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속 터지는 '탄식'
2011.12.07 03:00 댓글쓰기
[기획 상]많은 병원이 흉부외과 수가 인상분을 당초 시행 취지에 맞지 않는 곳에 사용한다는 사실은 의료계에서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갈수록 지원금을 빼돌리는 병원들의 행태 및 수법이 교묘해져 이를 지켜보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마다 지원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방법이 다양,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소위 봉직의로서 자신들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처지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심해진다는 게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귀띔이다. 병원 간 경쟁이 수도권보다 덜해 서로 견제하는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소재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참석자들 공히 수가인상 지원금이 편법으로 집행되는 백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거의 성토에 가까웠다. 이들이 탄식한 병원들의 흉부외과 지원금 빼돌리기 행태를 전한다. 또한 암울한 미래로 인해 깊어지는 고민과 가슴을 쓸어내리는 대한민국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절절한 심경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흉부외과 수가인상분을 전혀 지원하지 않은 병원은 없다. 그러나 100% 지원한 병원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은 지원금 중 아주 적은 액수로 생색을낸 뒤, 나머지는 본래 목적과 다른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A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수가인상분을 제대로 된 곳에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이다. 그러나 수가인상분이 지원되기 전부터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인력 충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우연히도 지원금이 지급되는 시기가 고용 시기와 겹치니 그 전문의의 임금을 수가인상분 사용처로 돌린 병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새로 고용했던 전문의가 일년 뒤 퇴직했는데도 전문의 임금만큼의 지원금을 흉부외과에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의료원 체제 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수가인상분을 적절한 곳에 사용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병원이 단독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둘러댄다"면서 "'의료원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거나 '의료원에 알아보겠다'고 답하며 피한다. 언제 결정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 또 다른 관계자는 "원장을 찾아가 어려운 사정을 말하고 설득한 뒤 겨우 들을 수 있는 답변은 '의료원에 물어보겠다'인데, 그나마도 원장 임기가 끝나면 말짱 헛일"이라고 귀띔했다.

의료원 산하 여러 병원이 있는 특수한 체제인데다 원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어, 흉부외과의 어려움을 피력해 변화를 이끌어 가기까지 맥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한 각 병원 원장의 지원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C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30% 기준안이 정해졌을 때 병원이 흉부외과 과장을 불러 '본래대로 따지자면 5000만원이지만 실제로 남는 돈은 1000만원이니, 알아서 쓰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본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창피해하지도 않는다"고 탄식했다.

병원들이 지원금을 본래의 목적과 다른 곳에 사용하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병원들도 그렇게 하고 있단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병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에, 흉부외과 지원금이 고양이 앞에 놓인 생선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D병원 전문의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목소리를 모아 지원금을 보내달라 요구하니, 병원은 다른 병원 핑계를 댔다"면서 "다른 병원의 지원금 사용 현황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 수준에서 지원해주겠다는 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흉부외과 전문의들도 병원에 고용된 직원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고, 각자 일하는 병원이 지원금을 두고 어떤 행태를 벌이고 있는지 말하기 창피해 우리끼리도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스스로 얼굴에 침 뱉는 꼴이라고 생각한 점이 적이 않다"면서도 "그러나 병원이 이러한 의사들의 생각을 역이용하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정당한 요구를 하고도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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