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손수상회장
2012.04.19 17:16 댓글쓰기

[기획 3]2002년 한국인 남녀 각각 73.4세, 80.4세 이었던 평균수명이, 2010년 기준으로 남자는 77.2세, 여자는 84.1세로 증가했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대상의 연령대도 높아졌다.

 

최근 102세 암환자 수술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고령 환자는 동반질환이 많고, 전신 마취 혹은 수술로부터의 회복이 느리며, 합병증의 빈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세 나이에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환자는 물론, 수술을 하기로 한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은 어떨까? 2000년 위의 양성 및 악성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70세 이상의 고령은 11.3%이었다. 이후 매년 그 비율이 점차 증가, 2011년에는 29.4%를 차지하게 됐다.

 

 이렇게 수술이라는 ‘적극적인 치료’를 택하는 고령 환자 증가 원인을, 단순히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술 대상 연령대의 증가로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수술적 절제가 가능했으나 수술적 치료를 받지 못한 고령 환자들을 돌아보았다.


수년의 세월 동안 많은 고령 환자들이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해서 퇴원한 고령 환자의 기억도 있지만 한편에는 고령에 따르는 동반질환 및 기초체력 저하, 불량한 영양상태와 신체활력도 등의 이유로 안타깝게도 수술이 어려웠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 발전하는 의료장비, 인력, 기술 및 제도 등으로 인해, 수년 전만 하더라도 수술이 꺼려지는 고령 환자에게도 전신마취 및 수술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령 환자의 동반질환에 대한 세부 분과와의 협동진료는 물론 중환자의학 전문의, 영양집중지원팀 등 수술 전후 필수적인 도움을 환자에게 적시적소에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필자는 의료기술의 발달이 수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결론짓기에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좀더 기억의 구석을 더듬어 보았다.

 

필자의 기억 한편에는 “죽지 못해 살고 있는데 수술은 무슨 수술?” 이라며 수술을 거부한 노인의 옛 기억도 있다. 물론, 수술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 위험성 때문에 거부한 환자도 있지만, 수술 자체를 아예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환자 스스로 수술을 거부한 고령의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여생에 대한 기대가 수술을 받건, 또는  받지 않건 아무런 차이가 없었던 것일까? 필자는 여기서 ‘삶의 질’ 이라는 개념을 빌리고 싶다.


‘삶의 질’이란, 삶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의 간격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 노인은 병이 완치된 후 여생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아 수술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삶의 질에 대한 다수의 보고를 보면, 이와 같은 삶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의 하향조절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적응’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고령 인구에서 이러한 현상을 ‘포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근래에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고령 인구의 증가로 비슷한 연령대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르는 복지, 연금 제도와 같은 노후 정책이 활성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고령인구가 미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수술을 받지 않으므로 해서 여생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의 간격이 커진다면 즉, 삶의 질이 나빠진다면, 어떻게든 수술을 받고 삶의 질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단순히 인구 고령화로 수술 대상의 연령대가 높아졌든, 의료기술 발달로 고령 환자에게도 수술이 가능하게 되었든, 아니면 수술을 선뜻 원하는 고령의 환자가 늘어났든, 분명 고령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령 환자의 ‘생명 연장’에서 ‘적극적 치료’로의 수술 패러다임 변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적극적 치료’를 통한 ‘생명 연장’을 가능케 한 ‘의료 발전’ 및 ‘고령 인구의 삶에 대한 기대치 증가’로 표현하고 싶다.


외과의사가 100세 노인에게도 선뜻 수술을 권유할 수 있는 사회. 100세 노인도 내일 아침에 어떤 커피를 마실지, 누구를 만날지 고민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사회를 필자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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