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위탁 성공할까…찬반(贊反) 팽팽
2012.01.24 21:35 댓글쓰기
[기획 下]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고 운영방침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기로 한 지방의료원법이 통과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긍정론이 강세지만 공공의료기관 역할을 잃게 될 것이란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찬(贊) “지방의료원 경영 활성화 돌파구”

대학병원 위탁경영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대체로 지방의료원이 스스로 위기를 탈출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해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주관 하에 열렸던 한 포럼에서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공립병원들이 경영악화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면서 “개별기관의 역량만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력부족을 꼽았다. 당시 지방의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4개 기관 중 의사가 충분하다고 답한 곳은 1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이 위탁경영을 맡게 될 경우 자(子) 병원 성격의 지방의료원에 우수한 인력이 공급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방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들이 모인 단체인 대한공공의학회 홍인표 이사장(국립중앙의료원)은 “지방의료원을 세운 목적은 그 지방 환자들에게 공공의료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환자들이 지방의료원을 외면하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환자들의 기대치가 낮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수인력 부족이 환자 감소로 이어지고 경영난으로 번져 임금체불 등으로 인력을 새로 구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돼 있다는 설명이다.

홍 이사장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 희생과 봉사가 필요하지만 낮은 임금으로 근무하려는 의사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의료원의 당초 목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학병원이 위탁경영을 통해 우수인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反) “지방의료원 공공성 해칠 것”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이 맡아 운영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찬성하는 쪽이 내세우는 명분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위탁경영이 공공의료기관의 본래 목적을 오히려 해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이 대표적이다. 보건노조는 이번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부터 “지방의료원을 민간에 팔아먹는 행위”라며 강력 비난해 왔다.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이 위탁운영하면 병원비가 비싸지고, 저소득층에게 문턱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말 마산의료원(경상대병원), 이천의료원(고대의료원), 군산의료원(원광대병원)이 각각 대학병원에 위탁한 결과 경영구조는 개선됐지만 환자 접근성은 되려 떨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7년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당시 마산의료원의 경우 위탁 이후 입원 환자 1인 1일당 진료비가 이전에 비해 2.8배 증가하였고, 이천의료원은 2배 증가했다.

또 지자체 재정 부담 역시 이천의료원의 경우 95년 8억 2120원에서 고대의료원이 맡은 후 3년 뒤 29억 34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 때문에 22년간 국공립병원에서 근무한 지방의료원 A모 원장 역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A 원장은 “보라매병원 사례를 볼 때 위탁경영의 장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서울시가 다른 공공의료기관을 제처두고 보라매병원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처럼 지방의료원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데 대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가 대학병원이 맡은 지방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서울대가 와서 자기들 기준에 맞춰 시설이나 프로토콜을 지자체에 요구하면 들어줄 능력이 있냐”며 “어쩔 수 없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 분명한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위탁경영을 하는 것만으로는 지방의료원의 현재 상황을 헤쳐나가기 힘들다”며 “지방의료원을 지자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아예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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