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지 확고하면 초고령수술 얼마든지 가능'
102세 할머니 수술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회과 김준기 교수
2012.04.24 11:55 댓글쓰기

 

[기획 4]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고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 100세 수술시대가 열렸다.


국내 병원은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세가 넘는 초고령 환자에 대한 암수술 성공 사례가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102세 문귀춘 할머니(102·제주시)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준기 교수.[사진] 김 교수는 1909년생인 문 할머니의 직장과 대장에 생긴 2개의 암 덩어리를 복강경을 통해 떼어냈다.


문 할머니를 시진할 때부터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김 교수는 “보통 초고령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증상 치료만 받는 경우가 많은데 문 할머니와 가족들은 완치에 대한 의지가 뚜렷했다”면서 “할머니를 처음 봤을 때 100세까지 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명하지도 않은 나를 찾아온 것은 할머니의 78세 된 의사사위가 개복대신 복강경 수술을 택하면서 인연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초고령 암환자는 건강상태가 나빠 대개 수술을 포기하고 지켜보거나 다른 치료법을 찾는데, 문 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완치에 대한 의지가 강해 수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 할머니는 전신마취 상태로 6시간의 수술을 견뎌냈다. 서로 다른 부위에서 암 조직이 발견된 데다 젊은 시절 앓았던 복막염 흔적(내부장기 유착) 때문에 수술이 길어졌다. 환자는 초고령자로 개복 대신 배에 5~12㎜ 절개창(구멍) 5개를 내고 복강경 수술로 진행했다. 암이 생긴 S결장의 중간부터 직장까지 총 35㎝ 길이의 대장을 절제해 들어낸 다음 남은 부위를 연결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 실감
김 교수는 요즘 유명세를 탄 탓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온·오프라인은 물론, 지상파까지 전 매체에 100세 수술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초고령 암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그 때문에 기자도 인터뷰 시간을 약속하고 찾아 갔지만 2시간 여를 기다린 후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연구실 앞에서 김 교수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3명의 대기자가 더 있었다.   

이번 수술이 80~90세를 넘는 초고령 환자에게도 충분히 암 수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로 기록되면서 그동안 적극적 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들의 수술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나는 100살도 안됐으니까 당연히 수술할 수 있겠죠?’하면서 찾아오는 초고령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흔이 넘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중년의 아들 손을 잡고 김준기 교수 진료실로 들어섰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 할머니는 “부산00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할머니는 “부산병원은 내 나이가 너무 많아 수술할 수 없다고 했지만 102살도 성공했으니 90살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니냐”며 김 교수에게 수술을 부탁했다.


“웃어야 할지… ”이런 일이 김 교수의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연출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고령 장수 사회가 되면서 100세 이상의 초고령자에서도 암수술이 빈번해질 것”이라며 “의료기술 발달로 고령환자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모두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 본인의 의지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자세이지만 환자의 건강상태와 합병증, 체력 등이 수술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평생 가족과 사회 위해 살아온 환자는 마땅히 치료받아야”
또 일각의 우려와 같이 건강보험재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김준기 교수는 “자연적인 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일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이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는 당당히 수술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준기 교수는 “정말 일부의 우려이긴 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을 문제로 초고령 환자의 수술이나 치료를 소극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건강보험재정이 문제라면 교통사고 나이롱환자나 보험사기 등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빠져나가는 수가부터 챙기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무조건적인 복지는 문제가 있지만 한국사회를 이만큼 살게 해준 주역이 바로 현재 초고령자들이다. 그들이 자연적인 생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수술을 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최소 침습과 로봇 등 수술 방법이 발달돼 환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사례보다 더 힘든 수술을 해내는 의사들이 또 나올 것”이라면서 “요즘 후배들이 외과가 힘들어 지원을 하지 않거나 어렵게 취득한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힘든 수술을 성공시키면서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해주는 것 또한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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