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 추세 확연 속 '과잉진료' 논란 불거져
갑상선암 환자 급증 발생률 1위, '정부 지원 전국민 대상 연구 등 시급'
2013.01.16 20:00 댓글쓰기

[초점]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갑상선암 진단에 고화질 초음파가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조기 발견이 늘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갑상선암 급증 추세 모두를 설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있다. 갑상선암 현상의 본질과 꼬리표로 따라 붙기 시작한 과잉진료 논란을 들여다봤다.

 

한국에 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이 남녀 통틀어 발생분율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암종 가운데 갑상선암(16.6%)이 위암(15.4%)을 제친 것이다. 남녀 통계를 보면 여자가 28.7%, 남자가 5.2%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살펴봤을 경우 국내 현상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갑상선암 연령표준화발생률을 보면 인구 10만명 당 79.6명으로 1순위다.


반면 2008년 일본은 인구 10만명 당 4.4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미국 역시 갑상선암의 연령표준화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15.1명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5분의 1도 안 되는 비율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일차의료 측면에서 본 의료정책의 방향’ 보고서에서 “이렇게 갑상선암이 가장 흔한 암 1위인 사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갑상선암 입원환자가 최근 10년 간 9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암 수술 증가율 역시 유사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잉진료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는 현실이다. 윤 연구위원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선 검사를 적극 권하고, 조직검사와 수술을 서둘러 해치우는 것은 돈 때문”이라며 “갑상선암이 병원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시술 의사의 위상도 상승했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암 환자가 늘어난 것은 검진 활성화가 일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의학 발달로 성능이 좋은 장비들이 임상에 도입되기 시작, 조기 발견이 늘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상선암으로 진단 내려지면 환자들은 바로 수술하기를 원한다. 어느 환자가 기다리겠느냐”고 임상 현장을 대변했다.


이처럼 갑상선암 증가를 놓고 논란이 되자 유관 학회들은 의견을 모아 2010년 진료권고안을 내놓았다. 주위로 전이된 증거가 없는 0.5cm 이하 갑상선 종양은 세포 검사도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무절제한 진단·수술을 규제하기 위함이다.


대한내분비학회 김성운 이사장은 “의사들이 돈벌이만을 위해 과잉진료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며 “이미 2010년 진료권고안을 배포했고 권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든 게 다 병원 탓” 불명예


갑상선암은 크게 잘 분화된 갑상선 암·기타 갑상선암으로 나뉘는데, 조직학적 모양이나 암의 기원세포 및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으로 구분된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완치율이나 치료 후 예후가 좋아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이는 국내 갑상선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두암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두암의 10~15%가 재발하거나 변이 문제를 일으키며, 나머지 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요 암들은 환경적 인자가 강하지만 갑상선암은 유전적 소인이 유달리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 이사장은 “최근 10년 내 스웨덴에서 유명 논문 몇 개가 발표됐다. 스웨덴은 입양이 많이 이뤄지는 나라 중 하나로 유전적 소인을 보기에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면서 “논문 결과에서 스웨덴을 1로 봤을 때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쪽은 2.5배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국내 데이터를 보더라도 가족성 갑상선암이 미국은 5% 미만이지만 한국은 2~3배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조기 검진과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는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두암의 원인이 되는 BRAF 유전자 변이가 다른 선진국은 30~50% 수준이나 한국의 경우 80%를 상회한다.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는 특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자연증가분 등 한국에서 왜 갑상선암이 많이 늘어난 것인지 그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조기 발견이 늘고 유전적 소인이 강한 민족이며, BRAF 변이나 요오드 섭취가 많은 것은 각각의 분석일 뿐 통합적으로 연구해 그 상관관계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답 모색 조사ㆍ연구 등 위해 정부 관심 필요”


이처럼 갑상선암 증가 현상이 단기간 내 나타나면서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기관 연구나 조사가 빠른 시일 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전국 단위 조사를 위해 관련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에서는 “갑상선 관련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면서 “갑상선암이 왜 늘고 있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정책적인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희숙 연구위원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질병 간 구조까지 급변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정책 당국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갑상선학회측 역시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 소견들이 있긴 하지만 이를 엮어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몇 개 병원에서 손잡고 할 수 있는 수준 보다는 전국 단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전보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민간에서의 한계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기에 정부 주도의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재훈 이사장은 “케이스가 많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차트를 공유하는 등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접은 사례도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다르게 조기진단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환자가 매해 3만2000명 수준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갑상선학회와 같은 행사에 가보면 국내 임상의학의 위상이 달라졌다. 급증 현상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한국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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