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A종합병원 직원 월급 지연 '빈발'
저수가 등 기인 중소병원 경영난 가중 '체불·폐업' 속출
2012.04.10 10:17 댓글쓰기

[기획 하]<사례. 2>작년 하반기 한 두차례 월급이 늦게 나왔다. 그런데 올해 2월에 또 지연됐다. 처음은 1주일이었다. 하지만 2주, 3주 간극은 점점 늘어갔다. ‘경영난’이란 에두른 변명도 벌써 몇 달째. 이제는 지쳐만 간다.


서울 강북의 A종합병원. 이 곳은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그동안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설이 낙후되고, 투자도 미미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꾸준했다.


하지만 이 병원 직원들의 월급은 한 번 밀리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그 빈도가 잦아졌다. 그럼에도 병원은 어떠한 설명도, 사과의 이야기도 없었다.


더욱이 임금체불은 행정직 등 일부 직능에 차별적으로 적용돼 반발을 더 키웠다. A병원 관계자는 “진료부는 월급이 밀리면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럴 염려가 적은 행정부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중소병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임금을 체불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전국 병원 여러 곳이 폐업하거나 임금체불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제천 모 병원도 임금이 밀리고 있다. 이 병원은 이사장이 바뀐 후 임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S병원도 일용직 요양보호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퇴사를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직을 못하는 실정이다.


폐업으로 인해 임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폐업한 울산 T병원은 2억9000만원의 급여가 체불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S종합병원이 문을 닫았다. 지역 내 유일한 종합병원이었으나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병원 폐업 및 급여 체납 사건은 형사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대구 C병원 K이사장은 지난 1월 임금체불 건으로 검찰에 기소당하기도 했다.

 

이 처럼 임금이 밀리는 이유에 대해 병원계는 중소병원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권영욱 회장은 “매출은 제자리인데 비용은 증가해 결국 급여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중소병원 경영을 어렵게 하는 의료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다른 병원을 찾을 수 있다”며 “KTX 등 교통발달로 접근성이 좋아져 환자들이 중소병원 대신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중소병원을 위한 정책은 없다”며 “전임의 제도와 간호등급제를 재검토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9년 공개한 종합병원 재무제표 분석결과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이익률은 2%로, 제조업 5.3%, 서비스업 4.6%에 비해 2배 이상 낮았다.


또 조사한 223개 민간병원 중 51곳의 평균 이익률이 -5.8% 적자였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병원경영통계에서도 전체 수련병원 240곳의 순이익률은 0.6%였고 부채 규모는 전년대비 평균 29.7%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대다수 중소병원들이 경영 부실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학인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