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환자 권익 대변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인
2011.10.23 11:34 댓글쓰기
[기획 4-하]"모든 사람은 건강한 삶을 소망한다. 그러나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명도 없기에 언제든지 환자가 될 수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치료 과정 전반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충분한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단체연합회가 내세우는 모토다.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기 위해 환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소비자 주체로 제 목소리를 힘껏 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환자단체가 바라는 의료환경과 정책은 어떤 것인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와 송카사모 지형식 대표, 신우회 백진영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환우회가 계획 중인 사업, 아니면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은 있다면
안 : 백혈병 환자들은 폐렴 등 감염질환으로 대부분 사망합니다.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을 잘 마쳐도 세균, 바이러스 몇 마리 때문에 그동안의 힘든 투병과 고액의 치료비 부담 등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백혈병환우회에서 현재 1대가 운행 중인 감염예방 무균차량인 ‘클린카’를 2~3대 추가로 기증받아 운행할 계획이고 저소득층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균장비를 골수이식 후 일정기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사업도 준비 중 입니다. 또한 항암치료나 골수이식 후 1년 정도 경과했지만 여전히 영화관에 가기에는 불안한 백혈병 환자들이 감염 걱정없이 가족들과 함께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클린시네마’도 3개월마다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 : 송카사모 회원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했으면 합니다. 아마 내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기자회견은 카바수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느라 몇차례 가졌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습니다. 꼭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계판막치환을 하는 의사와 기계판막치환술로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이 기계판막팀이 되고, 카바수술을 하는 의사와 카바수술로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이 카바팀을 이루어 토론회를 하게 하되, 상대방을 비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기들의 장점만을 얘기하도록 하고, 모든 선택과 결론은 국민들이 하도록 하는 토론회를 꼭 하고 싶습니다. 언론에서 이 토론회를 주관해 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백 : 지속사업으로 환자와 의사들의 모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강의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정기적인 세미나가 있습니다. 타병원을 다니거나 지방병원을 다니시는 분들의 의료지식도 넓히고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사업은 환우분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서 정기적인 모임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여러 가지 다용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도 손길이 닿지 않는, 정보가 미미한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환우분들에게 의료 동행서비스를 해드리고 싶답니다. 신장암은 예전의 자료를 볼때 50대나 60대가 잘 걸리는 암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 40대에서도 발병하고 있고 30대나 20대에도 발병 사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40대라 함은 가정의 가장이며 이 사회의 주역이어야 할 나이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시간을 암과의 투병과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 또한 가장의 병마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주된 사업이 새로운 교류나 치료정보 교환 등 이어야겠지만 40대 가장이 환우인 경우 치료비 보조 사업이나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 유족들을 위한 직업훈련사업 등을 해 보고 싶습니다. 경제적 뒷받침만 된다면 말이죠.

Q. 환우회 의견이 정책결정에 반영되고 있나요
안 : 백혈병 투병을 한 환자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되기 때문에 백혈병이 완치돼도 공무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3월에 백혈병 환자 1천명의 서명을 받아 행정안전부에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과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 합리적 개선방안’ 국회 정책간담회도 개최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0년 10월 26일 행정안전부는 관련 시행령을 현재 단순 ‘질병명’만으로 되어 있는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의 일부 불합격 판정기준을 실제 업무수행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판정하도록 개정했습니다. 이때 단순히 백혈병 뿐만 아니라 중증재생불량성빈혈, 뇌 및 척수종양 등 많은 질병의 환자가 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 :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카바수술을 없애려고 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카바수술은 정말로 우수한 심장판막수술입니다.

백 : 지난 7월 작년부터 시작된 신장암 2차약제 ‘아피니토’의 보험급여에 대해 환우회와 환자들의 목소리로 인해 그래도 보험적용 받는데 많은 반영이 된듯 싶습니다. 실제로 환자들의 목소리여서 제일 중요한듯 싶은데 아직은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진행사항동안 많이 속상했답니다.

Q. 한국 의료정책, 특히 치료제 규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안 : 환우회 차원에서 답변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뻔한 답변을 유도하는 것 같아서요. 다만,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에 있어 신속한 공급, 건강보험 적용, 탄력적 보헙급여 기준 적용 등 환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지 : 정부에서 팀을 구성할 때, 한 가지 목적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비율을 같이 해서 팀 회의를 통해 돌출된 문제를 접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백 : 환자가 많지 않은 중증환자들에 대한 치료제 및 효과 있는 표적치료제에 대한 비급여는 재정적인 문제로 급여화되지 않아 그 경제적 부담이 환자들에게 부메랑되면서 치료포기로 이어지고 그 것이 생명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까지 야기됩니다. 좀더 다양한 약제, 치료제에 대한 정부의 급여화가 필요할 듯 싶습니다.

Q. 환자단체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안 : 환자단체는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합니다. 환자나 그 가족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자발적 소액 후원금으로 환우회를 운영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백혈병환우회의 경우 약 800여명(전체 회원 8,000명 중에서 약 10%)의 소액 정기 기부자의 자발적 후원금을 받아 제약회사, 병원 등 이해관계 있는 곳으로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환우회는 이해관계 있는 제약회사, 병원 등의 재정적 후원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단체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제약회사, 병원 등 이해관계 있는 곳이 아닌 투명한 곳으로부터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사회의 다양한 재능자들이 돈 대신 재능으로 다양한 영역의 활동 참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 : 정부 차원에서 환우회가 단체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백 : 40대에 접어들면 무상으로 암검진을 받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초기가 아닌 3기나 4기까지 진행된 암이 발견된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하므로써 개인의 행복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데 있을 것입니다. 중증질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환자단체입니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환자단체에 대한 경제적 및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환자단체도 이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 그리고 투명성을 가지고 환우들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Q. 환우회 발전을 위해 회원들과 사회에 바라는 점은
안 : 많은 기업체, 단체 등이 환우회를 파너트로 생각하고 윈윈하는 사업을 제안하기 보다는 환자들을 자신들의 행사, 사업에 동원하는 엑스트라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환우회와 함께하는 행사, 사업은 영화로 치면 주연: 환자, 조연: 환자가족, 엑스트라: 기업인, 정치인, 의료인, 연예인 등이라는 원칙이 분명히 지켜졌으면 합니다.

지 : 환우회 목소리에 좀더 많이 귀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 : 대부분의 환우회들은 아마 경제적 지원이 제일 많이 필요합니다. 환우회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마음까지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은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중증환자들은 치료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제일 힘든부분이 클 것입니다. 그런부분에서의 도움 드릴 수 있는 곳, 또 몸이 아프지만 마음은 따뜻해 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에서 좀더 아픈이들에게 따뜻하고 여유있는 지원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안 : 병원 로비에 가면 '환자중심 병원'이라는 홍보문구를 많이 보게 됩니다. 홍보문구처럼 진짜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되려면 병원의 모든 시설, 인력, 기준 등을 철저히 환자의 눈높이로 낮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공급자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자단체와의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 : 이 땅에서 시행되고 있는 심장판막수술 중에 실패율이 없는 수술이 없고, 부작용이 없는 수술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은 가장 우수하고 안전한 심장판막수술입니다. 내가 직접 체험을 했습니다. 평생 와파린 복용을 안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매력인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백 :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병을 얻어서 힘들게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을 아마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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