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모색 국내 제약사 '지피지기 절실'
2013.05.26 20:00 댓글쓰기

 

[기획 下] 자그마치 13억5000명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 1위, 국토 면적 4위, GDP(국내총생산) 2위인 나라. 바로 거대 시장 중국 이야기다. 이 큰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약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제약산업 글로벌 육성을 위해 펀드까지 조성하는 등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실무적인 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은 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생생한 실무 정보, 실제 중국 제약업계 현황. 그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제약협회 및 현지 제약사와 중국에 이미 진출한 한국 제약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주]

 

한국과 중국, 의약품 제조·유통 등 무엇이 다른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중국은 현지에 있지 않은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보고와 서류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중국은 아직 의약분업 시행 전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은 병원과 약국 모두에서 판매되며, 일반의약품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기도 하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병원마다 의료보험 금액이 책정돼 있다. 일정의 총액계약제인 셈이다. 국가 의약품 목록에 등재가 된 약이라 할지라도 모든 병원이나 성(省)에서 처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성(省) 별로도 의약품 목록이 따로 있고, 여기에 등재가 된 후 병원 코드작업이 이뤄지고 나면 비로소 환자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의 경계 역시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의 함량 차이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성분 함량에 상관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홍삼이 중국에서는 4년근은 건강기능식품이지만 5년근 이상부터는 일반의약품으로 정해졌다.

 

이는 건강기능식품이라도 의약품으로 분류된 이상 타 의약품과 똑같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티비타민과 같은 복합 성분도 마찬가지다. 현재 센트륨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것 외에 나머지 제품들의 허가 현황은 거의 전무하다. 의약품 허가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다. 한 병원에 랜딩 가능한 품목 수는 성분당 3개 정도로 제한됐다.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이 랜딩 될 경우 제네릭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퍼스트 제네릭이 아닌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제네릭은 중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록을 위해 그야말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순서가 꽉 차있다. 무려 4700여 개다.

 

보통 1개월에 허가를 받는 품목 수는 약 40~50개. 그래서 항간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제네릭은 84개월, 신약은 50개월 후에 임상 허가를 받을 수 있다”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

 

이에 최근에는 중국 식약청이 특수심사(신속심사)와 1류 심사를 개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도 하다. 나머지는 현행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심사에는 니즈(Needs)가 큰 퍼스트 제네릭과 어린이 의약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의약품들은 다른 채널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족히 4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진출, 보고서에만 의존하면 안돼"

 

중국 약가는 통상 우리나라보다 비싸게 책정된다. 그러나 그에 비례한 이윤이 따라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도매업체가 수익을 크게 얻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에 공장이 없는 회사가 제품을 현지로 들인다면 17%의 VAT가 발생한다. 유통 및 병원 마진까지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비용이 된다. 공장이 있다고 능사는 아니다. 생산시설이 있다면 현지 영업팀을 꾸려야 하는데, 이때 생겨나는 인력비용은 단연 회사의 몫이다.

 

실제로 제약사들에게 크게 당황하는 부분은 “약만 등록하면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실패에 의한 것이다.

 

중국에 자리 잡은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어렵게 약물을 등록했다 하더라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렵게 등록 과정을 마쳤었도 정작 약가를 원가 이하로 잘못 책정하면 해외진출 의미가 없기 때문에 팔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수출가만 따져서 약가를 책정할 경우에 생겨나는 실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제품 등록과 허가 등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약이 출시되는 시점에는 원가를 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보고서에만 의존하고, 인터넷 정보만 파악해서는 절대 중국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적 접근 100% 실패, 첫 단추부터 잘꿰어야"

 

중국 식약청의 규제는 굉장히 엄격하면서도 국내와는 다르다. 한국에서 통과된 서류를 중국에 제출하면 100% 등록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제약사 관계자들은 “1%의 여지도 없다. 검토 방법부터 다르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단순 수수료만 받고 대행하는 CRO를 통해 번역만 해서 서류를 제출한다면 무조건 거절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더욱이 한 번 거절당한 제품은 다시 등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거절 사유도 통보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

 

제품의 성공적인 등록을 위해서는 CRO를 선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서류와 대관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류를 완벽히 준비해도 보완사항이 나왔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중국 식약청에 문의를 해야 하는데, 답변을 듣는 것이 쉽지 않다.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대관 능력이다.

 

현지 제약사와의 M&A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한국 측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경우가 좋은 것은 아니다. 중국 제약사와 손을 잡는 순간 한국 제약사는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 1위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해도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제품을 건넴과 동시에 관리권도 넘겨야 하고, 마진 역시 적게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구조가 탄탄한 중견 제약사와 M&A를 맺는 것이 추천된다.

 

"한국 의약품 중 개량신약 관심 많아"

 

중국은 크게 약물을 직접 생산하는 제약회사와, 완제품 수입과 마케팅을 주로 하는 기업으로 나뉘어져있다. 시장 규모는 2012년을 기준으로 생산 1만억 위안(약 180억원), 소비 13억 위안(약 2300억원)이다.

 

이런 중국은 현재 항생제, 항암제, 생물학적 제제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 이유다.

 

중국 민영 제약회사 중 매출규모 3위에 속하는 지민커씬그룹(Jiminkexin Group) 첸 시양홍(Chen Xianghong) 연구개발팀장(Technical Director)은 우리나라 의약품 중 특히 개량신약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 중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평이 좋았다.

 

첸 시양홍 팀장[사진]은 “한국 제약사가 중국에 진출할 때 개량신약 품목을 도입하는 것이 전도유망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 의약품은 효과는 괜찮지만 임상 전 자료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제네릭을 예를 들면, 오리지널과 비교했을 때 약리 및 독성 자료가 부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의약품을 들이기 위해 꼼꼼히 갖춰야할 서류가 상세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식약청은 해당 자료를 다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첸 시양홍 팀장은 “한국 제약사로부터 의뢰 받은 제품 중 90%는 중국 식약청에 자료를 다시 제출해야한다. 즉, 제품 효과는 좋은데 서류가 부족한 것이 제약사들이 중국 진출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나라다. 만약,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제약사들이 있다면 임상시험수탁기관을 선정할 때 CRO와 공무원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국 식약청과의 관계도 살펴봐야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리라 본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이슬기 기자 (ls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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