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06년 역사 첫 탄핵 물러난 회장
의료계 풍운아 노환규, 예상치 못한 대승으로 입성 후 중도하차 불명예
2014.07.13 22:27 댓글쓰기

[기획 1]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회장은 106년 의협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해 물러난 최초의 회장으로 기록됐다. 노환규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5월 압도적인 지지로 회장에 당선된 이후 하루도 평탄한 날이 없었다. 결국 그는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지난 4월 19일 회장 불신임 탄핵을 당했다. 탄핵과 불신임 사유는 대의원총회 의결위반과 회원의 중대한 권익 위반, 협회의 명예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노 전회장의 의협 입성 전부터 탄핵까지 그의 행보를 되짚어봤다.

 

의사 출신 사업가에서 의료계 정치 입문

노 전 회장은 의협에 입성하기 전 의사전용 포털사이트 ‘닥플’의 운영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의사 출신 사업가였다. 노 전회장은 에임메드라는 건강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가로 활동했다. 


이후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이라는 의료계 임의단체를 설립하고 의협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과 의료계 자정노력도 펼쳤다. 


전의총 출범 후 노 전 회장의 눈에 띄는 행보는 많다. 그중에서도 경북대학교병원 정문 앞에서 “병원은 의료사고를 인정하라”며 일인시위를 벌여 관심을 끌었다.


노 전 회장은 경북대학교병원에서 항암제 주사가 바뀌어 주사됨으로써 9세 환아가 사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병원 측의 진실한 고백을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으로 리베이트 자정노력과 대정부 투쟁까지 파란만장한 나날을 보냈다.  


그는 A제약사 영업사원이 작성한 ‘리베이트 제공 약정서’를 공개한데 이어 B사 영업소 부지점장이 리베이트 제공을 제의하는 내용의 녹취자료도 공개,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노환규 전 회장은 전의총 대표시절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 해당 제도 도입을 주도한 제약사들을 지목하거나 리베이트 제공회사 명단 공개 등 제약계와 크고 작은 다툼을 벌여왔다.

그러나 전국의사총연합이 한국의료정책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제약사들을 초청해 후원을 요청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은 적도 있다. 


노환규 전 회장은 당시 경만호 의협회장에게 ‘달걀과 멸치액젓 테러’를 가하면서 “도덕적 흠결과 리더십 상실로 인해 의사들의 강경수단을 이끌어 갈 수 없는 경만호 집행부가 강경투쟁을 외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등 퇴진을 요구했다.


‘관치의료 노예’ 의사들을 정부로부터 구하겠다는 노 전 회장의 외침에 ‘세대교체’를 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쿠데타 하듯 선출한 회장이 노환규다.

 

취임후 ‘트러블메이커’ 별칭 들은 노환규 전 회장 
이런 개혁과 투쟁성향이 강한 노 전회장은 사방에 적을 두고 있는 인물이다. 노 전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정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장관을 만나는 것은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복지부 건물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장관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당시 임채민 복지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의협회장이 복지부를 먼저 방문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장관이 직접 의협회장에게 와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2012년 6월 12일 의협은 공문을 통해 임채민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장소가 복지부로 정해지자 이를 거부하고 7월 25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님 안녕하십니까?’라는 광고를 통해 임채민 장관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광고를 통해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동일 뿐이며,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 전 회장은 첫 면담부터 칼날을 세우며 복지부를 경계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포괄수가제를 둘러싸고 온라인 논쟁을 시작, 급기야 상대방을 검찰에 고발하는 법정다툼으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의협은 “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준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조직적으로 막말과 저열한 표현들을 동원해 의사 직업 전체를 비하하는 글을 올림으로써 인터넷상에서 의사 직업의 명예를 집단으로 훼손시켰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비열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협은 지난 2012년 8월 22일과 23일 두 곳의 일간지에 ‘숫자로 알아보는 건강보험공단 통계’라는 광고를 통해 건보공단 방만 경영을 고발했다. 


해당광고에서 의협은 “건보공단 직원 숫자에 비해 고위직 비율이 터무니없이 높은(81%) 가분수 구조이며, 관리운영비로 1년에 1조388억원을 사용하고, 사옥과 연수원을 짓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선거에 한 해 평균 8명의 건보공단 직원이 출마하며, 낙선하면 다시 복직하는 등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건보공단 노조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퇴행과 후퇴를 막으려면 반드시 정리돼야 할 인물로 노환규 회장을 지목 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전의총은 ‘진찰거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전의총의 대응방식이 환자들에게 불안심리를 조성한다”며 비판했다.

 

취임 직후부터 대정부 투쟁→의사 총파업까지 
노 전 회장은 의협회장에 취임한 후 원격의료, 영리병원, 관치의료 및 건강보험제도, 의료악법 등 잘못된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투쟁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시도의사회장단, 각과개원의협의회장단을 배제시켜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이를 봉합하고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민 및 의사 회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환규 회장은 지난 2013년 12월 4일 부산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사들의 행진’ 첫걸음을 내딛으며 투쟁 열기를 지폈다. 


사흘 뒤 ‘전국의사대표자결의대회’를 개최, 600명이 넘는 의사 대표자 및 일반회원들이 전국에서 모여 정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의료법 등 잘못된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결의하고,  12월 15일 개최될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 참여 의지를 다졌다.


2013년 12월 15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 ‘잘못된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전국 11만 의사들의 대투쟁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 후 2014년 1월 11일부터 1박 2일간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으며, 의료계 대표자 550여명이 원격의료법 개정안과 투자활성화대책 등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하며 잘못된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히 촉구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2014년 3월 10일 전체 2만8428개 의원 중 1만3951개 의원과 전국 7190명의 전공의가 동참한 대정부 투쟁 총파업을 이끈 의료계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이런 노환규 전 회장의 개혁과 투쟁에 대해 지지하는 의사도 많은 반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독단을 비난하는 의사도 많다. 특히 지난 1월 의정협의를 시작하면서 노환규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됐다.


사회적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 집행부를 지켜보던 대의원회의 불만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행부와 대의원회 갈등은 3월 21일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정점을 찍기에 이른다.


당시 임총 안건은 투쟁과 협상에 관한 회무감사, 감사 보고에 따른 사후처리, 비대위의 구성과 운영 및 재정에 관한 건으로 집행부의 투쟁을 평가했다.


대의원회는 비대위 운영과 재정을 결정하는 대의원운영위원회를 두고 그 안에서 비대위를 재구성하며 비대위에 의협회장은 포함하지 않고 이후 원격의료 반대에 관해서도 새로 구성된 비대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집행부는 당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비대위가 아닌 회원 전체에 묻겠다며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정면대치했지만 대의원회는 4월 19일 임총에서 대의원총회 의결 위반과 회원의 중대한 권익 위반, 협회의 명예를 훼손 등을 사유로 탄핵시켰다. 노 전 회장은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106년 의협 역사상 최초의 불신임을 받은 인물로 기록됐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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