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엄마들이 말하는 줄기세포 치료
'유일한 돌파구인데 왜 치료위해 외국 가야 하나' 주장
2012.11.11 20:00 댓글쓰기

 뇌성마비 아이를 둔 어머니들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이 한 자리에 모여 줄기세포 치료 후기를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눴다.

 

[기획 上]최근 대전 시내 한 모처에서 뇌성마비 증상의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줄기세포 치료’가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줄기세포를 알기 전까지 안 해본 치료법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줄기세포는 항상 까치발을 들고, 경직된 채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아들, 딸들의 정상적인 인생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이다. 이러한 공통 분모를 갖고 그 동안 자녀들의 치료 과정을 공유하고자 이날 한 곳에 모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제품까지 포함해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있지만, 부모들이 선택한 자가지방유래 줄기세포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국내 사용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치료보다 비용과 시간이 몇 배 이상 들지만 수 차례 진행되는 치료 과정 탓에 오는 12월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놓은 사람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들 어머니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조그마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실제 뇌성마비 아이들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됐을까. 이날 모임에서 생생하게 들려진 내용을 정리해봤다.[편집자주]

 

이들이 마련해준 장소에 들어섰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비행기 경비를 아끼기 위해 치료 차 함께 외국을 오간 탓에 친분이 쌓인 모습이었다.

 

자리에는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오는 만화영화 ‘뽀로로’ 삼매경이었다. 올 해 6살인 이 아이의 이름은 가람(가명)이다.

 

(가람이 어머니) “가람이를 임신 28주 3일 만에 조산했다. 처음에 뇌성마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커가는 과정에서 조금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자꾸만 뒤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지금에서야 그게 ‘강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땐 몰랐다.”

 

“태어난 지 7개월 째 되던 해부터 가람이를 재활의학과에 데려갔다. 소아과에도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더라. 아이의 행동이 계속 이상해서 뇌성마비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이후에도 아이의 강직이 너무 심해서 워커(Walker)를 붙잡고 걷게 했지만 계속 쓰러졌다.”

 

“어느 날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모 유명 종합병원에서 줄기세포 임상시험 피험자를 모집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마감 날이 하루 지난 상태였다. 그래도 ‘아이를 낫게만 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딱하게 보신 교수님이 모집 마감은 됐지만 연구비를 일정 부분 지원해 줄 수 있냐는 말씀을 하시더라. 감당이 안됐다. 그러다 소문 끝에 찾아낸 곳이 모 회사의 자가지방줄기세포였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뇌성마비 아이를 둔 어머니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골수줄기세포치료제도 있다지만 자가지방을 통한 치료가 그 나마 아이에게 덜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이 치료제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서 지난 2월 처음 중국으로 넘어가 치료를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중국에서 5번, 일본에서 2번 각각 1억셀씩의 줄기세포를 아이에게 투여했다.”

 

“가장 고마운 것은 현재 가람이가 내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이다. 아직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 속에서는 혼자서도 걷는다. 순간 울음이 터졌었다.”[아래자료 참고] 

 

  모 대학병원 2012년 8월 10일자 가람이 재진기록지

 

대구에서 올라온 어머니도 있었다. 아이는 참석하지 않았다. 뇌병변3급, 언어장애2급. 8살된 지환(가명)이는 백질연화증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현재 또래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다닌다.

 

(지환이 어머니) “생후 27개월 째 아이가 뇌병변인 것을 알았다. 비슷한 증상의 아이들처럼 까치발을 들고 걸었다. 처음에 한 정형외과에 데려갔다. 돌아오는 답변은 ‘아킬레스건이 짧아서 나중에 깁스 한 달만 하면 된다’였다.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만 5군데를 찾아갔다.”

 

“한글을 가르치는데 너무 힘들었다. 유치원도 안 보냈다. 어느 날 아이의 MRI를 찍게 됐다. 역시나 이상이 있었다. 결국 줄기세포 치료를 작년 9월부터 시작했다. 눈과 눈 사이를 연결하는 한 신경이 끊어져 있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고 다시 한국에 와서 MRI를 찍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놀라면서 연결이 됐다고 하시더라.”

 

“평소에는 지환이가 걷다가 잘 넘어졌다. 신경이 끊어진 탓에 시야가 좁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나서는 잘 안 넘어지더라.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것 같았다. 이후 석 달 동안 치료를 하지 않고 다시 MRI를 찍었다. 다시 신경이 끊겨있더라. 그런데도 잘 넘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현재까지 줄기세포 치료를 총 5번 받았다. 지금은 아직 증상이 많이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아이들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성수(가명)의 어머니는 현재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성수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 경비를 충당해오고 있었다. 장애1급 판정을 받은 성수는 태어나는 과정에서 저산소증으로 전신마비가 됐다.

 

(성수 어머니)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저산소증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물리치료, 한방치료 열심히 했지만 갓 돌이 지날 때쯤 돼서야 성수가 정상 궤도에 들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8월부터 줄기세포를 맞았다. 물론 부작용 등이 뭐가 있는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9번을 맞았다. 각 1억셀씩이다. 성수는 증상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양도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나마 다시 의사의 진단을 받았을 때 같은 상황의 아이들에 비해 컨디션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하더라. 강직이 너무 심해 정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았지만 이제는 맞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처럼 이 날 모인 어머니들은 현재 뇌성마비 치료를 위한 마지막 열쇠가 ‘줄기세포’라고 입을 모았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국내 허가받은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줄기세포치료제들 중 이들 어머니가 고민 끝에 선택한 치료제는 아직 식약청 허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해외에 나가서 치료를 받고 와야 하지만 그 치료만 될 수 있다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아이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발될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들로 환자들이 지금처럼 복잡한 과정없이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 날 자리에서 제기됐다.

 

최근 민주통합당 양승조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 일명 줄기세포법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했다.

 

줄기세포법은 임상3상을 거친 후 품목 허가가 이뤄지고 판매되는 불합리를 개선해서 엄격한 관리를 통해 제조된 자가 줄기세포가 임상을 거치지 않더라도 의사의 판단 하에 이식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상태다. 아울러 이 날 자리에 함께 참석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정부에 대해 뼈있는 지적을 했다.

 

서 사무총장은 “정부는 국내 해외환자 유치 및 의료관광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거꾸로 왜 우리 국민이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가야 하는가”라며 쓴 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가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기술보다 법이 우선인 경우는 없다. 최소한 법이 따라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희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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