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현·정몽구 회장-정몽준 이사장
한국 재벌 총수와 병원 그리고 입원·치료
2014.10.15 07:36 댓글쓰기

[기획 下]재벌이 소유한 병원인 만큼 총수 일가의 입원사 역시 사회적 관심사였다. 특히 이들의 병원 선택은 가족 간의 갈등구조로 재해석되며 무성한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친형인 이맹희 前 CJ 회장은 매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왔지만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천문학적 규모의 유산소송을 제기하며 발길을 끊었다.
 
이후 일본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 폐암 2기 진단이 나와 2012년 12월 폐를 3분의 1이나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내 병원 네 병원

 

이맹희 前 회장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 역시 작은아버지가 설립한 병원이 아닌 서울대학교병원을 택했다.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작년 7월 구속됐으나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3개월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증 외에도 고혈압·고지혈증,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요독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


현대가(家) 역시 가족들의 병원 선택이 종종 회자됐다. 故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서울아산병원의 현재 소유자는 막내아들인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아직까지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나 지난 2005년 8월경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로부터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정 이사장 부인이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논란을 일으켰던 막내아들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출산한 바 있다.

 

당시 정 이사장 부인이 일반인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출산 진료를 받아 의사들이 민망해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평소에도 특권을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자의 난’을 겪으며 동생과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가 설립하고 동생이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석 허가를 받고 찾은 곳은 서울아산병원이 아닌 세브란스병원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고혈압과 함께 심장막에 물이 고여 있다는 진단이 내려져 세브란스병원에서 15일 간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정몽구 회장은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서울아산병원 대신 서울성모병원을 택했다. 현재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 회장의 맏사위인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이 서울성모병원에서 근무한 인연 때문이라는 분석과 정몽준 이사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작용했다는 설(說)이 공존했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자신이 설립한 병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지난 2005년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오랜 해외도피 생활을 접고 귀국한 김우중 前 회장이 심각한 건강이상으로 입원한 곳은 아주대병원이 아닌 세브란스병원이었다.

 

물론 귀국 직후 아주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이를 두고 비난 여론이 일었고, 결국 세브란스병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에서 5억원이 넘는 입원비 체납 사태에 휘말리며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현재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김 前 회장은 기력이 쇠해져 비정기적으로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래 만수거(空手來 滿手去)
 
적어도 이들 병원 설립자들에게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란 격언을 적용하기는 무색해 보인다.

 

물론 삼도천을 건넘에 있어 축적한 부(富)를 모두 짊어지고 가지는 못하지만 이들이 국내 병원계에 이바지한 공(公)은 지대하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다.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의료시스템은 현실에 안주하던 타 병원들을 긴장시키며 발전적 변화를 이끌었고, 대기업의 서비스 정신을 병원계에 이식, ‘환자 만족’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도 선도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쏠림’, ‘의료 양극화’와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지만 그 책임을 무작정 이들 병원에 전가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설립자들이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눈을 감은 곳 역시 자신들이 세운 병원이었다.

 

故 정주영 회장은 2001년 3월 21일 당시 서울중앙병원(現 서울아산병원)에서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몽구, 몽헌, 몽준 등 아들 3형제 모두가 임종을 지켰다.

 

트럭 한 대로 시작해 하늘·땅·바닷길을 열어 한진그룹을 일군 故 조중훈 회장 역시 2002년 11월 17일 자신이 설립한 인하대병원에서 82세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대기업 소유 병원 5곳 중 서울아산병원과 인하대병원 등 2곳의 설립자가 사망했고,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중앙대병원은 아직 와병 중이거나 활동 중이다.

 

나머지 3개 병원의 설립자나 소유자 역시 자신들이 일궈 놓은 그 곳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최근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만 완전 회복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아주대병원 설립자인 김우중 회장 역시 과거 위암, 뇌혈종, 대장종양 등의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고, 심장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작년 3월에는 해마다 참석해오던 대우그룹 창립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악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우중 前 회장은 지난 8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 건강악화설을 일축시켰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이자 두산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박용성 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1942년생) 보다 두 살 많은 1940년 생이지만 아직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평창올림픽 준비상황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코피를 쏟아 중앙대병원에 입원, 수술 받은 적이 있지만 퇴원 후 건강한 모습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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