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 절도 뒤엔 온정 가득해요'
2011.03.03 03:20 댓글쓰기
국군간호사관학교 입학식에 온 학부모들은 딸이 퍼레이드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딸이 실수해 기합 받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들이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의 훈육을 담당하는 ‘생도대장’이란 단어를 들으면 얼마나 긴장할까? ‘생도대장’이란 단어는 날카롭고 엄격한 B사감의 이미지를 연상시켜 절로 긴장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생도대장실의 문을 열고 심현옥 대령[사진]을 만나는 순간,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 학부모들이 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너그러운 인상에 푸근한 심성이 절로 느껴지는 심현옥 대령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청춘을 품는 생도들의 어머니, 대한민국 국군사관학교 생도대장 심현옥 대령을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편집자주]

사랑의 가치 아는 간호장교 길러 내고 싶다

“내 교육원칙은 우리 생도들이 자신의 삶을 두고 추구할 가치를 찾게 돕는 것이다.”

교육원칙을 물으면 규율ㆍ협동ㆍ기강에 집중한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의 교육방침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생도들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기회를 자주 마련한다고 했다. 간호장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는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심 대령만의 철학이다.

심현옥 대령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간호장교는 사고 과정이 틀에 박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에 정해진 틀이 존재하지 않아야 다양한 환자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대령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랑과 통찰력을 갖춰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간호사로서의 직업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군인다운 겉모습 보다 간호장교 내면의 그릇을 키워내는데 집중하는 심현옥 대령다운 답변이다.

그는 “간호장교들은 군인이기 때문에 각진 목소리와 절도 있는 자세로 표현될지 몰라도 그 내면이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면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령이 강조하는 사랑의 가치는 직업적 정체성이나 만족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심현옥 대령은 “다른 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돈과 시간, 열정을 쏟아 붓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러나 나는 간호장교로서 내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 많다”라며 “그럴 때마다 간호장교라는 직업을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어 뿌듯하다. 내 후배들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대장 심현옥

"생도대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생도들이 군대에서도 다양한 개성을 꽃 피우고, 그것을 서로 수용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심현옥 대령은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군대에 적응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심 대령은 “조직은 똑같은 사람들만 가득할 때 침체된다고 생각한다. 정원에 다양한 꽃이 피어야 아름다운 것처럼, 군대도 개성 넘치는 군인들이 있을 때 더 발전하고 강해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군대라는 집단에서 심현옥 대령만큼 생도들의 가치관과 인성에 집중하는 지도자가 몇이나 있을까 싶다.

문득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대장인 그를 가장 슬프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심현옥 대령은 “자식 같은 생도들이 엄격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퇴교 결정을 할 때”라고 답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홀로 떨어져 빈틈없는 규율을 몸에 익히고 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걸 알지만, 퇴교하는 생도들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고 거듭 말했다.

심현옥 대령은 “그들은 인생의 경험이 적어 좁은 시야에서 퇴교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이 조직 안에서 더 클 가능성이 보이는데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생도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정은 본인의 몫.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퇴교 고민을 하는 생도를 불러 ‘인생의 가치를 찾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해·전쟁에 즉각 대응하는 효율적인 군간호 시스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재해·전시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게 군대이다. 따라서 재해대비·국가전쟁을 대비한 재해간호 교육에도 군간호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이다”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존재 이유와 비전을 묻는 말에 답하는 심현옥 대령의 눈빛이 사랑과 직업 정신을 강조하던 때와 사뭇 달라졌다. 26년을 군인으로 살아온 자부심과 현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육체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까.

“재해·전시 상황이 닥치면 민간병원은 병원 경영을 포기할지도 모르지만, 국군간호사관학교는 그 순간을 대비해 이미 여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군간호사관학교는 현재 다양한 재난대비 간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간호사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한 재해간호교육과정과 미국 응급간호사회가 개발한 전문 외상간호 교육과정(TNCC: Trauma Nursing Core Course), 생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군진간호훈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급간호교육과정으로 시작한 재해간호교육과정은 ‘재해와 재난을 대비한 간호교육과정이 필요하지만, 민간병원에선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대한간호협회의 부탁을 받아 시작됐다.

심 대령은 이를 두고 이익보다 국민의 안전에 우선 가치를 두고, 시스템에 유연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군간호시스템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 국군간호사관학교가 연 4회 진행하는 외상간호교육과정은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작했다. 지난 13일 개최한 제2회 외상간호과정에선 간호장교 13명이 미국 응급간호사회가 인증하는 TNCC provider 자격을 획득한 바 있다.

심현옥 대령은 “체계적인 훈련과 효율적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간호장교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도 민간 간호사와 비교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심 대령은 해외파병을 예로 들며 “해외파병 모집을 시작하는 시기에 해당 국가는 불안정한 전쟁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해외 파병을 지원하는 간호장교는 매번 모집 인원을 초과한다”면서 “해외 파병을 통해 간호장교들이 습득한 현장경험도 소중한 정보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을 통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중증외상 환자를 접하거나, 응급상황에서 유연한 시스템이 무엇인가 고민했던 현장 경험도 훈련만큼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심현옥 대령은 국방전문의학원을 의식한 듯, 간호사관학교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상황 대비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사 집단도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군의관의 단기 근무는 시스템 상 당연하게 벌어질 일이다. 군의관이 징집제가 아니라 모병제라면 단번에 해결되는 문제”라며 “처우를 개선해 장기 군의관을 다수 확보하거나, 의사들이 국군병원에서 근무하려 서로 경쟁할 정도의 처우라면 우리나라 군 의료체계는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현옥 대령은 1985년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 및 소위 임관을 거쳐 1994년 연세대간호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수도병원 외과간호처장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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