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vs 韓, 의료기기·침 등 불붙는 '소송전'
상호 영역침해 법정다툼 뿐 아니라 개인적 명예훼손 고소 불사
2012.07.26 22:11 댓글쓰기

[기획 4]최근 의료계에서 소송이 범람하고 있다. 약가인하, 영상장비수가 인하 등 과거 소송 대상이 아니던 것들도 법정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반면 특정 행위가 어떤 직역의 전문적 범주인지를 따지는 영역 분쟁은 전통적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의사와 의사들 간 법정 공방이다. 최근 의사와 한의사 간 법적 분쟁은  비난, 비방 성명을 넘어 벗어나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환경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규제가 강화되는 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하는 의료기술은 기존 전문성의 성역을 훼손하고 있다. 이에 자신들의 진료영역을 지키는 전략으로 소송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와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상홍 간 직접적인 고소는 자제하면서도 검찰이나 보건소 등 유관기관의 힘을 빌리는 고발을 선호하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간 상호 고발, 고소는 크게 양측의 대표적 의료기기인 진단기기와 침을 둘러싸고 점입가경 형국으로 치닫는다.

 

*IMS는 醫-韓 어느 영역의 시술인가
IMS 사례는 한의사가 의사를 고발한 사안이다. IMS가 한방에서 사용하는 침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으나 여전히 상호간 고발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당시 강원도 엄모 원장이 환자들에게 침을 이용한 시술을 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관할 보건소가  단속에 나서자 엄 원장은 “침술이 아니라 IMS”라고 주장하면서 과연 IMS가 의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느냐 여부가 법적 분쟁이 됐다.


이 재판은 항소에 항소를 거듭해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그 동안 IMS를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으려던 의협의 계획이 발목을 잡혔다. 복지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에 논의하겠다며 신의료기술 심의를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엄 원장의 시술이 의사가 할 수 없는 행위라는 판결로 해석한 한의협은 이를 토대로 IMS 또는 침술과 유사한 행위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IMS와 관련된 고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시의사회는 IMS로 회원들이 고발당하는 일이 잦아지자 공문을 통해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고발을 진행한 부산시한의사회 관계자는 “IMS라고 하지만 그에 맞는 형식을 지키지 않는다면 침과 다를 것이 없다”며 “현재 4건을 고발해 1건은 무혐의, 3건은 법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초음파·X-Ray 등 진단기기 넘보는 한의계


의료계 역시 한의사를 상대로 불법 진단기기 사용의 명목으로 고발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재판 역시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다. 한의원에서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다가 적발됐는데 의료기사 지도권에 대한 해석을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현행법상 의료기사 지도권을 갖는 것은 의사와 치과의사 뿐이며 이들과 의료기사만이 초음파 장비 등을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판결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일어나던 고발 사건은 더 늘어나 한의협이 꾸린 의료기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TF(위원장 최문석)는 현재 초음파기기 및 고주파치료기, 광선치료기 사용으로 고발된 한의사들이 약 2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협은 현대의료기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한의협은 고소, 고발 초기 단계부터 개인이 아니라 지부나 중앙회와 함께 대응할 것과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매뉴얼 또한 제작·배포했다.

 

*명예훼손 송사도 진행


의료계와 한의계 간 영역 다툼뿐만 아니라 상호 감정이 격화돼 명예훼손 고소도 발생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소송은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유용상 위원장에 대한 한의협 측 고소다.


유용상 위원장은 지난해 초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모이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침술 미신에 일침을 놓을 때가 됐다’, ‘대체의학은 사실 없다’는 등 한의학이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이에 강력 반발한 한의사협회는 즉각 광고를 내리도록 하는 한편 유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유용상 위원장은 지난 5월 명예훼손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는 아직 조사 중이다. 유용상 위원장은 앞으로도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양측의 대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천연물신약을 놓고도 격돌 양상이 불거질 태세다. 한의계가 “의사들의 천연물 신약 처방이 불법”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6월19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는 “한의협은 더 이상 전과자 양성을 그만하고 자중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가 공식적으로 천연물 신약과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견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醫·韓 재야단체 간 고소·고발 이어져


의협과 한의협 등 두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 외에도 재야단체에서도 서로를 고발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전국의사총연합(공동대표 이주식, 김성원, 강대식)은 지난 1월 한의원 10여 곳을 무자격자에 의한 시술 및 의료기기 사용, 채혈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의총은 “한의사들이 초음파나 치료기 등 현대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사용해 그 폐해가 큰데도 정부가 눈을 감아 왔다”며 고발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최근에도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反) 한의사 의지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한의계 측에서도 대한약침학회(회장 강대인)가 경만호 전 의협회장을 고발했다. 한의사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 약침을 임의 취득하고 이를 사용했다는 혐의다.


이는 의협에서 식약청 관계자와 면담할 때 약침 샘플을 가져가 제시한 것과 약침학회를 무허가 불법의약품 제조와 유통으로 고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약침학회 강대인 회장은 “조제와 제조를 혼동하고 법적 기준도 없으면서 고발을 일삼는 행태는 보건의료계 맏형인 의협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의사가 한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약침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양측 격돌에 검찰이 중재 권유하기도


의료계는 한의사들이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사례를 찾아 관할 보건소에 고발하고 있으며 한의사들 역시 의사들이 유사 IMS 행위를 하는 것이 침술이라며 맞고발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너무나 많은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이 “상호 고발을 자제하라”며 중재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올해 초 의협은 IMS 관련해 고발당한 의료기관이 34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IMS를 방치할 경우 구당 김남수 옹의 침술과 같이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한 한의협 측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협과 한의협이 첨예한 주장을 펼치자 검찰은 의협에 의과대학 등에 사용되는 IMS 강의 교재를, 한의협에도 역시 IMS 시술 의사에 대한 고소·고발 자제와 함께 IMS 교재에 대한 분석과 검토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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