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野 보좌관이 본 의료계
2012.01.05 21:03 댓글쓰기
[기획 하]국가 정책에서 의사들이 자꾸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아온 의료계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계기로 ‘정치력 부재 극복’, ‘정치 세력화’ 등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역시 정치권과의 친밀도를 앞세워 당선에 성공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2012년 끝자락에서 18대 회기를 마무리 짓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생각하는 대한의사협회 및 의사상은 어떤지 데일리메디가 여당과 야당 보좌관을 각각 만나 그들의 시각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민주당 C의원실 D보좌관

1. 의원님 혹은 의원실에서 보는 의사상
특정 직군에 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의사라는 단어에는 아무래도 하얀가운이 떠오른다.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모습이 의사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모습 아닐까. 요즘 이른바 메디컬드라마가 붓물을 이뤘는데 다들 멋지고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다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보니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의협만 하더라도 각각의 정책에 관해 많은 입장을 발표하는 것으로 안다. 지금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2. 이 같은 의사상을 갖게 된 계기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직능단체 사람들을 만난다. 국회에는 실로 다양한 직업인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듣고 적절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게 보좌진의 임무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한 것은 의사단체 역시 그런 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느끼고 자신들의 주장을 주장하는 건 좋지만, 일방통행은 곤란하다. 정책이라는 게 조율도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대화의 여지가 조금 부족하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만 가장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대화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3. 타 직역단체에서 본받을 만한 의사협회 활동은
사실 국회에서의 활동은 다들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언급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의사 선생님들이 의료봉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태석 신부님 같은 훌륭한 분들도 의사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의사단체는 타 직종보다 다양한 봉사활동이 가능한 직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의사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이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정책 동반자로서 대한의사협회 모습은 어떤지
(약사회, 한의사협회, 제약협회 등과 비교)
복지위에는 의협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와 관련된 모든 직능단체가 찾아온다. 각 단체마다 성향이 다르고 정책에 관한 피드백 역시 제각각이다. 그런 면에서 의협의 대국회 활동이 매우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예전보다는 대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과 의료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아닌가. 과거 의협의 로비 사건으로 여러 의원이 곤혹을 치른 이후에 대화 채널이 사라졌던 적이 있다. 18대 들어 원격의료 등 일부 사안에 대해 의사단체와 논의하고 보조를 맞춘 것은 그래도 일부나마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이라는 건 일관성이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국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 면에서 의사단체는 아쉬움을 남겼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해도 뭔가 설득하려고 한다면 준비된 자료를 갖고 의원실을 찾아오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대화가 통하는 곳만 찾기보다는 모든 의원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의원실 역시 받아들인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5. 현재 의료계에 가장 필요한 법안은? 그 이유는
(현재 계류 중이거나, 아직 발의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발의 가능성 있는 법안)
법안은 각 의원실의 생각이 반영됐기 때문에 특정 법안을 언급하지 못한다.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민주당에서 발의하는 법안이 의사단체와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의 반응이 예전과는 달라진 측면이 있다. 많이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 대 개인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인정하는 분들도 많다. 의료계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관철하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이득을 주는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6. 최근 달걀이 투척되고, 회장이 폭행된 의협총회 사건을 아시는지
언론을 통해 접했다. 어느 단체나 내부적인 갈등이 있기 때문에 잘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인 의사들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구나 하면서 놀라기는 했다.

7. 의료계에서 문제로 부각된 상황 중 한가지를 골라 말씀해 주세요
의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직업의 안전성이 보장되기 때문이 아닌가. 외국에서도 의대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의사나 약사처럼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지지 않나. 그만큼 사회적인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가 어느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교과서적이지만 당연할 말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고자 정부와 국회 등 정책입안자들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 대한의사협회 또는 의사들에게 당부한다면
일개 보좌진 입장에서 당부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 다만 진료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환자를 도우는 훌륭한 의사 선생님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을 무작정 설득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재가 많이 몰리고 전문성을 갖춘 분들인 만큼, 상대방을 인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면 자연스럽게 의사단체의 위상도 높아지지 않겠나. 그런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9. 의료전문지, 특히 데일리메디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보좌진들이 전문지를 통해 의료계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런 면에서 데일리메디에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 더욱 심층성 있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정책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어떻고 대안까지 함께 제시한다면 더 좋은 신문이 될 것이다. 독자로서 그런 점이 기대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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