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의 인센티브 새 패러다임 주목
적정진료평가 통해 성과급 지급 대신 부족인력 충원…'진료 효율성' 제고
2012.04.29 20:00 댓글쓰기

[기획 상]병원 경영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병원계가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인센티브제도.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어렵고 오히려 구성원간 위화감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병원계의 인센티브 도입은 활성화 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금전적 보상 대신 의료진이 진료과정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인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어 병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료 목적이 수익 보다 최선의 치료가 되게 하려면 의료진이 적정한 진료 수준을 유지하며 환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병원의 생각이다. 적자를 보는 과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어려움이 파악되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의료진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대병원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적정진료평가’ 제도가 인센티브 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두차례에 걸쳐 그 내용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수익과 진료 성과는 별개문제

 

그동안 병원들은 수익과 진료 성과를 연계해왔다. 수익이 높은 의료진에게 많은 인센티브가 돌아갔고 그만큼 진료 성과도 높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울산대병원의 생각은 달랐다. 수익과 진료 성과를 연계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 하다는 것.

 

지난해 취임한 조홍래 병원장은 의료진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조홍래 병원장은 효과적인 진료 지원을 위해 ‘적정진료평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취임 초기 각 진료과에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진료과별 상황을 객관적 평가하기 어려웠던 점이 ‘적정진료평가’를 도입한 된 배경이 됐다.

 

적정진료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울산대병원 기획실 정융기 실장은 “수익적 측면과는 무관하게 의료진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병원의 특성에 맞는 지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래・입원환자・수술・검사 4개 분야 평가 표준 도출
마취과 등 진료지원부서 제외 진료과 우선 적용

 

울산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현재 150여 명.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겠지만 150여 명의 전문의 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각 과별로 담당하고 있는 업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 역시 어렵다.

 

울산대병원은 고민 끝에 외래・입원환자・수술・검사라는 4가지 지표를 도출해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진료지원부서를 제외한 의료진에게 우선 적용하고 있다.

 

한 의사가 일주일에 10번(주 5일, 오전・오후 1번씩, 1번에 3시간 30분)의 진료시간을 갖는다고 보고 한 번의 진료 시간에 의사가 소화할 수 있는 외래, 입원환자, 수술, 검사의 적정 수준을 정한 것이다.

 

외래의 경우 ▲진료실 오픈 ▲진료 시간 ▲환자수를 점수화 해 계산하고 한 번의 진료 시간에 35명, 한 시간에 1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표준외래로 정했다.

 

재진 환자는 1점, 초진 환자는 2점, 신규 환자는 3점을 부여해 개별 의료진의 업무를 점수화 하고 과별 특성에 따라 별도 기준으로 점수를 보정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신과, 성형외과 등 상담시간이 긴 진료과의 경우 환자 수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과별 특성을 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입원환자 관리의 경우 한 번의 진료시간 동안 8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환자 재원일수에 따라 같은 8명이라도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역시 별도 기준을 통한 보정을 거쳐 업무 강도가 판별된다.

 

수술은 같은 시간 동안 2건을 적정한 것으로 본다. 수술 사이사이에 의료진이 대기하는 시간도 있으므로 수술실에 환자가 도착한 시간, 마취한 시간, 수술이 시작된 시간, 수술이 종료된 시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30분 내외의 간단한 수술이 있는 반면, 장시간 진행되는 수술도 있어 수술 건수와 시간으로 의사들의 업무 강도가 보정된다.

 

검사 항목은 ‘위내시경 적정진료시간 10분’ 등의 형식으로 검사별, 의료진별로 차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울산대병원은 분기별로 4가지 지표를 통해 의사들의 업무 강도를 체크하고 있다.

 

정융기 기획실장은 “대학병원 교수들인 만큼 진료, 교육, 연구를 모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다”며 “시행 초기 단계지만 총 10번의 진료 시간 중 8번 정도 표준 진료를 하고 나머지 두 번의 시간은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는 것을 가장 적정한 진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도출된 평가지표는 업무보고 회의에서 집중 논의된다. 진료과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특화부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특정 진료과에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는 경우 즉각적인 인력투입 결정이 내려진다. 물론 진료과 혹은 의료진의 수익과는 별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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