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섭외·부스 신청·등록비 등 학회 골머리
쌍벌제이후 재정 악화 실감…'활로 모색·회비 인상 등 궁여지책 고심
2012.06.18 20:00 댓글쓰기

6월이 중순에 접어들면서 각 전문 학회들의 춘계학술대회 대장정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의사들의 가장 큰 축제이자 학술 교류의 장(場)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공정경쟁규약, 제약계 약가 인하 정책과 맞물리면서 다소 침체된 기류는 이번 춘계 시즌에도 이어졌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트랜드와 분위기를 데일리메디가 짚어봤다.[편집자주]

 

[기획 下]학회 창립 이래 매년 학술대회를 치르는 학회들로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무리가 없던 일들이 의료계 현실이 척박해지면서 학회들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메인학회는 큰 타격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 중에는 고육지책으로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회 간 빈부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호텔·컨벤션 대세지만 비용 고려 틈새전략 추진

 

2012년 춘계학술대회가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개최됐다. 최소 수 백 명 이상 되는 등록 회원들을 감당할 수 있으며 여러 개의 발표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 학술대회 특성 상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호텔과 컨벤션센터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학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에 이들은 대학이나 병원 강의실 등을 잡아 비교적 저렴하게 학술대회를 치르고 있다.

 

대한의료윤리학회의 경우 학술대회 장소로 주로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 지역 의과대학 강의실의 경우 접근성도 뛰어나고 저렴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학회들에게 최고 인기 학장소로 꼽히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를 한 의과대학에서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고려됐지만 대관료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저렴한 장소를 찾아 단골 학회 장소로 섭외해 놓고 있는 곳도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관계자는 “사실 충성도도 서울 개최의 주요 이유”라면서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여는데 호텔은 비싸 대관이 가능하고 학회 개최에 적합한 단골 장소를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규모 때문에 지방 대형 컨벤션센터를 이용했지만 장소 섭외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텔을 주로 이용하는 학회들 역시 부담감은 마찬가지다.

 

대한통증학회 측은 “한 지방 컨벤션도 대관료가 2000만원이 넘는다. 점심 등까지 더하면 지방이라도 서울 개최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서울의 경우 시내 대부분 호텔은 너무 작고 불편하고 큰 호텔은 비싸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 때 서울 호텔에서 개최한 한 학회 역시 “지방 개최 시 사전 답사를 가면 비싸더라도 좋은 곳이 더 눈에 들어온다. 새로 지은 컨벤션의 경우 숙박은 별도로 잡아야 하지만 그래도 공간이 넓고 좋아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며 “돈은 아껴야하고 괜찮은 곳은 비싸고 난감하다”며 고충을 전했다.
 
“불안한 부스 참여율에 근심 깊어져”

 

공정경쟁규약이 적용되면서 전시업체 참여율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메인 학회는 여전히 짜임새 있게 부스를 확보, 학회장 입구에서부터 북적이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저조한 성적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 학회 임원은 “국제학회 얘기를 들어보면 부스가 거의 백화점 수준인 학회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곳은 일부로, 대부분 위축된 분위기 때문에 부스 참여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부스 참여가 갈수록 저조해 활로 모색에 집중하는 학회도 늘고 있다. 특히 관련 약 퇴출 후 시장 사정이 달라지면서 제약회사, 약으로 승부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관계자는 “부스 모집이 힘든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도 약가 인하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제약회사 부스가 줄었지만 비만의 경우 부스의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는 질환이다. 도시락과 같은 푸드업체나 체중계 회사 등 약 이외의 전시업체 참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한간학회도 “지난 해엔 참여했으나 2012년엔 빠지는 등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려했고, 대한면역학회의 경우 “특정 질환이 정해져 있는 학회가 아니다보니 제약 후원이 애매하다. 재정적으로 늘 고민이 많다”, 대한외상학회 역시 “외상외과 특성상 본래 부스 참여가 적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등록비 조금씩이라도 올려야 숨통 트여”

 

이처럼 학술대회 개최에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결국엔 등록비 인상을 고육지책으로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료계 밖에는 도저히 길이 없으니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학회원들의 부정적 민심에 따른 외면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올려놔야 충격파가 덜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임원은 “이번 학술대회 등록비는 지난해 대비 약 10% 인상된 것”이라면서 “의료계 내부 상황도 좋지 않고 리베이트 단속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인상 예정이며, 점차 올리다보면 2~3년 내에는 100% 더 인상할 수도 있다. 회원들의 반응을 참고해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등록비를 한 번에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등록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학회 관계자는 “등록비 인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돼 불가피하게 결정했다”면서 “1만원 올렸다. 1만원일지라도 많은 고민을 했다. 개원가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원씩이라도 올려놔야 나중에 충격파가 덜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회 역시 “워낙에 각박해 이제 회원들도 어느 정도 등록비 인상에 공감하는 듯 보인다”며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