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대한 입장차로 최근 6개 단체와 다른 길을 가게 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이 간호법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확대 위한 것 아니고 환자 위한 선택"
환자와 보건의료계 노동자를 위해 응당 필요한 법이라는 확신에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1일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우리의 목표는 노동자와 환자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법도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한 법이기에 지지하는 것이지 단순히 노조에 간호사가 많다거나 간부들이 간호사라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간호사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보든 보건의료 직종인력 양성과 배치, 전문성 향상, 처우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에 찬성한다”며 “타 직종 협회의 유사 요청이 있으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계 균열···간무협 등 6개 단체 보건의료단체협의회 탈퇴
보건의료노조가 이러한 간호법 지지 입장을 밝힌 이래 보건의료계 균열은 점차 커졌다.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가 8월 출범하고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동안 이달 보건의료노조가 속해있던 보건의료단체협의회에서 최근 6개 단체가 이탈했다. 협의회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규정된 보건의료인력 직종 단체와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단체다.
▲보건의료노조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안경사협회 ▲대한영양사협회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중 간호조무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에 이어 치과의사협회도 협의회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참여하는 새로운 보건의료단체협의회를 결성할 예정이다.
다만 나순자 위원장에 따르면 일부 협회들이 협의회 활동을 중단했지만 협회원들이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조무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 등이 포함돼 있어, 조합원 수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그 직종 협회들의 판단이니 존중하지만 그동안의 연대 경험과 성과를 외면한 건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방사선사 업무, 간호사 업무로 편입? 아니다”···‘구동존이’ 자세로 대화
간호법 반대 타 직종 단체들은 “간호사가 타 직종 업무를 침범하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초음파검사, X선 사용 검사는 방사선사의 고유업무이고, 생리기능검사는 임상병리사의 고유 업무인데도 이를 전문간호사 업무에 포함하려 한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업무, 응급구조사 업무도 간호사 업무에 넣으려 한다”는 주장이 그 예다.
이와 관련 나순자 위원장은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새롭게 확대한 것이 아니라, 간호업무 관련 내용을 기존 의료법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료법의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가져온 것이고, 전문간호사 업무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던 것 뿐인데 갑자기 왜 그러한 주장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그러면서도 나 위원장은 “아직까지 직종 간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맞다.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서도 업무범위 정리는 필요하다”며 “충돌하는 측면은 논의해서 풀어나가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 및 보건의료단체협의회는 직종별 직무 분석, 적정인력기준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와 의사협회·병원협회, 정부 등과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결별한 직종 단체들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자세로 서로 다른점을 인정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대화 자리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싸움을 넘어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삭감하려는 기획재정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협, 의협 등 의료계와도 과감하게 손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