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사람' 울산대병원 인센티브 성공할까
적정진료평가 통해 성과급 대신 부족 인력 충원…'진료 효율성' 제고
2012.04.30 20:00 댓글쓰기

[기획 하]병원 경영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병원계가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인센티브제도.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어렵고 오히려 구성원간 위화감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병원계의 인센티브 도입은 활성화 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금전적 보상 대신 의료진이 진료과정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인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어 병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료 목적이 수익 보다 최선의 치료가 되게 하려면 의료진이 적정한 진료 수준을 유지하며 환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병원의 생각이다. 적자를 보는 과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어려움이 파악되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의료진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대병원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적정진료평가’ 제도가 인센티브 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두차례에 걸쳐 그 내용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업무보고 통해 즉각 대응…합리적 의사 결정 도움

 

울산대병원은 올해 초 업무보고 회의를 통해 신생아중환자실 인력 추가 투입을 결정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현재 인력만으로는 적정한 진료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 측은 “그동안에는 문제점 파악 후 해결책 마련까지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그러나 적정진료평가 시행 후 의사결정 과정이 빨라져 보다 신속히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지표를 두고 논의하기 때문에 의료진 사이에 의견조율이 원활하고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간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졌던 일부 업무들이 평가 지표에 반영되면서 의료진 스스로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들이 표면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과중한 업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지 못했던 의료진들의 고충을 병원이 먼저 파악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적정진료 평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취과 등 진료지원과도 확대 적용…일부 병원 벤치마킹 관심

 

울산대병원 의료진들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병원 측이 스스로 최상의 진료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반갑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의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노출되고 점수화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평가 자체가 의료진을 서열화 하기보다는 고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가 많다는 게 전반적 분위기다.

 

울산대병원은 올해 안으로 현재 평가에서 배제돼 있는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진료지원 부서 의료진도 평가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정융기 획실장은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은 고려해야할 팩터들이 여타 진료과와 다르고 평가 요소들도 많다. 올해 안으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마련된 상태며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평가 기준을 보다 세밀화, 표준화 하고 도출된 평가 결과를 정확히 분석해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도출된 평가 결과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위암 수술이 급증해 해당 의료진의 업무가 급속이 늘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을 경우 병원은 지역 내 위암환자 증감 추이 및 내원 환자 추이 분석을 통해 이 평가 결과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즉각 대응해야할 문제인지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원내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또는 의료계 전체의 흐름을 결과분석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환자가 직접 의사의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등 병원이 관여할 수 없는 업무과중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지속 중이다.

 

정적진료평가가 성과를 보이자 일부 병원은 이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윤여규 원장으로 수장을 교체하고 대대적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울산대병원의 적정진료표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획조정실장 등을 울산대병원에 파견해 직접 제도 운영 방식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간 운용한 인센티브 제도만으로는 병원 운영의 효율성을 꽤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은 “업무가 과도하게 많은 의사들은 진료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결국 병원과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의료진이 환자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진료환경 표준화를 유도하는 것이 병원과 의료 발전을 이끄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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