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병원도 그리고 의사도 '긴장'
2011.11.07 21:20 댓글쓰기

[특별대담]"의권(醫權) 상실의 시대". 환자와 비용의 가치 충돌 속에 살고 있는 의사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다. 최선의 의료를 원하는 환자와 비용 사이에서 의사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생명과 돈을 결부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끝없는 좌절감으로 돌아온다. 전국민 건강보험체제를 운영 중인 국내의 경우 의사들의 딜레마는 위험 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물론 이는 국내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이런 현실을 선진국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해결방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데일리메디와 청년의사는 그 해답을 찾고자 공동으로 특별대담을 기획했다. 대담자는 환자중심의 디자인 개념을 도입, 성공적인 혁신을 이룬 세계 유수의 메이요병원 더글라스 우드 기획정책실장과 클리블랜드병원 제임스 메를리노 부원장이 나섰다. 진행은 국내 병원혁신의 선봉에 서 있는 관동의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이 맡았다.



메이요병원 더글라스 우드 기획정책실장[사진 左]
클리블랜드병원 제임스 메를리노 부원장[사진 右]
관동의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사진 中]


▲메이요병원과 클리블랜드병원의 진료시스템은

더글라스 우드(이하 더글라스) = 1800년도 후반 윌리엄 메이요 박사가 수녀의 의뢰를 받고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미네소타 지역의 의료시혜를 위해 설립한게 시초입니다. 당초부터 개별진료가 아닌 통합진료에 역점을 뒀습니다. 이후 통합진료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고, 이후에도 이러한 부분은 지속돼 왔습니다. 이는 메이요의 가치이자 지향점이었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병원들과의 연계 서비스가 공고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임스 메를리노(이하 제임스) = 클리블랜드는 한 마디로 ‘통합의료시스템’으로 보면 됩니다. 오하이오에 1200병상 규모의 중심병원을 운영중이며 10개 전문센터와 수 많은 협력기관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병원은 위치나 지역이 아닌 서비스 위주로 모든 진료가 진행됩니다. 미국 각 지역에서 진료를 하던 4명의 의사가 그룹형태의 진료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한게 클리블랜드의 효시입니다.

▲두 병원의 지향점을 토대로 직면해 있는 시급한 과제는

더글라스 =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불자인 보험사에서 병원의 책임과 진료비 지불억제를 종용하고 정부에서 지나치게 규제 수위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메이요와 클리블랜드가 비슷할 것입니다.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이 과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현재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향후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환자와 협력병원의 요구를 충족하지 않거나 정부 규제, 경제 침체 등을 간과한다면 생존이 힘들 것입니다.

제임스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더 탄탄한 기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클리블랜드병원 의료진 역시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들 요구가 다양화 되고 정부 규제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관행을 유지하기 보다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료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임스 = 현재 의료개혁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만큼 정책의 효율성 역시 불확실합니다. 아직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법안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레임덕을 감안하면 현재 정책의 실효성은 더욱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무엇보다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지불제도의 개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개혁은 메이요나 클리블랜드와 같은 대형병원에 대한 패널티나 다름없습니다. 때문에 정부의 의료정책은 이미 신뢰도를 많이 잃은 상태입니다. 의료계는 실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 오바마 개혁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보험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혜택을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의료비용 감소나 효율성 증가 측면에서는 의구심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환자들을 치료하라는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의료비용 지출 감소는 미미할 것입니다. 현재 의료개혁은 환자에게 많은 돈을 쓰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메이요나 클리블랜드 같은 유수의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전무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2% 수가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를 감수해 봐야 큰 이득은 없습니다. 즉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두 병원이 향후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제임스 = 무엇보다 병원의 인재입니다. 최대 가치인 서비스 실현을 위해서는 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의료진과 간호사, 직원 간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통합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 신기술 발전이나 신경영 기법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더글라스 = 혁신과 인프라의 개선, 새로운 진료방식 개선을 통해 최대의 환자 만족도를 도출하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병원의 고객인 환자 만족 없이는 병원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병원 시스템이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맞출 것입니다.

▲방대한 조직의 일체감과 통일성을 위한 리더십은

더글라스 = 리더십의 핵심은 모든 직원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제임스 = 병원이라는 조직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각인시키고 모든 조직원들이 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 병원 모두 직원들 충성도가 높다. 의료진 이직율은

제임스 = 매우 낮습니다. 우리 병원은 3%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 미국 병원 의사들의 평균 이직률은 10% 정도입니다. 하지만 메이요는 1.5%입니다. 그렇게 보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 병원의 장단점을 분석하면

더글라스 = 클리블랜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굳은 의지와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료를 리더하는 병원이지만 오만하지 않은 점도 강점입니다. 메이요와 클리블랜드 모두 향후 더 발전하고 배우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병원은 이제 경쟁보다는 미국, 나아가 세계 의료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임스 = 메이요의 치적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향후 협력을 통해 서로의 성공을 담보해야 하는 공생관계라고 할 것입니다. 미래 의료환경에서는 결코 혼자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메이요와 클리블랜드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더글라스 우드(Douglas Wood)
△메이요병원 기획정책실장 △메이요병원 심혈관질환 컨설턴트 △1993~2008 메이요병원 내과 부과장 △동 병원 헬스케어 정책 및 연구 부서장, 퀄리티 아카데미 Medical Director 역임 △미네소타 임상시스템통합연구소(ICSI) 창립회원 △메디케어 협동심혈관프로젝트 창립회원

■ 제임스 메를리노(James Merlino)
△클리블랜드병원 부원장 및 환자경험센터장 △대장항문외과 의사로서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 및 최소침습술 전문 △환자경험협회(Association for Patient Experience) 설립자 및 협회장 △클리블랜드병원 펠로십 과정 이수, 2005년 ‘Clinical Fellow of the Year' 수상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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