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의료영리화·원격의료' 논란
의료계 총파업 이후 정부 타협점 모색…與野 이견 커
2014.04.17 09:57 댓글쓰기

의료계의 봄은 뜨겁다. 기분 좋은 훈풍이 아닌 활화산과 같은 분노와 우려감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미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의료계와 정부는 아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난 3월 10일 '총파업'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료계 민심 살피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새누리당은 머리가 아프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끼어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논리에 맞서 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의 순기능에 대해 알리고 있으나, 의료계 민심은 꺼림칙하다.


최근 의료계전문지와 기자간담회를 연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의료영리화 및 원격진료를 추진하면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괴담이 난무하는 현실이 과거 광우병 사태를 연상 시킨다”라며 “분명히 장점은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이 나쁜 것은 아니잖은가”라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괴담설’을 내세웠다. 그는 “의료규제 개혁 관련 일부 내용을 사실상 민영화라고 포장하는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이는 철도 민영화 괴담처럼 야당이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서는 “의료영리화 저지 TF 구성하는 등 괴담에 편승하는 올바르지 못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의료계가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언하고 있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당론을 내세우기가 보다 수월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의협을 비롯한 6개 보건의료단체 및 환자단체와 수시로 미팅을 갖고, 공동캠페인 활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역사교과서 왜곡, 철도 민영화와 마찬가지로 의료영리화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이라며 “공공성을 크게 저해하는 영리화가 마치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는 절대 동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등 의료기관의 영리추구 확대는 곧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와 국민건강의 훼손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의료까지 수익성을 우선시 하는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료영리화 저지 특위 TF 위원장을 맡은 김용익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출마 당시 내세웠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사라지고, 갑자기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속내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2차총파업 막기 위해 안간힘 여당 vs 공세 수위 높이는 야당


결국 1차 총파업이 실시되자 새누리당은 ‘투 트랙’ 전략을 수립했다. 총파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도 높은 비판을 했지만, 의료계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의사들의 총파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의료법 정신이나 히포크라테스 선언에 어긋난다”며 “전공의까지 진료 거부에 합류시키는 것은 결코 올바른 의료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의료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한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국회는 의료계의 어려운 현실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총파업과 같이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총파업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공익위원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와 의협은 1차 총파업 이후 가진 회의를 통해 이와 같은 타협점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의료계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총파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검찰과 경찰까지 동원돼 업무정지와 의사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면서 의료계의 민심을 동요시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오로지 ‘불통과 독선’의 일방통행을 고수하는 강경대응으로 의료계를 자극시키고 있다”며 “대형병원 수련의와 전공의들까지 휴진에 나서는 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논평을 내놓았다.


복지부 장관 사퇴까지 거론됐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료민영화 저지! 공공의료 실현!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대화와 협상 없이 강제수단으로 압박하는 것으로는 집단휴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잘못된 대응방침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야 의사들의 총파업으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 받는다면 정치적 · 사회적 책임은 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2차 의정협의, 수가인상 위한 밀실합의”


여당과 야당이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2차 의정 협의 결과 폐기를 주장했다. 의료영리화만큼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3월 11일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민영화 · 영리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운동본부는 2차 의정 협의에 대해 “그동안 반대해왔던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정책의 물꼬를 틔워준 졸속적인 합의”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6개월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 자체가 원격진료 도입 반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협의체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운동본부는 “의협, 병협 등 의료공급자단체 외 시민단체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영리화로 궁극적으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국민을 대신한 시민단체를 협의체 구성원으로 합류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이번 협의는 국민들을 배제한 밀실합의에 불과하다”며 “보험료 80%를 부담하는 국민을 제외한 협의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단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의 경우 총파업과 의료영리화 정책을 아울러 비판했다.


연합회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의 생명을 외면하는 의사 총파업은 선량한 시민의 생명을 인질로 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테러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해야지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를 거친 후 그 결과에 따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백지화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성급히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연합회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구조적으로 모든 동네의원과 병원의 절반이 개인사업자로서 이미 영리활동을 통한 이윤추구에 목을 메야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리자법인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상업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연합회는 “정부는 의사들이 환자의 진료를 중단한 채 총파업까지 결의하게 만든 영리자법인 도입 등 의료상업화 정책 추진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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