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물학적 나이, 수술에 영향 못 미쳐'
의대 교수들 '80세이상 초고령 환자 수술은 사회적 관점의 문제'
2012.04.20 06:07 댓글쓰기

[기획 2]수술받는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가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의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수술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제 나이는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아니”라며 “환자의 몸 상태가 좋으면 아무리 고령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는 의학기술이 뒷받침된다”고 입을 모았다.


초고령 환자의 수술은 의학적 개념으로 판단하기보단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는 설명이다. 의학전문가뿐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들도 이러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전체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초고령 환자가 차지하는 의료비 비중도 비례해 증가한다. 노인이 더 많이 수술할수록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고령이라고 수술 대상 제외는 비윤리적"


하지만 고령이라고 해서 수술 대상에 제외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인권 측면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노인 수술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은 영국과 일본 등이 이미 30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을 분석해왔다. 한국은 뒤늦은 감이 있다. 현재(2011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은 11% 수준이다. 오는 2018년이면 14%가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00년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은 7.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50년 한국 노인 비율이 38.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 대비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비를 억제하고자 건강보험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의료계 반대에도 포괄수가제(DRG)를 비롯한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머지않아 주치의제도와 총액계약제도가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 환자 수술 문제는 미시적인 주제일 수 있지만, 노인 인권과 의료비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작년 12월 102세 문귀춘 할머니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1909년생인 문 할머니는 직장과 대장에서 발견된 2개의 암 덩어리를 복강경을 통해 떼어냈다. 10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생존을 목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문 할머니의 수술 성공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임 할머니는 성모병원 의료진과 가족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할머니 사례에 대해 임상교수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100세 이상의 환자는 아주 특별한 사례지만, 이미 80세 이상 고령 환자들이 폭넓게 수술받고 있다고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적오도 수술장에는 통용된다.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외과)은 “이미 의료현장에서 80세가 넘는 환자를 수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 이상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수술 여부는 온전히 환자의 몸 상태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초고령 환자의 수술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게 맞다”며 “수술 이후 환자의 생존기간, 비용 측면에서 어떤 시각으로 접근할지를 전문가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외과학회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65세가 넘으면 수술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연령이 늘어 그 개념이 거의 사장화 됐다”며 “암의 진행 여부와 환자 몸 상태만 좋다면 나이 많은 노인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다”고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외국에서도 초고령 환자를 수술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위암이나 유방암 등에서 그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노인이 대상인 수술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의학적인 관점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보다 현실적인 것은 철학·사회적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여부”라고 말했다.

 

초고령 환자 수술 대세지만 '인권 or 비용' 이견 예고


초고령 환자가 수술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보건정책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다만 수술받는 노인이 많아지면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국내 의료환경을 인권과 비용 측면에서 절묘한 조합을 이루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까지 이런 문제는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이 없다. 앞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삶의 질을 따지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 이와 유사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복지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는 외면받는 경향이 있다.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사안은 전적으로 인간이면 당연이 가져야 할 인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이면 사망 전까지 누구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고, 삶의 질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초고령 환자 수술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 선임연구원은 “급속도로 발전한 의료기술의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물론 노인들의 수술이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 건강보험에 부담이 크겠지만, 이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권의 문제, 삶의 질을 따지는 보편적 관점에서 국민이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서비스라는 것이 조 선임연구원 견해다.


그는 “지금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을 규정하고 복지를 제공하는 개념은 조만간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개인의 환경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도 그런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사회 편익을 고려할 때는 초고령 환자 수술은 불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분명 초고령 환자의 수술 사례는 늘어날 것이며, 이는 의료기술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면 수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편익을 보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이라는 것이 결국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기능을 내포한다”며 ‘하지만 초고령 환자는 이런 기능에서 제외된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급여를 제한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사회적 정의에 기여하고 선진국에서 폭넓게 논의했던 주제인 만큼, 국내에서도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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