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범람, 비용 대비 효과 실증적연구 필요'
이경권 대표 변호사(법무법인 대세)
2012.10.22 18:39 댓글쓰기

헌법재판소에서 의료법상의 광고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지 4년이 지났다. 법을 개정할 시한만 정해 두고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당시 의료법 전면 개정으로 정신 없는 보건복지부를 도와 규정을 함께 만들었던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다.

 

솔직히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결정이 내려진 이후라 어쩔 수 없이 규정을 만들어 초기 광고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달리 의견을 피력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을 살펴보니 나의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남 길거리를 걸어보라. 건물마다 커다란 의료기관 간판이 보이고, 지나가는 버스마다 의료기관 광고가 있으며, 지하철 벽이나 LCD화면은 물론 안내방송에도 의료기관 광고가 나온다.


이뿐이랴. 마을버스 안내방송에도, 쿠폰 북에도, 전단지에도, 온통 의료기관 광고 밖에 없다. 컴퓨터를 켜고 성형이라는 단어만 쳐보라. 무수히 많은 의료기관의 홈페이지가 검색된다. 인터넷 기사 옆에 보이는 선정적인 내용의 배너를 클릭해 보면 대체로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급기야 유명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 정중앙에도 의료기관 배너광고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금액이 기천만원 아니 그 이상 하는데도 말이다.


왜 이렇게 의료기관은 광고를 많이 할까? 성형외과나 안과, 피부과와 같은 비급여진료 위주의 의료기관들이 광고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급여 위주의 과, 소위 감기과나 치료적 수술을 주로 하는 의료기관들까지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번 뛰어든 이상 중단할 수도 없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다.


보건복지부나 보건소에는 늘 불법광고를 단속하여 처벌하라는 고발 건이 많다. 대부분은 경쟁관계에 있는 의료기관 사람들이 신고자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고발하여 전과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옛날 대학생이 귀하던 시절에는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특혜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점차로 대학교를 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진학률이 80%를 넘기에 이르렀다. 이 경우에는 대학 진학자에게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에게 차별이 주어지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50%정도만 되면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주게 된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광고를 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선도적으로 광고를 한 기관들이 어느 정도 매출 신장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면 점차로 광고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이들이 전체의 50%를 넘어가면 ‘안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고 대다수가 광고를 하게 되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문이나 잡지광고에 목을 메다가 심의가 강화되자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 키워드광고, 검색광고 시장의 성장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홈페이지 없는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


홈페이지 경우에도 처음에는 소박하게 만들었다가 점차로 많은 돈을 쓰게 돼 억 단위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즉, 위헌 결정을 받은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받았다면 이러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광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 광고가 이미 정보 제공보다는 마케팅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광고로부터 정보를 얻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설사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제공되는 올바른 정보일까? 광고주가 보여주기 싫은 정보도 제공하려 할까?


광고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광고가 시작되면 채널을 돌리는 것일까? 의료소비자들이 수많이 보여 지는 광고를 통해 의료기관을 선택할까? 위의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이 많다면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광고비다. 비급여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광고비를 진료비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으나, 급여진료 위주의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수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광고비는 100% 의료기관 부담으로 된다.


의료기관간 무한경쟁 돌파구로 광고에 의존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러한 모순적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의료기관에도 부담이 되는 의료광고를 어떻게 해야 할까.

 

2008년 의료광고시장 규모는 약 800억원(추정치)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의 경우 제약을 포함한 의료광고시장은 2198억으로 늘어났다. 시장이 자꾸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의료광고시장이 일정 정도 형성되었기 때문에 의료광고를 금지하거나 억제시키기도 어렵다.


위헌법률심판을 해도 커다란 사정 변경이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면 범람하는 의료광고를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모든 의료기관들이 광고를 하지 않으면 된다.


전국의 모든 학부모들이 동시에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사교육은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를 지키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모든 의료기관이 광고를 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그런 약속을 어기는 의료기관이 생기고,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정말로 의료광고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해 보는 것이다.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들인 비용 만큼의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처럼 너도나도 광고판에 뛰어들지 않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4년 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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