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실습 먼저' 간호대 이색수업 현장
2009.11.13 22:02 댓글쓰기
지난 12일 오전 적십자간호대학 4층 간호시뮬레이션 실습실. 흰 가운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베드를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사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이들은 ‘건강과 간호 4’를 수강 중인 적십자간호대학 2학년 학생들이다.

해당 학생들은 매 수업 전 5분간 오럴테스트를 받고 자율실습에 돌입한다. 그날 주어진 과제를 예습해온 학생들은 저마다 답을 내온 해결책을 자유롭게 이야기한 후 실제 상황처럼 연습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교수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다음 각각의 아이디어에 맞는 답을 가르쳐준다. 정식 시뮬레이션 강의는 그제부터다.

“가슴이 아파요.”

교수의 지령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베드에 눕혀져 있는 환자 마네킹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에 돌입, 분주히 움직인다.

1패키지 4학점으로 토론과 실습, 핵심 강의를 병행할 수 있는 적십자간호대학의 수업 풍경이다. 수업 전용으로 별도 제작된 ‘건강과 간호-심환호 CLP 모듈’은 특화된 노하우를 담고 있어 외부 공개를 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우숙 교무처장은 “다른 간호대학에서는 보통 교수가 먼저 강의를 하면 따라 하기 실습을 하는 데 반해 학생들의 자율실습 비중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라며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고 귀띔했다.

3년제 전문학사제로 운영되고 있는 적십자간호대학은 2007년 83.8에서 2008년 90.3%, 올해 93.6%로 취업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입학 평균 경쟁률 또한 지난해 11.7%에서 올해 16.9%로 부쩍 높아졌다.

대한적십자사 운영으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재학생의 81%가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 한 대당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는 High-fidelity Manikins을 4대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교육시설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수업에서 만난 박재환(25) 학생은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중퇴하고 남자로서 쉽지 않은 간호의 길에 뛰어들기 위해 이곳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국제봉사기구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에 외국어 계열로 진학했지만 언어만 배워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간호학을 선택했다”며 “수업 방식 자체가 먼저 공부하고 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다양한 생각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대학을 나와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열(30) 학생은 한국의 의료관광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늦깎이 간호대학 입학을 택한 케이스다.

외국어 우대 전형으로 들어온 그는 “교육과정을 꼼꼼히 비교해본 후 진학을 결정했다”면서 “중국어를 활용해 의료관광 분야에서 전문 코디네이터로 일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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