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광고 경쟁 부작용 ‘속출’
연예인 등 거액들인 스타마케팅도 실효성 일시적
2012.10.16 11:20 댓글쓰기

만성화된 불황에 이어 심화된 경쟁은 개원가의 일상이 됐다. 고객 잡기에 분주한 메디컬 시장은 과열 경쟁 탓으로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물 옥상의 광고판, 버스 내외부 전면 광고, 지하철 디스플레이광고 등 옥외광고에서 이제는 인터넷 키워드 광고와 같은 온라인 유저를 향한 마케팅 활동까지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병원은 홍보 및 광고대행 업계의 큰손이 됐다. 개원의 인식이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에 무관심했던 급여 진료과마저 이제는 지갑을 여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병원 홍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건보 적용 진료과 개원의들이 올해 들어 병원을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를 문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치과 등 일부 비급여 진료과목 병·의원이 클라이언트의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이비인후과, 내과 등 급여 진료과목 의료기관까지 늘어나면서 병원에 대한 홍보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금전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효과는 뒤따르지 못한다. 광고대행, 스타마케팅 등으로 접근하는 사기 사건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옥외 광고판 두고 ‘비용 부담’ 고민     
서울 강북에 위치한 척추관절 전문병원 A병원은 근처 건물의 대형 옥상광고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척추전문을 표방하고 있는 한방병원에 이어 최근에는 관절전문 T병원이 광고판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광고판이 위치한 건물은 차량 통행이 많은 사거리의 한 모서리에 위치했다. 높이는 5층에 불과한데 연면적이 넓다. 삼각뿔 형태의 광고판이 설치돼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호대기중 운전자의 자연스러운 시선이 머물게 되는 이곳은 옥외광고판으로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평가다.
병원 건물을 신축, 18층 98병상을 갖추면서 강북권 최대규모로 주변 일대 랜드마크격이 된 A병원으로서는 건물 바로 옆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광고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근거리에 내걸린 경쟁 병원 광고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광고를 하자는 생각으로 가격을 알아봤지만 1년 10억원에 가까운 금액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A병원 관계자는 “바로 옆에 위치한 광고판에 거액을 들일 만큼의 가치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병원의 광고가 계속 올라오다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하대병원 등이다. 

 

다른 병원 앞 대형광고판 논란 


인천에서는 다른 병원 정문 앞에 버젓이 광고를 낸 B병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남구와 부평구·계양구에 위치한 건물 옥외 광고탑에 자신의 병원을 알리는 광고 간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부평구에 설치된 간판은 인근 병원과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았고, 남구에 설치된 간판 또한 인근에 위치한 다른 병원과 100m 남짓 거리에 불과하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B병원의 간판 설치를 두고 도의적이지 못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역 C병원 관계자는 “B병원이 새로 설치한 간판은 마치 그곳이 B병원인 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규모로 인근 병원 간판보다 훨씬 크다”며 “B병원은 다른 지역 병원 앞에서 환자 유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의사회 또한 B병원의 간판 설치에 대해 검토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시의사회 측은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민원 등이 접수된 사실은 없지만 문제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병원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간판이 설치된 부평구와 남구 인근 병원은 준종합병원”이라며 “특정 분야 전문병원인 우리 병원의 간판이 설치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급격히 줄어 걱정인 D피부클리닉 D 원장에게 최근 한 업체가 이색 제안을 했다.


유명가수와 연기자가 즐비한 엔터테인먼트회사 계열의 홍보대행사라고 소개한 이 업체는 D 원장에게 한달에 일정비용을 지불할 경우 유명 연예인이 이용하는 병원으로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D 원장은 계약금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매달 일정액을 관리료로 지불키로 계약한 후 병원 벽에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 가수에서부터 중견연기자 사인을 걸었다.


또 이들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도 대기실에 비치했다. 간호사들은 환자가 D 원장과 해당 연예인의 친분을 물어올 때면 적당히 둘러댔다.


처음에는 환자가 조금 느는 듯 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다시 환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D 원장은 지역의사회에서 만난 다른 원장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위 ‘스타마케팅 전문업체’라고 소개했던 그 업체는 D클리닉 말고도 인근의 다른 병원들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고, 연예인 사인이 걸린 곳이 인근에만 수 곳이라는 것이다.


한 홍보전문가는 “한 때는 효과가 큰 홍보방법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진료비를 대폭 할인하거나 무료로 치료해주는 경우도 있고,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실질적으로 환자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비용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내부 마케팅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적극적 광고 공세 ‘오히려 독(毒)’
얼마 전 개원한 E클리닉의원 E 원장은 환자유치를 위해 개원과 동시에 적극적인 광고 공세를 펼쳤다. 이 원장의 계획대로 환자는 증가했지만 막상 병원에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결과가 야기됐다.

 

환자가 늘어난 것까진 좋았지만 이를 지원할 직원과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에 불만족한 환자들이 병원 게시판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병원 전체 이미지를 훼손했다.


E 원장은 “개원 직후, 환자 상담실 공간도 협소하고 직원 채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진료에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가 늘었고 이는 곧 악성 댓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B피부과의원 K 원장도 병원을 이전하면서 병원 광고를 진행했다가 낭패를 봤다. 의욕에 넘쳐서 개원 한 달 전부터 광고를 시작했던 게 문제였다.


신규 레이저장비를 들여 놓는다는 내용의 광고를 보고 환자가 찾아왔지만, K 원장은 개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장비를 받지 못해 환자를 되돌려 보내야 했다.


K 원장은 “신규 장비로 시술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환자는 결국 짜증을 부리며 나간 후 병원 게시판에 부정적인 글을 올렸다”면서 “주변 아파트 주민이 주 타깃인데 괜히 나쁜 입소문이 더 확산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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