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전반적 양호…타업종대비 이행률 높아
2011.12.28 21:00 댓글쓰기
1.23. 이 숫자는 2011년 프로야구 MVP 윤석민 투수의 평균 방어율이 아닌 우리나라 2011년 평균 출산율이다. 15세에서 49세 여성이 낳는 아이가 1.23명에 불과한 저출산 현상의 대안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병원 직장 보육시설 현황
고용노동부가 2011년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남녀 고용평등 전국민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들은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육아 문제(71%), 그리고 해결책으로는 직장보육시설(45.8%)과 보육수당(19.1%)을 뽑았다.

이에 정부는 전체 근로자 500명,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에게 직장보육시설 설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보육수단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대상 576개 기업 중 보육시설을 운영하거나 위탁 또는 수당을 지급하는 곳은 340곳(59%)에 불과하다.

직장보육시설 지원센터가 업종별 의무 이행률을 파악한 결과 공공 행정기관이 92.3%로 가장 높았고 제일 낮은 이행률을 보인 부문은 41.4%의 제조업이었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부문 이행률은 75.9%로, 평균보다 높고 공공 행정기관 다음으로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이보다 더 높았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직장보육실태를 조사한 결과 44곳 중 86%(38곳)가 보육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의료계는 총 인원의 70%가 여성근무자이기 때문에 직장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하면 이직률을 낮추고 사기를 높이며 이미지 상승 등 실질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원방안은 보육시설 위탁 운영 ‘최다’
직영은 원내에 보육시설을 두고 사측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고, 위탁은 주변 전문보육시설과 계약해 아동을 맡기는 방법. 직영은 부모와 자녀가 같이 출근해 근무 중에도 수시로 접할 수 있어 애사심을 키우고 관계도 돈독해지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병원 특성상 감염 위험이 있고 관리비와 업무부담이 크다. 또 병원 바깥에 설치할 경우 1층만 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설치 규정과 건물주가 1층 보육시설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이 주로 대도시 근처에 있어 땅값이 높은 것도 어려운 현실 중 하나다.

이런 까닭에 상급종합병원은 주로 위탁 운영을 하고 있으며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경우가 직영보다 많았다.

보육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총 20곳. 그러나 위탁이라고 해서 꼭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남대병원 어린이집은 지난해 한국보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어린이집평가인증에 참여해 6개 영역 중 4곳에서 만점을 받았다. 조선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은 운영방법을 배우러 참관을 오기도 했으며 MBC 등 방송에서 우수지원기관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8곳 있었다. 아주대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인제대부속상계백병원 등이다. 특히 아주대병원은 병원계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처음으로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3교대 근무자는 보육시설 법정기준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맡길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관기관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양대병원은 한양대학교 어린이집을, 부산대병원은 양산부산대병원에 개소한 어린이집을 같이 이용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활용한다. 병원 관계자는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며 “보육 프로그램, 시설 등이 잘 되어 있고 병원근무자가 우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영이나 위탁이 어려울 경우는 보육수당을 지급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주변 높은 땅값을 견디지 못해 시설 설치를 포기하고 대신 보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경상대병원, 전북대병원 등은 직원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사실상 직장시설에 맡길 수 없게 되자 각자 편의에 따라 보육시설을 선택하도록 노사협의를 통해 보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보육인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설치 대신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원주기독교병원 관계자는 “직원 평균 근속년수가 20년 가까이 된다”며 “아이들이 모두 자라 해당인원이 20명도 안된다”고 밝혔다.

▲여성전문 표방 대표 이대목동병원 ‘취약’
반면 길병원, 단국대학교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을지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조선대병원 등은 보육대책이 전무했다. 이들은 공간과 비용 등을 이유로 보육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며 일부 병원은 현재 보육시설 마련을 추진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국내 대표 선수격으로 여성 전문을 지향하고 있는 이대병원의 경우 매년 세운 계획이 좌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여성을 강조하는 병원인 만큼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보육시설이 필요하지만 그 비용을 마련하는게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보육시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체 인건비에서 부담하는 것인 만큼 미혼이나 아이가 없는 직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은 나머지 5개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을지병원과 조선대병원, 대구가톨릭병원 등은 보육시설 마련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길병원은 현재 보육시설 설치나 수당 지급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고용보험 사각지대
병원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손인순 간호본부장이 2009년 150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미설치한 72개 중 56%가 정부 지원이 있다면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시설설치비, 운영비 지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 또는 보육아동 부모 3분의 1이상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사학법인인 만큼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보육지원을 받지 못한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고용보험 대신 사학연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똑같은 보육시설인데 지원을 못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기금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며 “보육시설 아동 피보험자 3분의 1이 고용보험 가입자라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주대병원은 근로복지공단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경기도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경기도가 진행하는 24시간 보육시설 지원정책에 따라 인건비 일부를 받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지자체보다 인구와 병원 등이 많아 수요가 높다”·“직장인 요구는 있지만 기업이 인건비 등으로 설치를 꺼리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중재를 해주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조사를 거쳐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문제로 이용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3교대 근무자가 많은 병원 특성상 기준시간인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은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서울 유명대학병원 직원은 “어린이집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데 아침 근무는 그 전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이용시간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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