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양병원 '경쟁력' 진단
[上] 세이아이 리하빌리테이션, '수가보상+경영철학' 환자 만족도 높여
2012.03.29 20:00 댓글쓰기

최저 수준의 출산율,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 이제 노인에 대한 복지시스템은 당면한 최대 과제가 됐다.

 

지난 2007년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과 함께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국내 요양병원은 2006년 총 4만2135병상에서 2010년 11만1929병상으로 무려 165.6%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 병상수가 31.6% 늘어난데 비해 5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급격한 증가만큼 도산도 많아졌다. 5년째를 접어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적 변화와 함께 1000곳에 달하는 노인요양병원의 경영 방향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국만성기의료협회는 총 48차례에 거쳐 '일본 노인의료·복지 복합체 현지연수단'을 운영해 왔다. 그동안 참여한 인원만 1000명을 넘는다. 데일리메디가 지난 21일부터 48차 연수단과 동행, 우리보다 앞선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요양병원을 살펴봤다.

 

규모보단 내실로 인지도 제고 세이아이 리하빌리테이션병원

 

 

"다같이 참가하고 다같이 활동하고 다같이 일어섭시다" 슬로건을 가진 세이아이 리하빌리테이션병원. 이마무라 관리과장은 "스포츠로 얘기하면 반환점을 돈 마라토너가 찾는 곳"이라고 병원을 소개했다.

 

이곳은 급성기 장애, 회복기, 만성기로 나눠진 진료공간에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모두 450명이 일하고 있다. 300병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지만 일본 노년기의학회 인정병원 및 연수병원에 선정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일본에서도 드물게 환자 1명당 20분 혹은 한 시간 이상 맨투맨 치료를 진행한다. 100병상을 운영중인 노인보호시설도 나라에서 정한 기준보다 많은 인원을 배정했다. 물리치료사 59명, 작업치료사 60명, 언어청각전문가 23명이 환자를 케어, 그들의 일상과 다름없는 생활을 가능케 했다.

 

 

적은 수의 환자를 많은 전문가들이 관리, 치료하다보니 환자 만족도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 인건비가 높은 일본이지만 이곳이 적자를 내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적정 수가와 병원의 경영 철학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1988년 개설돼 24년째 운영중이다. 같이 운영중인 노인보호시설 역시 1996년 개소, 비교적 오래된 시설임에도 불구, 너무나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요양병원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없다. 호텔을 방불케하는 로비와 멋진 조명은 없지만 아늑함과 청결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외부에 맡긴 일부 시설물을 제외하곤 모두 정식 직원들이 관리한다. 이바야시 원장은 “건물과 시설에 애착을 가진 직원들이 많아 자연스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재활시설에 가장 많이 배치된 도구 중의 하나인 거울을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자존심이 강한 환자의 경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유에서다. 환자복도 없으며, 병원 직원들도 편한 복장으로 일하고 있어 치료 및 재활활동은 노인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지역 친화적인 모습도 병원의 문턱을 낮게 하는 요소다. 옥상에 설치된 야외온천은 수십년 전부터 병원을 상징하는 명소가 돼 필요한 경우 이웃주민들도 함께 이용한다.

 

원내 일반 54병동, 회복기 116병동, 요양 40병동이 갖춰져 있다. 뇌졸중 환자는 보통 6개월, 단순 골절 등은 3개월까지 입원가능하며, 대부분 집으로 퇴원, 자택복귀율이 80%이상을 나타낸다.

 

국내서는 불가능한 수치의 자택 복귀율을 보이는 것은 이곳이 경증환자 위주의 의료기관이라서가 아니다. 20% 이상 중증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넘어 대부분의 환자가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환자다.

 

이바야시 원장은 “이곳 병원의 경쟁력은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자택 복귀율을 기록하는 것도, 의사, 간호사, 복지분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임상은 물론 연구와 학술교류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바야시 원장은 "진취적인 한국인, 한국 요양병원들의 모습은 일본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이라며 "일본이 먼저 시작한 제도지만 모든 면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활력을 보이는 한국이 조만간 우리를 따라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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