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발길 뚝…결핵과 전문의 존폐 기로
진단 발전·치료법 대중화 등으로 환자 줄어 '유명무실'
2012.12.28 20:00 댓글쓰기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결핵’ 퇴치기금 모금이 크리스마스 씰의 목적이었다.

 

의료 발달로 말미암아 결핵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인구 5%가 결핵환자였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환자가 드물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지난 2004년 약 17만명에서 2010년 10만명으로 감소했다. 1980년대 80만 명에 달하던 환자에 비하면 약 10% 수준이다. 결핵 치료도 어렵지 않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면 전염력은 2주 안에 소멸한다.

 

환자가 줄면서 결핵과 전문의도 줄어들고 있다. 매년 4명의 전공의를 뽑지만 지난 10년간 결핵과 전문의를 취득한 사람은 단 9명 뿐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신규 전문의가 한 명도 없었고 이후에도 매년 1~3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결핵과 전문의가 줄어드는 이유는 의료 일선에 나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핵학회로 출발해 1980년대 이름을 바꾼 결핵및호흡기학회도 결핵 전문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데 동의한다.

 

황영실 회장은 “결핵 전문의가 아니라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결핵을 치료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최근 비인기과 전공의 부족 현상과 결핵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용석중 홍보이사도 “결핵환자가 많았던 과거에는 전문의 배출 필요성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도 결핵학회가 호흡기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다”며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결핵과 커리큘럼도 내과와 큰 차이가 없다. 전문의를 취득한다고 해서 특별한 잇점이 없는 셈이다. 커리큘럼도 3년 과정으로 보통 4년인 다른 과에 비해 짧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순수하게 결핵과를 전공한 사람도 거의 없다. 최근 결핵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들도 내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다른 전공자들이 연구목적 등 필요에 따라 취득하는 사람이 많다는 분석이다.

 

황영실 회장은 “내과나 소아과에서 결핵을 더 알고 싶어 취득하는 경우가 있다”며 “흉부외과 등 진로를 찾기 어려운 다른 과 전문의가 필요에 따라 취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핵과 폐지 얘기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10여 년 간 결핵을 연구해온 한 의사는 “결핵은 다른 과에서 진료해도 되기 때문에 사실 의미가 없다”며 “전통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아직 존폐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지만 결핵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과”라고 말해 폐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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