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제약계 법정싸움은 '진행형'
2012.07.25 16:40 댓글쓰기

[기획 3]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제약계는 처절함 속에서도 반드시 승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당장 약가인하로 인한 따른 매출 타격 등의 손실 금액을 승소를 통해 메워야 했고, 어쨌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상황 속에서 소송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제약산업에 적용된 일괄 약가인하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있어, 생존과 직결시키는 문제에 맞닥뜨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했다. 물론 정부의 입법예고 전부터 업계는 궐기대회를 여는 등 집단 소송을 위한 단결을 외쳐왔지만, 정부라는 골리앗과의 법정 싸움에서 제약계는 발만 담근 형국이었다. 또 앞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30개에 달하는 제약사들의 원료합성 소송은 그나마 법원이 제약계의 손을 들어주며 한 숨을 돌리게 했다. 비슷한 시기, 진행 중인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조작사건 소송도 업계에 행운의 여신이 따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정부와의 법정 싸움으로 기록된다. 철원 발 공중보건의 리베이트 사건은 제약사의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를 통해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맞붙은 제약사들도 역시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와 제약계의 끊이지 않는 법정다툼을 다뤄봤다.

 

일괄 약가인하    
올해 초 한국제약협회에 등록된 200곳의 제약사 중 5개 회사만이 정부와의 싸움에 뛰어들어 업계 이목이 집중됐던 사안이 있었다.


제약업계 전체가 정부로부터 일괄 약가인하 폭탄을 맞았지만,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 5곳만 정부를 상대로 겁 없이(?) 소장을 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5개 회사가 모두 일괄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취하하면서 업계 전체는 53.55% 약가인하 폭탄을 맞게 됐다.


당시 제약협회 이사장이었던 일성신약의 윤석근 대표가 먼저 소장을 제출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이끌었지만, 결국 소 취하를 결정했고 이후 협회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윤 대표는 업계 불운의 사나이로 비치는 모습이다.


소송에 참여했던 회사는 ▲일성신약 ▲KMS제약 ▲에릭슨제약 ▲다림바이오텍 ▲큐어시스 등 5곳이고 모두 중소 제약사다. 앞서 협회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윤 대표와 불편한 기색이었던 대형 제약사들은 소송 행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은 모두 취소되거나 흐지부지 됐다. 이후 현재까지 소장을 제출한 ‘영웅’은 없었다. 때문에 지난 4월 1일부터 기등재목록 의약품들의 일괄 약가인하는 그대로 진행된 가운데, 업계는 쓰디쓴 실적 저하를 예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료합성 소송
국민건강보험공단과 30개에 달하는 제약사들간 ‘원료합성 소송’은 제약계의 완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회사에 대해 원료합성 생산방식을 위탁생산으로 변경했음에도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고지하지 않은 점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된 2011년에 앞서 공단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그 중 국제약품이 약 1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동국제약의 경우 17억원, 동화약품 16억, 영진약품 5억 그리고 이연제약 57억, 종근당 10억, 한미약품 19억, JW중외제약 3억원 등 총 300억원대의 대규모 소송이다.


지난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16민사부)에서 재판부가 공단 측이 코오롱제약과 일화제약, LG생명과학 그리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 5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원료합성 소송에서 공단의 손을 들어준 경우 외에 공단은 대부분 완패했다. 각 회사마다 각기 다른 법정에서 2심 재판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원료합성 변경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공단 측 제시 내용과 관련해 “긴 시간이 지난 것은 묵인한 것과 동일하다”며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원료제조원 변경신고를 한 점을 미뤄 봤을 때, 원료합성 특례규정을 고의로 악용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조작 사건
지난 2005년 말 생물학적동승성시험 수행기관인 한 약학대학 내부인으로부터 시험결과 조작이 국가청렴위원회에 고발되면서 촉발된 생동성 조작 사건도 현재까지 법정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공단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부당청구 급여 문제를 놓고 연루된 90개 가까운 제약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현재 2심 공판 중에 있다.


올해 만 봤을 때, 지난 1월 신일제약과 의약품수출입협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공단이 승소했지만 그 외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대체로 생동성 조작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부당이익 청구 등은 불인정하는 분위기다.


가장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20민사부는 공단이 청구한 ▲구주제약 외 10명(뉴젠팜·동구제약·동성제약·슈넬생명과학·영일제약·한국웨일즈제약·일화제약 등) ▲알리코제약 외 16명(슈넬생명과학·파산채무자 아이비진·드림파마·한국콜마·미래제약·대한약품공업·일화·테라젠이텍스·영풍제약·세종제약·스카이뉴팜·대우제약 등) ▲유니메드제약 외 9명(대웅제약·안국약품·코오롱제약·드림파마·한미약품·랩프런티어 등)에 대한 3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정위 국내 최초 적발 ‘역지불 합의’
지난 해 10월 국내 최초로 ‘역지불 합의’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되면서 GSK와 동아제약이 과징금 51억7300만원을 부과받은 사건은 현재 이들 제약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항구토제 신약 ‘조프란’을 보유한 GSK가 해당 의약품의 제네릭 ‘온다론’을 출시한 동아제약에 소(訴)를 취하하는 대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밝혔다.


특허분쟁 중 화해에 이른 경우 일반적으로 복제약 보유 회사가 신약을 가진 회사에게 합의금을 지불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반대로 경제적 이익이 제공됐기 때문에 일명 ‘역지불 합의’로 일컬어졌다.


지난 5월 24일 서울행정법원 제7행정부 법정에서 있었던 변론에서 GSK 측 변호인은 “회사가 동아제약의 온다론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양 쪽 회사들은 화해했고, 동아제약이 특허 침해를 하지 않겠다며 온다론을 철수 시킨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조프란 등을 판매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계약한 것이지, 공정위가 주장한 대로 회사가 동아제약을 구슬러거나 협박해 온다론을 포기하게 만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위 측 변호인은 “GSK가 특허 침해를 한 동아제약에 대해 보상을 받는 대신 오히려 대가를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정당화 했다.

 

철원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 제도
2009년 철원 공중보건의 리베이트 사건 관련, 약가인하 취소소송 첫 선고에서 법원은 종근당의 청구를 기각하며 남은 6개 제약사들의 판결 역시 비슷한 흐름을 예상케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31일 동아제약을 시작으로, 한국휴텍스제약, 구주제약, 영풍제약, 일동제약 그리고 한미약품은 정부를 상대로 연달아 승소하며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 효용성을 무색케 만들었다.

 

법원은 대체로 “해당 보건소를 제외한 다른 보건소들의 적발 사례가 포함되지 않아 복지부의 정책 추진은 표본성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들 회사는 리베이트에 따른 약가인하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한편, 패소 소식을 받은 복지부 보험약제과 류양지 과장은 지난 6월 8일 ‘정부의 보험약가 정책의 주요 방향 설명회’에서 “이번 법원 판결로 리베이트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하면 안 된다. 향후 제도를 보완해 처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를 통해 이들 7개 회사에 약가인하를 적용시킨 품목은 모두 131개로, 전체 인하폭은 최소 0.6%에서 최대 2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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