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병원과 간호사 증원 '미묘'
2010.02.16 02:02 댓글쓰기
보호자 없는 병원이 내달부터 2차 시범사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사업 진행의 관건이 될 인력 구성 문제를 두고 관련 단체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병인의 비율을 늘려 사업을 실시하는 게 우선이라는 노동계 주장에 간호계는 간호인력 확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보호자 없는 병원의 필요성을 알려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간호사와 간병인의 고용 비율을 1:2로 하는 한국형 모델 정립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상적인 사업 모델은 미국, 일본 사례와 같이 간호인력만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현하는 것이지만 급격한 재정부담 및 간호사 충원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단기 실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이주호 정책위원장은 "연간 간호면허 취득자가 1만2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간 퇴직자가 없고, 신규간호사가 전원 취직해도 사업 전면실시까지 12년이 소요된다"면서 장기적으로 간호인력 확충을 모색하되 단기적으로는 간병인 비율을 늘리는 절충적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간호계는 가장 중요한 사안은 간과한 채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이치"라며 "가장 근본이 되는 문제부터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이래가지고는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때문에 밀어붙이는 모양새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보건노조가 나서고 있으니까 우리 쪽에서 반대하지 않는 이상 굳이 따로 의견을 낼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판단이 든 것 아니겠냐"면서도 "아무래도 부족한 간호 인력을 간병인으로 때우려는 느낌은 있다"고 털어놨다.

시범사업을 관장하는 보건복지가족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의 본래 취지에 맞게 간병인 제도화에 중점을 둔다는 구상이다.

송재찬 보험정책과장은 "일자리 창출은 하나의 효과일뿐, 간병을 공식적인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는 게 가장 중요한 사업목적"이라며 "현재 조율을 위해 각 병원 간호부에도 자문을 구하고 있고, 간병서비스가 제도화되면 간호부에 감독이나 교육을 맡길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간호사와 간병인이 균형 있게 가야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직종간 갈등을 껴안고 넓은 관점에서 풀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면서 "향후 보건의료계에서 전체적 인력 개편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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