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서울의료원 환자안심병원 '순항'
환자들 '아직까지는 만족도 높아'
2013.04.19 18:32 댓글쓰기

간병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면서 서울특별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원’이 지난 1월 17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 간병인 및 가족 간병이 필요 없는,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원’인 ‘환자안심병원’은 당초 지난해 12월 시범운행 계획이었으나 올 1월로 연기됐다. 서울시가 ‘건강 서울 36.5 정책’에서 밝힌 “간병이 주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고, 무료 간병서비스로 시민들 부담을 덜어주는 공공병원의 선진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가 세상에 공개된 순간이었다. 현재 환자안심병원은 얼마만큼 잘 운영되고 있으며, 환자 및 보호자들은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까. 이에 데일리메디가 서울의료원 환자안심병원의 운영 현황을 분석하고, 환자들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간병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원은 전체 623병상 중 90개 병상을 1월 17일, 1차 오픈 당시 먼저 가동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지난 3월 4일 180병상을 모두 오픈하면서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환자안심병원은 간호와 간병이 함께 가는 새로운 모델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판단 하에 서울시장, 복지건강실장, 서울의료원장 등 전문가들이 지난해 3월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총 5차례의 자문단 회의를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5명, 자원봉사자 +α 등 총 173명과 연간 36억원의 예산으로 의사 판정에 따라 간병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간병서비스 이용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시행 약 2달이 지난 3월 15일 현재 인력, 예산, 입원 환자수 등 환자안심병원의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서울시가 발표한 것처럼 대부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병원보조원, 사회복지사 인력은 모두 정원을 채운 상태였고, +α인 자원봉사자 역시 50명과 함께 ‘엄마손 전문 자원봉사단’을 꾸리며 지난 3월14일 발대식을 마쳤다. 이 50명의 인원은 모두 환자안심병원만을 위한 인력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호사 144명 중, 환자안심병원에 배치된 간호사는 아직 약 80%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4일 2차 오픈에 대비해 신규 간호 인력을 트레이닝 중이었으나 아직 투입 전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인력 배치 마무리 단계고 병실도 거의 만실 상태"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인력수급 현황은 기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완전한 모습을 갖춰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 3월 15일 환자안심병원에 입원한 정확한 환자 수는 집계된 데이터가 없었지만 서울의료원 측은 “180병상이 거의 만실이라고 보면 된다. 예약환자를 기다리는 약간의 공실을 제외하고는 2~3명의 대기자가 꾸준히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주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자안심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어느 정도 만족 하고 있을까. 입원 환자 및 보호자 몇 명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으며 10점 만점에 평균 8점의 후한 점수를 줬다.


입원 전 간병인이 직업이었다는 뇌졸중 환자 A씨는 “간호사들이 아주 친절하다”고 운을 떼며 “남한테 몸을 맡기고 싶지는 않아 목욕은 스스로 한다. 병원 전체적으로 보면 70~80% 만족한다. 보편적으로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A씨 보호자는 약간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는 “보호자들이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편의점이 있으나 물건 종류가 병원 규모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병원이 외곽에 있으니 물품 구입에 약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환자 B씨 역시 만족감을 피력했다. B씨는 “마치 자식들같이 잘해줘 불편한 점이 없다”며 “지나치게 잘해줘 오히려 미안할 정도”라고 표현했다.


B씨 보호자는 “간호사들이 무조건적으로 ‘하지 말라’고 규제를 두지 않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위의 환자들을 지켜보니, 노인환자 호스를 갈아주는 데, 그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몇 명이 와서 안마를 해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시트를 갈아주는데 감동했다. 간병인보다 더 잘 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만족한 병원의 풍경은 이러했다. 간호사 대부분은 스테이션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있거나 위생 가운을 입고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다. 5~6명의 간호사들이 각 병실을 돌며 마치 회진을 하듯 모든 환자들의 간병실태를 조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걱정 없이 휴게소에서 자유롭게 과일을 깎아먹기도 했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환자안심병원에는 경증부터 중증 환자 모두가 입원해있었으나, 보호자들의 얼굴에는 간병으로 지친 표정보다는 조금은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환자안심병원은 일반 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한산하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24시간 간병의 부담에서 해방된 보호자들은 자유롭게 생활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아픈 가족을 들여다보면 됐고, 환자들은 옆 병상의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 몸무게를 재본다던가, 주로 간호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춘천에서 왔다는 환자 C씨는 “지인을 통해 환자안심병원을 알게 됐다. 아픈 입장에서는 사실 보호자가 없는 것이 가장 걱정인데, 간호사들이 24시간 돌봐주니 그러한 걱정을 덜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젊은 간호사들이 대소변을 다 받아주고, 욕창이 생길까봐 몸을 뒤집어주며 심지어는 소화까지 시켜준다”며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입원해도 괜찮을 정도다. 이런 시스템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좋겠고, 주위 사람에게 환자안심병원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의료원 이인덕 간호부장은 “일반 보호자들이 간호행위를 담당했을 때는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라며 “환자안심병동은 전문 간호사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돌보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결과적으로 표준간호시간도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인덕 간호부장은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간병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많아 인력 확보에 차질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나 기숙사 지원, 보조인력 추가 도입 등의 개선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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