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원의료산업 수출 활짝 '열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꿈 아닌 현실, '의료인 면허 인정' 등 성과물 구체화
2014.10.20 07:00 댓글쓰기

[기획 1]병원의료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없애고 직접 협상에 뛰어드는 등 총력을 기울이면서 가시적인 성과물도 하나 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UAE 순방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위탁 운영 수주를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뛰어난 의료기술과 효율적인 시스템, 가격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대한민국 병원의료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관련 정책과 개선 과제 등을 통해 한국형 성공모델을 구상해 본다.[편집자주]

 

바야흐로 병원계에도 수출 시대가 도래했다. 외국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을 넘어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해외에 파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특히 의료서비스와 의료장비, 병원 건설 및 운영시스템을 패키지 형태로 상품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한국은 자동차·조선·건설·해운업 등이 주력 수출 산업이자 고용 창출 및 전후방 파급 효과가 큰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의료와 바이오 분야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빠른 성장을 이룬 한국의 의료기술과 서비스, 시스템 등 무형의 가치가 인정받는 것을 넘어 수출산업으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경우 병원의료산업 수출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국제 의료시장 규모는 갈수록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 의료시장 규모는 전 세계 국제의료 시장의 약 13%를 차지하며 태국, 싱가폴, 인도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서 발간한 ‘병원의 해외진출 지원방안’에 따르면 해외진출에 대한 의료소비 발생으로 병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오는 2020년까지 2.1조원의 흑자, 16조원 상당의 의료선진화로 파급효과가 나타나 국내 의료서비스 시장의 10% 성장이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뛰어난 의료기술이나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수익 창출을 위한 해외 진출에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 소재 한 병원장은 “이제 국내 시장은 과다 경쟁과 각종 정책에 따라 과거와 같은 실적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병원계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제대로 된 성공 모델이 나온다면 국내 병원계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세계적 병원의료산업 수출 모델 오스트리아 ‘바메드 그룹’


그렇다면 최근 의료계와 정부가 그리고 있는 병원의료산업 수출의 이상적인 모델은 존재할까. 세계적으로 병원의료수출 전문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오스트리아 ‘바메드(Vamed) 그룹’을 떠올린다.


바메드 그룹은 자체 보유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시작된 바메드는 러시아·독일·이탈리아·베트남·호주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 약 600개의 병원을 지었다.


2012년 기준 매출 8억5640만 유로를 기록했고 수주 잔고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수 역시 4400여명으로 전년 대비 700명 늘어났다.


바메드는 의료시설 건립에서 운영에 이르는 전 영역을 지원하며 이를 위해 병원, 의료교육기관, 의료정보서비스 회사, 의료기기 회사, 설계 및 디자인 회사, 건축회사, 민간 투자 회사, 정부 기관 등과 협력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은 해외 민간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국 정부 보건부, 국제기구 등 다양하다.

 


이 밖에도 미국 ‘Johns Hopkins Medicine International’이나 ‘Cleveland Clinic’, 인도 ‘Apollo Hospitals’ 등 민간주도형 모델들이 해외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해 있는 상태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대형병원 및 기업형 병원들이 전담 서비스 조직을 두거나, 민간 전문컨설팅 기업들이 관련 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진출하는 구조가 있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도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 분야를 국제화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초기 단계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사례로 일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의료기관, 의료기기산업, 제약산업 등 해외진출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의 중심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세계적인 의료수출 전문기업들을 벤치마킹해 ‘코리아메디컬홀딩스’가 설립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해외진출 전문기관 코리아메디컬홀딩스를 자본금 확충 등을 통해 육성하고 정부 간 협력기반 진출 프로젝트 사업화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전문기관의 역량 축적 시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의료기술 및 시스템 경쟁력을 해외 비즈니스 역량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필두 복지부·의료계 "해외로 해외로" 천명

 

한국은 민간과 정부 트랙 모두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계약의 물꼬가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에는 의료기관 해외진출이 현지에 클리닉 개념의 분원을 내는 것이 많았다면 현재는 의료시스템 수출을 우선시하는 양상이다.


우선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분당서울대병원, SK텔레콤, 이지케어텍)은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은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세계 최첨단 병원정보시스템인 ‘Bestcare 2.0’을 활용해 2년간에 걸쳐 국왕 직속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병원에 현지화된 HIS 시스템을 7000만 달러 규모로 제공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 중동 GCC국가로 판매를 확대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에 대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측은 “합작투자회사 설립을 통해 GCC국가로 수출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파급효과는 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며 “관련 하드웨어 장비공급까지 추가 포함하면 7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북미와 유럽의 세계적인 병원들을 제치고 중동 보건의료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5년간 위탁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최종운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로써 서울대병원은 칼리파병원의 의료서비스, 의료진 채용과 더불어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병원운영 전반을 수행하게 된다. 아랍에미리트 측으로부터는 5년간 약 1조원 이상의 운영 예산을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서울대병원의 위탁운영권 획득은 박근혜 대통령 등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 성공모델 창출에 대한 염원이 고스란히 담긴 사례다.


복지부는 “해외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위탁운영권을 따낸 국내 최초의 사례”라며 “한국 의료 수출의 성공사례로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 축적을 통한 해외진출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우수 의료기술 및 병원정보시스템 수출, 의료기기 및 제약 등 국내보건 분야 연관산업의 동반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낭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을 단장으로 한 국내 대표단이 지난 9월 20~22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잇따라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 아부다비보건청과 한국 의료인 면허 인정 추진을 골자로 한 합의의사록을 체결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아부다비 내 한국 의료인에 대한 면허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데 아시아 국가로서는 독보적인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복지부는 “한국 병원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의료인 면허 문제가 해소되면 현재 추진 중인 병원진출이 훨씬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신속·정확·효율을 무기로 내세운 국내 건강검진 분야 역시 수출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성모병원은 아랍에미리트의 VPS 헬스케어 그룹과 건강검진센터 컨설팅 및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연세의료원도 건강검진센터를 필두로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달 중국 ENN그룹, 신안펀드와 중국 내 건강검진센터와 병원 설립을 위한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MOU에 따라 세브란스 병원 측은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자문을 비롯해 의료장비 관련 자문과 의료인력 파견, 운영관리 및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협약은 이싱-VIP 검진센터와 루이츠 검진센터, 소주 VIP 의료기관 설립에 이은 브랜드 수출의 네 번째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 의사·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도 수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형 의학교육을 습득하고자 돈을 들고 찾아오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사우드 의과대학과 유료 연수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은 내년부터 매년 20여명씩 5~6월 4주간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서울아산병원은 연간 교육비로 약 15만6000달러(한화 약 1억6000만원)을 받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박성욱 원장은 당시 “이미 작년에만 미국·영국·벨기에·호주 등 44개국, 400여명의 외국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이식·스텐트 심장병 치료·개인 맞춤형 암치료·뇌신경치료·척추 수술 관련 의료 기술을 배워갔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동 교육기관들의 연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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