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출발한 전문병원 서울 공략기
선두주자 우리들 이어 부민도 서울분원 개설 등 안정화
2013.07.19 20:19 댓글쓰기

사람 많은 서울은 환자도 많지만, 의료공급자인 병원도 많은 곳이다. 병원들 간, 병원 내 의료진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한 곳이 바로 서울이다. 환자 모시기 힘든 이곳 서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방 전문병원들이 있다.

 

국내에 라식, 라섹 수술을 도입한 1세대 안과인 ‘밝은세상안과’는 1997년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국내 안과 최초로 JCI인증을 받기도 한 밝은세상안과는 2000년 서울 강남에 서울밝은세상안과(구 청담밝은세상안과)를 개원하며 시력교정술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밝은세상안과 이종호 대표원장은 “전국의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일부러 부산에 찾아왔다. 서울 진출은 축적된 노하우를 원하는 많은 분들에 의한 자연스런 흐름이었다”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 2곳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밝은세상안과는 2013년 4월 기준으로 라식, 라섹, 안내렌즈삽입술(ICL) 합계 24만건, 카메라 노안 렌즈삽입술, 맞춤형 백내장 등 노안시력 교정 수술 8000건을 달성했다. 특히 안내렌즈삽입술의 경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으로 ‘안내렌즈삽입술 WORLD BEST’로 수상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각광받고 있는 ‘이루미치과’ 역시 부산 출신이다. 17년 동안 치아교정만을 연구해온 자부심과 그에 따른 실력으로 무장한 이루미치과는 1992년 부산 금정구에서 개원한 병원이다. 이후 2005년 양산점, 2007년 센텀점을 오픈하며 부산에서 기반을 다진 이루미치과는 2011년 서울행을 택했다.


치아교정 특성상 적게는 2년, 많게는 5년 이상 걸리는 치료기간 동안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환자들에게 연계진료를 하기 위해서다. 이루미병원 관계자는 “부산에서 교정을 시작하다 서울로 대학 진학 및 취업을 하는 경우 새로운 병원에 다니며 돈을 이중으로 지불하거나 진료 변경으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루미치과 서울점이 오픈함에 따라 이런 환자들을 연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최근에는 화상진료시스템을 도입해 이루미치과 어떤 지점에서 진료를 처음 받았든 간에 전원한 병원에서 이전 병원의 진료기록 및 담당 의사의 상담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지역병원들의 서울 진출 성공기 뒤에는 내로라하는 척추전문 ‘우리들병원’과 ‘부민병원’의 전례가 있다. 두 병원 역시 부산에서 첫 걸음을 뗐다. 지역 시민들로부터 얻은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서울 정복에 나선 여정에는 험난함도 있었지만, 현재는 해외진출을 모색할 정도의 정착과 나아가 비전을 꿈꾼다.

 

부산서 잘 나가는 병원이 왜 ‘서울행’ 택했나


국내 최초의 척추 디스크 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의 역사는 1982년 부산시 낙민동에서 시작됐다. 최신 척추 의술과 장비를 마련한 우리들병원은 세계적 전문병원을 꿈꿨다. 의료진들은 수많은 실험과 연구, 학술적 검증을 거쳐 '경피적 내시경 레이저 시술법'과 같은 혁신적인 최소침습적 척추 디스크 치료법을 잇달아 발표하며 척추 전문병원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오랜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자해 개발한 치료법과 수술법은 단연 의료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의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들병원은 척추 치료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고 나누는 방향을 택했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은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각지에 병원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우리들병원이 수십년 간 익힌 기술력은 서울 및 다른 지역에서도 통했다. 1992년 서울 역삼동 개원을 필두로 2004년 김포공항 우리들병원 개원, 2007년에는 대구 우리들병원이 개원했고 포항, 광주, 전주 등에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서울 우리들병원 서울 강남은 20여 년 동안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몰려온 고난도의 척추질환자 치료를 도맡아왔다. 


우리들병원에 이어 서울공략에 나선 부민병원 역시 부산 내에서는 ‘정직한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의 신뢰 속에서도 부민병원은 굶주렸다. ‘전국적인 브랜드를 알리자’는 헝그리 정신 때문이다.


부민병원 정흥태 이사장은 “부산에서 자리매김했지만 부민병원이 목표로 하는 브랜드화, 퀄리티(질)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서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2011년 부민병원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2011년 4월 개원하며 서울 정복에 나섰다. 정 이사장은 “실제 서울에 올라온 후 의료 질, 인적 네트워크, 브랜드 파워 등에서 부산에서 접할 수 없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민병원은 의료 트렌드와 대학병원이 갖춘 시스템 등을 스폰지처럼 흡수해 나갔다.  덕분에 서울 부민병원은 개원 1주년 만에 의료기관인증을 획득하는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개원 2주년 기념식을 갖고 ‘인공관절 반치환술’과 같은 고난이도 관절염 수술을 공개로 진행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자랑했다.


물론 지방병원의 서울 공략에는 어려운 점도 따랐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인력을 구하기 쉬운 만큼 숙련된 인력이 이직하는 빈도가 높았다. 부민병원 관계자는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단순히 급여를 많이 줘서 붙잡기보다는 직원들이 자기계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병원 생활이 신바람 나는 사내문화를 만들었다”며 서울 진출 초기 부딪혔던 문제의 극복방안을 설명했다. 

 

서울-부산 外 분원 통한 시너지 효과


서울과 부산을 넘나드는 병원의 네트워크 구축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 10개 분원을 운영 중인 우리들병원은 임상과 학술연구 모두에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부터는 연 2회 척추전문학술지 ‘The Journal of Critical Spine Cases(JCSC)’를 발간하는 등 척추분야 학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전 병원의 의료진이 네트워크 협력체계를 갖추고 항상 지식공유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매주 금요일 아침 국내외 전 병원 의료진이 모여 영상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로의 치료사례를 토론하고 최신 의료기술을 공유하는 금요 학술컨퍼런스는 수 십 년 째 지켜오는 우리들병원의 전통이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은 “임상과 학술연구를 병행하는 이러한 풍토는 30년간 우리들병원이 척추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단단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전국 10개 네트워크 우리들병원이 동일한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을 보유하도록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원 협력 효과는 부민병원 역시 누리고 있다. 부민병원의 서울과 부산 의료진들은 물리적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한 달에 1회 이상 화상으로 의료진들 간의 교류 심포지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전반 곳곳에 있는 부서들 간에도 업무 교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이다. 부민병원 관계자는 “업무 교류 이외에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수시로 화상회의를 이용한다”며 활발한 교류 상황을 전했다.


단시간에 서울 부민병원이 안정기에 접어든 데도 부산 부민병원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부산에 축척된 병원 경영 노하우는 업무 표준화 지침이 되는 등 부민병원의 전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부민병원 역시 서울 부민병원 개원 이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에 눈을 떴다.


부민병원 관계자는 “서울이 아무래도 정보가 빠르다보니 의료 트렌드나 병원계 동향을 부산에 있을 때보다 더 빨리 접할 수 있고, 단순한 진료보다는 ‘가치’를 누리고 싶어하는 서울 고객들에 맞춰 고객관리 방법도 업그레이드 됐다”고 답했다. 바로 양쪽 병원 간의 장점을 상호 벤치마킹하는 협력구도다.

 

서울 넘어 해외환자 공략 준비


서울 정복으로 만족할 병원이었다면, 애초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서울 진출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들병원과 부민병원의 눈길이 향한 곳은 바로 ‘해외환자’다.


먼저 서울 정복을 마친 우리들병원은 해외 개척에도 선두주자로 나섰다. 덕분에 현재 중국 상하이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두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터키 이스탄불 등에 진출 및 운영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를 합치면 전체 160여 명의 의사와 1천900여 명의 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중국에서의 성공적 안착과 더불어 많은 해외 의료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기술 수출이나 합작 제안을 받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해외 진출과 기술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병원은 국내외 척추 전문의들에게 다양한 의사교육 프로그램(MISS Course), 척추전임의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지금까지 미국, 영국, 일본 등 총 27개국 300여 명의 의사들이 우리들병원의 척추의료 기술을 배우고 돌아가 자국에서 활발한 의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직접 보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이 서울을 넘어 해외 정복에 나선 우리들병원이 목표로 하는 것은 ‘지식공유’와 ‘기술전파’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척추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완치의 희망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되찾게 되길 희망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부민병원을 안정 기반에 올려놓은 부민병원 역시 해외환자 유치에 나섰다. 2015년 개원할 해운대병원은 해외 환자를 불러들이는 주역이 될 예정이다. 부산은 러시아와 비행기 직항이 연결되고, 일본과 가까운 해외환자 유치의 요충지다. 서울을 찍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간 부민병원의 선택에 들었던 의아함이 풀리는 이유다.
부민병원 관계자는 “서울에도 중국 등의 외국인 환자가 오지만, 해운대병원을 건립하면서 해외환자 유치를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목표가 있다”고 전했다.


부민병원의 해외환자 유치 도전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해운대에 병원을 건립해 외국인 환자 유치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선례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 백병원 역시 부산 백병원과는 차별성을 갖고 해외환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에까지 발을 들인 부민병원이 지향하는 목표는 ‘대한민국 전문병원의 롤 모델’이다. 정흥태 이사장은 “요즘 병원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원칙과 실력으로 성장해온 부민병원이 전문병원으로서 신뢰받는 병원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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