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 의협회장 도전
고대의대 박종훈 '1년 임기동안 내부 갈등 조율하고 화합·단결 이끌어 낼터'
2014.07.14 19:00 댓글쓰기

[기획 2]지난 6월 18일 제38대 대한의사협회장에 추무진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보궐선거로 대학병원 교수가 출마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4월까지 10개월 남짓한 회장직. 박종훈 후보는 대학병원 내에서 보직(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라 더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0년 이후 현직 의대 교수가 의협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지난 2007년 장동익 前회장의 정치권 로비파문으로 치러진 제35대 의협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서울의대 김성덕 교수(현 중앙대학교병원장·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출마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왜 대학병원 교수들은 의협회장에 도전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또한 두 후보 모두 정기선거가 아닌 보궐선거에만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왜 의협회장에 도전하지 않는지 이유를 찾아봤다.   

 

“의협 정상화·의료계 화합” 위해 나선 의대교수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교수는 의협회장 선거 출마 이유에 대해 “의협의 정상화와 의료계 화합”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난 4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는 총회를 통해 의협 회비를 무기한 납부하지 않기로 의결해 직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또 지난 의료계 총파업 과정에서 전공의들도 의협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의협에 대한 불만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도 의협 정책이사를 사퇴한 상황에서 박종훈 교수는 “의협과 의료계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1년간 헌신적인 봉사를 하겠다”고 출마 이유를 들었다.


출마 당시 박종훈 교수는 “직역 간 갈등뿐만 아니라 직역내부에서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1년 임기의 의협회장 역할은 내부적인 갈등을 조율하고, 화합과 단결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내년 의협회장 선거를 염두에 둔 다면 이번 보궐선거 출마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의협회장에 출마한다면 내년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보궐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직역 간 갈등을 조율하고, 내년 선거에 대한 사심이 없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의료계는 또 다시 갈등과 혼동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제35대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김성덕 교수 역시 ‘의료계 화합’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김성덕 교수의 핵심 키 역시 ‘단합’ 이었다. 김성덕 교수는 “찢겨진 의협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개원가, 의학회, 전공의, 병협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창조적 리더십으로 위기에 처한 의협을 구해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김 교수는 “비전이 제시되고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합리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할 때 회원들 역시 눈앞의 어려움을 참아내고 보다 넓은 시선을 갖는다”면서 의협회장의 역할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의협 위상을 다시 세우는 데는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교수 출신이 적합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상근직 의협회장·교수겸직 불가 등 도전 힘들어
하지만 교수들이 의협회장에 출마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는 선택이다. 


그동안 의협이 개원가의 이익을 다수 반영해 온 만큼, 개원의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는 당선이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협회장은 상근직으로 의대교수와 겸직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부 의대교수들은 기업의 사외이사나 공공기관의 연구소장 등을 겸하고 있다. 이는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의협회장은 명예직이 아닌 월급을 받는 상근직이기 때문에 3년의 임기동안 교수직을 겸할 수 없다. 
때문에 출마 전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3년 휴직을 승인받거나 교수직을 사직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김성덕 교수는 의협회장 출마 당시 교수직을 사퇴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종훈 교수 역시 “이번 선거가 1년 임기만 수행하는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출마하는 것”이라면서 “의대교수 신분 특성상 1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고 또다시 3년 동안 차기 의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이제 의대교수 출신 의협회장도 한번쯤 나올 때가 됐다”면서 “줄곧 개원의사가 회장을 맡는다면 의협은 모든 의사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대외 위상 제고 교수들에게 의협회장 길 열어줘야 
최근 의협은 개원가 출신의 회장이 독식하면서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여러 정책결정에 있어 의협을 배제한 채 각 직역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2년 복지부가 전문의 고시 업무를 의사협회에서 대한의학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의협에는 공문조차 보내지 않는 등 정부로부터 무시받는 단체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의협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계약 주체로 나서면서 의사집단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가 단체가 아닌 개원가만을 위한 단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그러하다.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협이 수가계약 주체로 나서면서 이익단체로서의 기능이 커졌고, 사회적으로 의사는 경제적 이익추구만 주장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로 인해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입지가 약하됐을뿐만 아니라 의사협회가 개원의사 대변조직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전체 의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잃어버린 의협의 위상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며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정계인맥이 두터운 인물이어야 한다.


이에 의사단체를 대표하는 의협회장도 개원가 원장만이 아닌 대학병원 교수, 봉직의사 등 여러 직역에서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출신의 회장이 전체적인 의료계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그 밑으로 의학회와 병원협회, 개원의협, 공직의사협회, 전공의협회, 시도의사회 등이 유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 대표단체로 위상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교차 선출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할 시점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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