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에 서운한 약사회·치협
'대표성 위임 받은적 없는데도 독단적 행위' 불만 누적
2014.04.16 12:00 댓글쓰기

 

 

당초 ‘의료영리화 반대’만큼은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보건의료계는 급격한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서울역 광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등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약사회, ‘의약품 택배 배송’ 등 의협 부적절한 발언 비판


대한약사회는 지난 2월 6일 성명서를 통해 “2차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만약 원격진료를 시행한다면 의약품의 택배 배송(의료기관 직접)을 허용해 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의협과 공조체제를 즉각 파기할 것을 선언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의료영리화 저지에 공조해왔으나, 더 이상 의협의 독단적인 행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의협과 약사회의 공조는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였다. ▲동일성분조제(대체조제) 장려금 제도 ▲약학정보원 환자정보 유출 사태 등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이 잇달아 발생했다.


약사회는 “약학정보원과 관련된 검찰 제보 당사자가 의협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때부터 의협과의 관계 재설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과거 의약분업까지 거론되면서 입장 차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약사회는 “팜파라치를 동원해 약국을 괴롭혔고, 청구 불일치사태 때 약사직능을 도적의 무리로 매도했다”며 “의협은 걸핏하면 의약분업을 파기할 궁리만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직접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이웃집에 불이 나면 물 한 바가지라도 가져와서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정보유출 사건 이후 집단소송 등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의료계의 태도는 매우 서운하다”고 밝혔다.


의협 노환규 회장이 모 라디오방송에서 ‘의약품 택배’와 ‘원격조제’에 대해 언급한 것도 약사회 내부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노환규 회장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원격조제가 원격진료의 전제조건이고 의약품 조제권까지 자신들의 권한인 양 주장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의협은 오해에서 불거진 내용들일 뿐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6개 보건의료단체협의회가 중지를 모으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에 탄력을 잃을 것을 우려했다.


의협은 “정부가 주장하는 원격의료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원격조제(의약품 택배)를 거론했을 뿐 이를 허용해 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약사회가 약학정보원 검찰 제보의 근원지로 의협을 지목한 점도 유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단체가 공동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협조체제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치협 “수가인상 위해 ‘의료인 책무’ 내팽개쳐선 안돼”


악재가 거듭되는 가운데 이번엔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의협에 불만을 표출했다.


치협은 지난 2월 18일 6개 보건의료단체 중 마치 의협만이 대표단체인 것처럼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 안 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동안 치협은 의협과 ‘호형호제’(呼兄呼弟)에 가까울 정도로 대정부 투쟁에 보조를 맞춰왔다. 회무 추진에 있어 저돌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의협 노환규 회장과 치협 김세영 회장의 공통된 성향도 한 몫 했다.


실제로 김세영 회장은 의협을 6개 보건의료단체의 장자(長子)로 비유하며,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치과계는 다른 보건의료단체에 비해 의료영리화에 더욱 민감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임플란트 수가는 계속 낮아졌다. 수가 하락은 일부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들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그릇된 진료 행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치과계의 민심이다.


김세영 집행부는 출범 당시부터 일부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포했다. 과잉진료, 불법 위임진료 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1인 1개소 법안 제정’에 적극 협조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한 지속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치과계 내부 밥 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의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인 활동임을 알려왔다.


한 치과계 인사는 “일부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1곳이 들어오면 반경 10km 내 개원가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며 “서민치과를 표방하면서 과잉진료를 일삼는 행위를 애초부터 철저한 법적 규제를 통해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협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도입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강화 등 결국 수익과 직결된 법적 규제를 완화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 붕괴는 ‘명약관화’라는 입장이다.


치협 관계자는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수한 분야”라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치과계 폐해는 크다. 일자리 창출, 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 정부가 내세우는 장점들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치협은 의협과 복지부가 타 보건의약단체 및 시민단체와 어떠한 논의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합의문을 내놓은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합의 과정에서 ‘건강보험 수가인상’을 위해 의료인의 책무를 팔아넘기는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였다”고 성토했다.

 

치협, 약사회, 한의협 3개 보건의약단체는 “보건의약계로부터 대표성을 부여받은 사실이 없는 의협만이 참여한 이번 발표는 원천무효”라는 입장을 내놓고, 새로운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 단체들은 “만일 정부가 보건의료계의 이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의협과의 ‘밀실야합’ 사항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통한 총력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회장은 지난 2월 서울시구의사회 총회장을 순회하며, 왜곡된 보도로 인해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환규 회장은 “정부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항만 편집해 발표한 내용을 두고, 마치 의협이 동조한 것처럼 왜곡보도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협은 원격진료 및 의료영리화 관련 반대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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