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구멍이 어디야?
2010.01.08 03:07 댓글쓰기
간호대 학생들이 간호 실습 때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주사 놓기와‘도뇨(導尿)’다. 도뇨란 요도에 소변 줄을 꼽아 소변을 빼내는 것으로 실제 병실에서 빈번하게 행해지는 간호 업무 중 하나. S병원 비뇨기과 간호사 김OO 씨가 도뇨시 일어났던 실수담을 보내왔다. 1인칭 시점으로 그녀의 실수담을 즐겨보자.

내가 근무하는 병동은 비뇨기과 병동이라 소변을 시원하게 못 봐 잔뇨량을 없애기 위해 도뇨하거나, 수술 전 방광을 비우기 위해 도뇨하는 경우가 흔하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도뇨 방법을 가르쳐주시며“ 간혹 여자 환자의 요도와 질을 헷갈려하는 간호사들이 있다”고 했을 때 친구랑 배꼽을 쥐고 웃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경험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도뇨라는게 워낙 받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민망한 과정이다. 실수 없이 후닥닥 한 번에 해치우려다 보니 더 실수를 하곤한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아래쪽에 요도와 질, 항문, 이렇게 구멍이 세 개다. 그중 요도와 질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위쪽에 있는 게 요도, 아래쪽에 있는 게 질이라서 찾기 쉬울 것 같은데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문제다. 대음순을 벌렸는데도 요도가 생각보다 잘 안 보여서 그냥 보이는 구멍에 넣었다가 질에 넣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요도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질인 줄 알고 괜히 아무것도 없는 위쪽에서 한참 헤맬 때도 있다.

학생 때 마네킹을 상대로 실습할 때는 실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한테 처음 시도하려니까 많이 떨렸었다. 선배 간호사가 처음으로 내게 혼자서 도뇨해보라고 한 날, 그만! 질에 넣어버리고만 것이다. 넣고 나서도 그 사실을 한 참 동안 몰랐다. 사실 요도 줄을 낀 다음에 바로 소변이 나오나 체크해보면 줄이 제대로 요도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는데, 너무 떨린 나머지 그 절차를 완전히 생략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선배 간호사에게 “이상하게 ○○○ 환자 분 계속 소변이 안 나오는데 소변 나오게 하는 약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는 멍청한 소리까지 했다. 선배는“그럴리가 없는데”하면서 확인했다.

역시나 내가 잘못 넣었던 것이다. 다행히 선배가“환자분? 요도 줄이 막혀서 소변이 잘 안 나와서요. 제가 금세 새 걸로 바꿔 드릴게요” 하고 잘넘겨주어서 환자가 눈치채지 않고 넘어갔지만 아마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때 그 일 이후 동기들은 모두 쉽게 하는데 나는 겁이 나서 한참을 고생했다. 물론 지금은 절대 그런 일 없이 ‘도뇨’ 하나만큼은 잘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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