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지위 향상'… 여권(女權) 신장 '새 바람'
2010.01.01 22:25 댓글쓰기
의료인의 절반은 간호사로 봐도 무방하다. 올해로 탄생 100년이 된 ‘간호사’는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처럼 최일선에서 의사들과 함께 환자를 돌본다. 매년 1만2000여 명이 배출되고 있는 간호사들은 현재 25만명.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 사진)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권익 신장과 더불어 날로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 간호부,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명칭이 바뀌는 가하면, 병원에서는 독립된 부서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심지어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는 ‘간호부원장’, ‘간호처장’ 이란 직함이 속속 생겨나면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근대간호사 100주년을 맞아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간호사’들. 바야흐로 그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할 날이 머지 않았다.[편집자주].

간호의 사전적 의미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증진·회복하도록 돕는 전문적인 일을 말한다. 원래 우리말에는 ‘간호’가 없었다. 서양 의학이 도입된 이래 한국에서 활동하던 선교 간호사들이 한문을 이용해 용어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간호사를 뜻하는 명칭은 지난 100년간 몇 번의 변화를 겪었다. 1907년 대한의원에 간호부양성소가 설치된 후 ‘간호부(看護婦)’라고 불렸고 8·15광복 이후에는 ‘간호원(看護員)’이라고 하다가 198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간호사(看護師)’로 개명됐다.

‘며느리’, ‘아내’ 등 여성을 뜻하는 ‘부(婦)’를 ‘원(員)’으로 바꾸면서 어떤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 한 단계 높였다. 이후 ‘사(師)’를 취하면서 ‘사람의 모범이 돼 남을 이끄는 사람, 선생’의 뜻을 지니는 것으로 격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남녀 누구나 이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했다.

관련 법령은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제정 2006. 7. 7. 보건복지부령 제364호) 등이 있다. 명칭의 어감을 좋게 하고 성(性)의 벽을 허무는 데 ‘간호원’, ‘간호사’의 끝 음절 ‘원(員), 사(師)’가 큰 구실을 했다는 평이다.



더불어 간호사 지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간호계의 전언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전국 25만 간호사들이 의료기관에서 현재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중 남자 간호사는 500여명정도”라며 “간호부,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불리면서 더욱 전문직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서는 진료부원장, 진료부장 아래의 한 부서장으로 조직 체계를 갖는 간호부서가 원장 직속으로 개편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간호사 신분이 향상되고 있다.

‘부원장’, ‘국장’ 직함을 사용하는 병원 대부분이 원장 직속임을 감안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간호사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는 곧 의료기관 내에서 경영 및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다. 또한, 남성 중심인 타부서장들과 함께 인사·보수·복무 등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간호부원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간호부원장제를 도입했다. 세브란스가 새 병원을 완공하면서 조직이 대폭 커짐에 따른 조치였다.

간호사의 역량을 강화해 서비스 향상과 체계적인 간호 인력 관리 등으로 환자 만족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간호 부서를 책임과 권한, 자율성을 갖춘 독립부서로 개편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확대된 간호부서는 타 부서와 능동적으로 협력하고, 의사소통하고, 조정하면서 성공적인 조직체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07년말 독립부서로 의미를 갖는 간호부 이상의 부서는 전국 1100개 의료기관 중 342개(31.1%)로 조사됐으며, 2009년말 현재는 1211개 병원 중 426개( 35.2%)로 증가했다.

이는 2002년 798개 중 185개 병원(23.2%)이 독립부서로 조직됐을 때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간호원장’, ‘간호부원장’, ‘간호본부장’, ‘간호처장’, ‘간호(실)국장’이란 명칭이 2002년과 비교 했을 때, 새로 생겨난 이름이다. 또 간호부서를 ‘간호부’로 호칭하는 경우가 늘어났으며, 그동안 가장 흔히 일컬어왔던 ‘간호과’는 반대로 감소했다.

지방의료원 한 간호부장은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 위원으로 많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조직이 개편되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 져 환자 만족도 제고는 물론 간호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새 바람은 지금까지는 사립 의료기관에 국한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지방의료원으로까지 확산됐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청주의료원은 34개 지방의료원 중 유일하게 원장 직속 간호부로 지난해 8월 1일 승격됐다.

청주의료원 간호부장은 “병원이 어려운 시기였는데 간호부를 살려야 병원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병원장님의 확신에 따라 지방의료원 중에서 처음으로 간호과에서 부로 승격됐다”며 “그 후 정말 병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간호등급 향상으로 간호 인력이 늘어남으로써 병동과 외래 간호 서비스를 높일 수 있게 됐고 교육과 행정 관리가 잘 돼 환자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간호사들의 지위가 향상돼야 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간호사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출산제도 등 처우개선이 잘 이뤄져 유휴인력 없이 간호수급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경림 간협회장 일문일답]

Q : 간호사라는 명칭 전에 간호부, 간호원으로 불리어졌다. 위상 강화에 명칭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요.

A : 간호 100년 역사에는 명칭과 관련된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951년 간호부(看護婦)에서 간호원(看護員)으로, 1987년 간호원에서 간호사(看護師)로 변경된 것이지요. 명칭 변경은 단지 이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간호부라는 명칭이 간호 인력을 독립된 ‘의료인’으로서 바라보지 않았다면, 간호원이라는 명칭에는 간호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었습니다. 간호사로의 명칭 변경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단순한 호칭의 변경이 아니라 간호전문직의 직업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호의 전문화 추세와 간호의 기능, 역할의 확대, 간호학 교육수준의 향상 등을 담고 있지요.

"간호서비스 전문성과 효율성 높여야"

Q : 예전에 간호과 개념에서 최근 간호부 등 독립부서로서 지위가 많이 향상되고 있다. 간호사들이 지위 향상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하나요.

A : 우리는 얼마 전 ‘2009 간호정책주간 선포식’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한 간호 100년, 건강한 미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26만 간호사는 국민건강권을 옹호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간호의 선진화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간호사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그리고 26만 간호사가 건강한 대한민국 100년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국민들께 드린 것이지요.

Q : 간호원장 및 부원장, 처장, 이사 등 새로운 보직들이 생겨나고 있는 등 간호사 지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인력이고, 병원 내 직원 중 수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 경영의 성패가 간호서비스 수준과 간호사 인력관리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신뢰받는 의료기관을 만들려면 간호서비스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간호부서를 책임과 권한, 자율성을 갖춘 독립부서로 개편해나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때 원장 직속기구로써의 간호부서 개편은 보다 더 확대될 것입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