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기피진료과 개선안 당분간 유지'
복지부 입장 피력, 의료계 '개원 힘든 현실 고려한 장기적 대책 마련' 촉구
2013.08.09 11:26 댓글쓰기

[기획 4]흉부외과와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진료과 활성화 방안이 수차례 세상에 나왔다. 수가 인상을 통해 비용을 보존해주는 방식이다. 기피진료과는 매년 전공의 지원율이 미달을 기록한다.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도 쏟아진다.


얼마의 수가를 인상해주는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기피진료과 관련 의학회와 의사회 관계자들은 획기적인 수가 인상을 요구 중이다. 복지부는 재정 범위에서 지원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기피진료과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한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하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심의·의결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라 재정적 여력은 충분치 않다.


또 다른 형태의 수가 인상 등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의사결정은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으로 구성된 건정심 의결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올해 초 나온 활성화 방안 지켜봐야”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 필수의료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작년 11월 건정심에 최대 소요예산인 3340억원에 달하는 필수의료서비스 개선방안을 보고하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같은 시기 이태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현 인구정책실장)은 대한의학회 행사에 참석해 응급·분만·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수가 개선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이는 국정감사 등에서 임채민 전 장관이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후 올해 1월 31일 건정심에서 필수의료 수가개선 실행계획이 의결됐다. 총 1444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이 계획은 중환자실 전담의 가산금과 응급의료관리료 인상, 마취과 초빙료, 소아 야간진료 가산, 고령산모 자연분만 수가가산, 신생아 중환자실 수가가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세부적으로는 중환자실 전담의 가산금을 100% 인상했다. 응급의료관리료는 중앙과 권역 50%, 전문의 지역응급의료센터 30%, 마취과는 한 차례 보류됐다가 지난 3월 180% 인상안이 건정심을 통과했다.


소아과 야간가산은 30%에서 100%로 올랐고, 만 35세 이상 산모의 자연분만도 수가가 30% 가산됐다.  


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소청과의 야간진료 확대를 기대하면서 “응급의료와 분만, 신생아 등의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요구가 가장 많은 분만과 응급의료, 신생아 등의 수가를 올리는 것이다.


물론 소청과 야간가산을 둘러싸고는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복지부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정심을 통해 필수의료서비스 분야에 수가인상 등이 이뤄졌다”며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도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 보고를 통해서도 수련보조수당 제도 실효성이 지적됐으므로 일단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가 올해 기피진료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만큼, 당분간 또 다른 형태의 수가 인상이 이뤄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수가를 인상하려면 건정심에서 가입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6월 18일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토요휴무 가산에 약 170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수가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또 3대 비급여를 포함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에 약 9조원이 투입돼 재정 상황이 어렵다.


기피진료과 문제의 핵심은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꺼린다는 데 있다. 수련 종료 후 개원이 여의치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산부인과는 저출산에 따른 환자 감소와 의료사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개원 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구조다.


복지부의 대책이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산부인과는 저출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메이저 진료과라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산부인과학회 한 간부는 “기피진료과는 전체적으로 필수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메이저 진료과인 경우가 많지만, 타 진료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외면받는다”며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책을 통해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 만난 산부인과 숨통 트일까


기피진료과 중 산부인과가 최근 포괄수가제(DRG)로 부침을 겪었다. 7월부터 시행하는 DRG 적용범위에 산부인과 진료 대다수가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들로 구성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복강경 수술을 1주일간 유보하겠다며 DRG 적용범위 축소를 복지부에 요구했다.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산부인과학회가 시행 1년 후 논의를 전제로 DRG를 수용하면서 수술유보 사태는 일단락됐다.


김병기 산부인과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산부인과의 수술 분류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가 DRG 수용을 결의한 지 이틀 후 건정심이 열렸고, 자궁 및 자궁부속기 일부 항목의 수가를 가산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가임 능력을 보존하는 기타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자궁근종, 부속기 수술 등)의 수가를 인상키로 했다. 대상 시술은 자궁과 난소 등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장기의 병변(종양 등) 부위만을 제거 혹은 교정해 임신과 출산 능력을 보존하는 시술이다. 자궁근종절제술과 난소종양절제술, 나팔관 성형수술 등이 해당한다. 


질병군 수가에서 가임능력을 보존 시술과 관련 없는 입원료 등은 가산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정비율(0.5~0.7)에 대해서만 30% 가산하는 방식으로 수가를 올려준다.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개복수술 15%, 복강경 수술 21% 가산이 이뤄지는 셈이다. 수가 인상에는 총 18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6월 28일 진영 복지부 장관을 만나 일부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학회 임원진들은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모성사망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분쟁조정법과 포괄수가제(DRG) 시행에 따른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진 장관은 면담 과정에서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며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회는 임원진은 장관 면담 직후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을 별도로 만나 1시간여 실무적인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대화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복지부 수뇌부와 총 2시간에 걸쳐 현안을 논의했다”며 “앞으로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가동되면 좋은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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