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차압된 의사들…급여 체불된 병원 직원들
의료봉사 십시일반 뜻 모았다가 경제적 위기…중소병원 경영난 확연
2012.04.09 17:22 댓글쓰기

[기획 上]의료계의 전반적 사정이 좋지 않다. 사회 양극화처럼 병원계도 그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인가 폐업하는 병원들, 그것도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운 실정이다. 법원의 파산과 회생 신청 현황을 살펴봐도 의사들의 등락이 예전과 달리 확연하다. 그럼에도 의료를 천직으로 알고 사명감에 희생과 봉사를 펼치는 뜻있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숭고한 일을 하기 위해 내딛었다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의사들이 있다. 원금 상환은 커녕 빌린 돈 때문에 가계 파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봉착했다. 또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들이 경영난에 직면, 월급이 체불되는 사정이 빈번해지고 있다.데일리메디가 최근 의료계에서 회자된 두 사례를 정리했다. 모두 결국은 돈이 관건이다. ‘돈에 울고 돈에 웃는 인생사’ 의료계라고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사례. 1>
●● 의료봉사 위해 힘 모았다가 금전적 어려움 등 낭패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병원에 빌려줬는데 원금을 받기는 커녕 대출 이자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말로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해외의료봉사라는 소신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해서 돈을 보탰는데,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보다 금전적인 어려움이 먼저 찾아와 당황해 하는 이들이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여 움직이는 의료봉사 선교단체 회원들의 얘기다. 이 중에서도 금전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회원은 대부분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한 의료봉사 선교단체 회원 20여 명은 이자와 원금을 갚아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각자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대출금을 국외의료봉사 지휘본부 역할을 할 병원 인수에 보탰다. 그러나 돈을 갚아주겠다던 병원은 현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대출금과 그에 따른 이자가 20여 명의 회원 각자 몫으로 떠 넘겨졌다. 이들이 한 달에 내는 이자만 31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모금은 ‘십시일반’ 경제적 고통은 ‘개인 부담’
지난 2006년 국외의료봉사를 위한 기지병원 필요성을 절감한 의료봉사 선교단체가 회원 후원금과 사비를 모아 서울 소재 한 중소병원을 인수했다. 이미 20억원의 채무가 있던 이 병원을 인수하는데 모금액 12억원에 일부 회원들의 돈 약 40억원이 더 보태졌다. 이 40억원은 선교단체 회원 20여명이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모은 돈이다.


개인대출까지 받아 봉사한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회원들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선교단체가 병원 운영을 통해 나온 수익금으로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외의료봉사 지휘소 역할을 할 병원 인수가 우선이었기에 각자 가능한 방법으로 마음을 보탰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이자와 원금에 대한 부담감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채무가 있어 경영이 어려웠던 병원을 구호단체와 공동 운영하기로 했는데, 병원 운영을 맡게 된 이 단체가 지난 2011년 말 돌연 이자와 원금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병원 인수에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10억원을 보탠 한 종합병원 의사 A씨는 매달 이자만 800만원씩 내고 있다. 물론 개인 몫이다. 뻔한 월급에 이자만 800만원씩 나가다 보니 당장 생활에 지장이 많다.


A씨는 “국외의료봉사 중심점 역할을 할 병원 인수는 우리의 오래된 꿈이다. 마땅한 병원이 나왔는데 인수 비용이 부족했고 좋은 뜻에 공감해 참여했다. 병원 수익금으로 이자와 원금을 낼 계획이었기 때문에 명의만 빌려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이자를 내기 위해 신용카드와 현금서비스 등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면서 “의사는 전문직이니 이렇게 두어 달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달 800만원씩 이자를 낸지 일 년이 다 돼 간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 선교단체에 따르면 20여 명의 회원이 한 달에 내는 이자만 3100여 만원에 달한다. 일부 회원은 여윳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해 이자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지만, 그러지않은 이들은 크건 작건 매달 이자에 대한 부담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대출금을 상환한 회원들도 언제 돈을 돌려받을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교단 B 회장은 “병원 인수 자금은 120여 명의 마음이 합해진 금액이다. 적게는 만원에서 오만원을 후원한 회원부터 많게는 20억원을 빌려준 회원까지 천차만별”이라면서 “그 중 40여 명은 최소 1000만원부터 최대 몇십억까지 빌려줬다”고 전했다.


그는 “여유가 있는 회원은 이자를 받지 않고 빌려줬고, 여윳돈은 없지만 자신의 이름만으로라도 돈을 빌려 쓰라고 대출받아 준 이도 있다”면서 “그중 4명은 억 단위가 넘는 금액을 개인 대출로 빌려줬다. 이들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병원 인수에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돈을 보탠 회원 중 20억원이란 가장 큰 비용을 보탠 회원 B씨. 정형외과 전문의인 그는 최근까지 선교단체가 인수한 병원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만두게 됐다.


B씨는 “제일 많은 돈을 빌려줬을 뿐 아니라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인수한 병원이니, 내 병원이다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면서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쫓겨나다시피 병원 일을 못하게 되니 감정적으로 굉장히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B씨는 허망함에 휩싸여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매달 이자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B씨는 서둘러 개원 준비에 착수했다. 돈을 벌어야 이자라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를 내기 위해 개원을 준비한 셈이다.


B씨는 “돈을 벌어야 이자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 4월 초 병원을 개원했다”면서 “20억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언제부턴가 세지 않고 있다. 너무 많아 정리하기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개원한 병원에 들어간 돈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하다”면서 “월급 압류를 겪은 회원이 있다는 말도 있고, 종잣돈이 병원에 묶인 회원도 있다. 당장 생계가 위태로워지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 “우리가 직접 병원을 운영해 망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것”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결국 선교단체는 병원 운영에 관여한 구호단체 직원들을 문서 위조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선교단체 B 회장은 “구호단체가 병원에 20억원을 출연하고 이사장과 이사 다수를 점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사실, 이 조건도 말이 안 되지만 어쨌든 이렇게 했다”면서 “병원후원회 에서 20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던 자료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대여약정서가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2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던 구호단체 직원들이 행정담당자로 병원 운영에 관여하면서 합의한 적도 없는 대여약정서를 작성한 것”이라면서 “구호단체에서는 20억원을 빌려줬다면서 채권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교단체 회원들의 경제적 고통은 형사고발 건과 별도다.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당장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금과 이자나 대출금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인수 과정에서 10억을 대출받아 보탠 A씨는 “우리 단체가 직접 병원을 운영하다 잘못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이라면 억울하지는 않다”면서 “매년 1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하는 구호단체가 재정이 넉넉하니 그 돈으로 내라는 것도 아니고, 병원 수익금으로 갚으라는 것인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한탄했다.


그동안 선교단체 회원들은 구호단체에 법적인 압박을 가하면서도 문제가 외부에 더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두 단체간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사라진 모양새다. 선교단체에 따르면, 구호단체에서 개최한 내부회의에서 협상의 의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선교단체 P이사장은 “구호단체 내부 회의에서 우리 단체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알려왔다. 전혀 책임질 부분이 없고 문제도 없다는 내용뿐이어서 실망스러웠다”면서 “구호단체 내부적으로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우리와 협상할 의지도 없다는 것”라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보면 같은 기독교인끼리 싸우는 것으로 보일까 봐 조심했었다. 이것이 법적인 압박을 가하면서도 우리 입장을 알리는데 소극적이었던 이유”라면서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사문서위조와 횡령, 배임 등 많은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제부터 지금까지와 다르게 행동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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