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학회 막바지 키워드는 '국제행사'
봇물 터진 학회 국내 유치…‘재정 마련’ 최대 과제
2012.06.17 20:00 댓글쓰기

6월이 중순에 접어들면서 각 전문 학회들의 춘계학술대회 대장정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의사들의 가장 큰 축제이자 학술 교류의 장(場)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공정경쟁규약, 제약계 약가 인하 정책과 맞물리면서 다소 침체된 기류는 이번 춘계 시즌에도 이어졌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트랜드와 분위기를 데일리메디가 짚어봤다.[편집자주]

 

[기획 上]국내 학회들의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역할이 됐다. 특히 국제행사 유치로 세계 석학을 모으고 최신 지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되고 있다.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국제ㆍ세계학회 유치 및 개최’는 많은 곳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거리였다.

 

대한안과학회는 이번 춘계 시즌 때 제27회 아시아태평양안과학술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더욱이 유럽안과학회와 동시에 개최하게 되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초청연자 750명에 250개 세션, 2100개 이상의 프리젠테이센 주제와 700개의 포스터 및 비디오 발표가 이뤄졌다.

 

안과학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 개최는 한국이 안과 치료에 있어 세계적 표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번 학회는 참가자 직접 지출 비용 80억 원, 약 1500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하는 등 그 효과와 규모가 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시관 한 층 모두를 부스로 채울 정도로 업체 참여도가 상당히 높았다”며 “지난 해 역시 한중일 안과학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 국제학회 동반개최를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행사 개최지 ‘한국’ 부상…국내 치료ㆍ연구 수준 바로미터 

 

당장 오는 10월 열리는 국제행사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학회도 있다.

 

대한면역학회는 10월 7일부터 5일간 대구에서 열리는 제12회 국제수지상세포학술대회(DC2012)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굵직한 준비 작업을 마무리 짓고 세부 조율이 한창이다.

 

전 세계 20여개국, 약 1200명 규모로 개최되며 600명 이상의 외국 연구자들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외국연자 역시 60명 정도로 국내 면역학 분야의 보기 드문 행사가 될 전망이다.

 

학회 관계자는 “면역학 분야의 변방격인 한국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됨에 따라 국내 연구자들에게는 국제적인 정보교류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분야 석학들은 일본은 방문해도 한국에 쉽게 오지 않았다”면서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발길을 주지 않는다. 이번 대회를 필두로 세계면역학회 유치 등 새로운 기회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역시 내년도 서울에서 열리는 제20차 세계이비인후과학술대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 번 놓치면 잡기 어렵다는 4년 주기 행사기 때문이다.

 

학회 측은 “국제학술대회는 곧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와 같다”면서 “전반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회인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비인후과학회는 아시아에서 두 번 째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조직위원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성공적 개최를 이끌겠다는 의지다.

 

어렵게 유치한 국제행사…침체 분위기ㆍ재정 문제 ‘걸림돌’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제 행사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축배를 들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경쟁규약 상 국제행사에는 큰 제약이 없으나 쌍벌제 여파와 제약계 약가 인하에 따른 침체된 학계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행사 개최에 소요되는 재정적 비용 마련이 쉽지가 않다. 국제 행사를 준비 중인 한 학회 이사장은 “부스 모집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면서 “국내 회사 부스가 따라줘야 하지만 이것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국제행사에 왜 우리가 해야 하나 식”이라고 토로했다.

 

2015년 세계중환자의학회 유치를 앞둔 대한중환자의학회 역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학회 관계자는 “어렵게 세계학회 유치가 결정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서도 “조직위원회 일을 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확보나 운영 전반이 사실상 가장 중요하다”며 “자구책 중 하나로 국제회의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또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어 발품을 팔며 최대한 후원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자구책 모색은 학회비 외에도 회원들의 주머니를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부터의 충당이 어려우니 내부적으로 미약하게나마 활로를 찾아보자는 차원에서다.

 

2016년 제주도에서 개최될 제13차 세계견주관절학회를 위해 대한견주관절학회원들은 십시일반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학회 소속 일부 개인병원장들의 경우 1000만원을 선뜻 내놓는 등 회원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회 관계자는 “현재 제약 및 각종 기계회사로부터 후원을 받는데 많은 제한이 있다. 원활한 학회 준비의 어려움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국제행사는 제약이 덜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발적 기부는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다방면의 재정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경쟁력 갖춘 학회라면…‘국제학회 격상’ 사례 주목

 

이처럼 국제행사 개최와 치료 수준 발전 등으로 다각도의 재조명을 받은 학회들은 국제화의 정점을 찍고자 국제학회로의 격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높아진 학문적 성과에 대한 국제적 의무를 지키려는 사명감과 더불어 국내의 척박한 의료 현실과 맞물려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서려는 복안인 셈이다.

 

의학회의 학술활동 평가 당시 만점 획득과 연달아 우수학회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등 기반을 다져온 대한영상의학회가 학술대회의 국제화를 천명한 이후 격상을 이뤄낸 바 있다.

 

한 의학계 인사는 “실제 국제학회 기준을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국제학회 격상 시 후원 등에 있어서도 지금보단 넓은 기회가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모 학회 총무이사 역시 “국제학회 격상에 대한 부분을 최근에 와서 알았다”며 “학회 차원에서 검토해볼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적으로 교류 기반을 닦아놓고 국제화를 준비해 온 학회라면 국제학회로의 전환도 어렵지만, 또 다른 도전과 기회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학회 측은 “일부 학회가 국제학회 격상에 관심을 두는 것이 후원의 숨통을 트기위해서만이 아니다. 관심이 있다고 모두 다 되는 것도 아니”라면서 “실력과 전반적인 사항이 갖춰졌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화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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