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마취통증 vs 비뇨기과 수가인상 희비
'부족하지만 그나마 올려서 다행' 對 '가장 어려운데 지원책 전무'
2013.08.08 11:24 댓글쓰기

[기획 3]보건복지부는 올 초 응급의료관리료 인상, 소아야간외래진료 확대, 신생아중환자실 지원 등 해당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정부의 일차의료 진료환경 개선 추진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건정심에서 보고한 ‘필수의료서비스 개선방안’의 후속 실행방안을 마련해 2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올해 중 법률 개정 추진하고 오는 201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응급실 이용이 빈번한 6세 미만 소아에 대한 야간 진료수가를 인상하고 응급의료 수가 인상을 통해 응급의료센터 운영 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생명위협을 받는 응급환자가 필수응급치료를 즉시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에, 응급의료센터는 중증질환자의 최종진료를 적정 시간 내 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에 중점을 두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관련 단체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서는 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관리료 및 6세미만 소아에 대한 야간 가산율 인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6세 미만 소아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야간 또는 심야 가산율 인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의료기관 내부적으로 배분 구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모순이 발견되면서 이 제도 역시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정책 역시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마취 사고를 막기 위해 마취 감시관리(MAC) 수가 신설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 마취과학회는 ‘마취 안정성 강화방안 TF’에서 수면내시경 등 마취시 마취과 의사의 감시관리 수가 신설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지난 3월 동네의원이 마취과 전문의에게 지급하는 마취초빙료(마취행위료 포함)는 180% 인상된 안으로 건정심을 통과했다.


건정심 통과로 전문과에 상관없이 동네의원이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할 경우 지난 5월 1일부터 마취초빙료로 19만4470원을 받고 있다.


동네의원이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할 경우 13만원 정도의 초빙료를 인정받아 왔다. 초빙료 인상으로 대략 57억원 정도의 수가가 동네의원에 투입된다.

 

"흉부외과·외과·산부인과는 그나마 나은 상황-비뇨기과는 최악"


하지만 이조차도 해당하지 않는 진료과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흉부외과, 외과 등은 각각 100%, 30% 가산을 받고 있고 산부인과 역시 정부 지원이 뒤따르고 있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비뇨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부 지원책이 전혀 없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비뇨기과 현실은 어느 진료과목보다 척박하다. 비뇨기과에서는 한국인 비뇨기 질환의 빈도가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외국의 상대가치 점수를 따라하면서 수가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누가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한 과를 지원하겠냐는 것이다.


2003년 130%를 넘기던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7년 99%를 기록한 후 점차 떨어져 2011년에는 54.9%, 2012년 43.5%, 2013년 39.7%를 보였다.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경남 지역 전공의 지원은 1명, 충북과 전북은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남지역 한 대학병원에서는 지원자 감소로 인한 인력난 때문에 전공의들이 사표를 내는 등 이미 지방병원 곳곳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비뇨기과 기피 현상을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 증가 △외과계열 기피 △낮은 수가 등을 꼽는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다”며 “일례로 방광염은 비뇨기과 질환임에도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를 찾는 경향이 있다. 비뇨기과는 성병과 같은 질환을 다루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는 “몇년째 비뇨기과 전공의를 받지 못한 수련병원이 수두룩하다”고 털어놨다.


병원 경영이 악화돼 문을 닫는 비뇨기과도 급증세다. 지난해 개업이 29곳인데 반해 폐업은 37곳에 달했다. 지난해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과는 외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비뇨기과였는데 이 중 비뇨기과만 2011년보다 폐업이 늘었다.


이형래 교수는 “비뇨기과 환자는 늘지만 의사는 줄어드는 불균형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인력난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져 양질의 진료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한상원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장)는 “저평가돼 있는 보험수가를 높이고 비뇨기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학회도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여 지원율 상승을 유도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