중심의 디자인을 통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 같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고객경험이 좋아지면 치료성과는 물론 매출도 향상된다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의 시·공간 넘어서는 인간중심 디자인 서비스 제공”

 

이번에 병원을 방문한 IDEO 역시 여러 산업분야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의 20%가 의료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디자인 개념을 병원에 도입하는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가 내건 목표는 ‘삶의 전반을 고려한 인간 중심의 스퀘어(공간) 디자인’이다.

 

김 소장은 “삶의 전반이란 뜻은 환자가 아파서 치료를 받을 동안만이 아닌, 아프기 이전부터 치료를 받은 이후로까지 시간적 개념을 확장하고, 병원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병원으로 이동 중인 공간과 집에 돌아간 후까지 공간적 개념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 역시 “병원은 단순히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들이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놀이공원에서 단지 10여분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2시간 넘게 줄을 서고서도 만족을 하듯, 병원 역시 디자인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시켜 환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병원 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향후에는 시간과 공간이 넓혀진 범위에서 서비스 개선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라는 부서 개념을 넘어 서울아산병원의 전사적인 혁신 역량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김 소장은 “혁신이란 것은 부서 몇 명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DNA가 바뀌어야 되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 외부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단기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팀 브라운 역시 조직 DNA가 바뀌는데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서울아산병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가치를 찾고, 이를 브랜드로 활성화할 것을 독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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