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여성 암환자 삶의 질(質) 책임진다'
2011.07.17 21:08 댓글쓰기
감수성이 예민한 여성들은 암 수술 전후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곤 한다. 암이라는 질환 자체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불안증, 적대감과 공포감 등이 암환자의 삶 자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의료계는 수술과 치료 외에도 정신적 치유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 환우회를 시작으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그 시도의 처음과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은 실질적이면서 전문성 높은 프로그램 개발로 여성암 환자들의 마음까지 보듬는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암환자 삶의 질 제고 '파수꾼' 문병인 센터장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이 여성암 수술ㆍ치료와 같은 의학적 조치 외에도 삶의 질 향상을 중요시 여기고 투자하고 있는 데는 문병인 유방암ㆍ갑상선암센터장[사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병원에서 시행 중인 관련 프로그램 기저에는 문병인 센터장의 오랜 철학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병인 센터장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이라고 강조하면서 "암 환우들은 수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에 병원은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암 환자들의 정신적 안정과 행복감을 전해주기 위한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의 노력은 이처럼 기류를 쫓아가는 시늉이 아닌 의료진의 강한 의지와 전문성이 결합해 제대로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완성, 많은 환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POWER UP' 프로그램으로 환자 행복도 업!

이대여성암전문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인 게시물이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환자들의 효과적인 암 치료와 건강한 생활을 도모하고자 병원에서 운영 중인 통합교육 프로그램, '파워 업' 무료 강좌를 알리는 소식이다.

병원에서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건강강좌라지만 파워 업의 경우 탄탄한 프로그램 일정으로 환자들에게 인기다.

△노래 교실 △웃음치료와 명상 △국선도 △오카리나 교실 △파스텔화 △글쓰기 교실 △하지림프부종관리 등 암 예방에서부터 치료 이해 및 증상관리 교육, 심리ㆍ지지 교육까지 다양한 강좌에서 비롯된 통합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사진]

파워 업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는 한 환자는 "지난 해 자궁내막암 진단이 내려져 수술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우울증이 찾아왔었다"고 회상하면서 "담당 의료진이 이 프로그램을 권유해 알게 됐다. 파워 업 프로그램 참여 후 삶의 많은 변화가 왔다. 내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여러 분야의 강사를 직접 초빙해 진행되는 '파워 업'은 전문성을 높이고 요일 별로 시간대를 다르게 배치,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 해 1월부터 시행된 프로그램은 1기 143명, 2기 246명이 참여하는 등 회를 거듭할수록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무료강좌라고 하면 일회에 그치거나 내용이 부실할 수도 있으나 파워 업 프로그램은 다르다"면서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고 인사를 해온다. 프로그램 내실을 다지기 위한 병원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직접 가꾼 텃밭…영양ㆍ정서 치유 '일석이조'

이대병원 주차장 쪽에 자리 잡은 진선미 공원에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볼 수 없는 이색 광경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희망 텃밭'이란 푯말과 함께 시선이 멈춘 곳엔 씨감자, 상추, 쑥갓 등 채소를 심고 수확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암환자들이 있다.

서현숙 이화의료원장은 "희망 텃밭 가꾸기는 암 환자들이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찾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마련한 것"이라면서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닌 마음의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이 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병원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여성암 환자들의 참여도가 높은 텃밭 가꾸기는 요리 특강 및 시식회, 정서체험행사로 연결되는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프로그램인 셈이다.

주 1회 모여서 희망텃밭 활동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유기농 방식으로 직접 씨를 뿌리고 기르며, 수확한 것을 바탕으로 화장수ㆍ건강요리 만들기 등의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사진]



특히 전문가와 함께 하는 건강요리 특강과 시식 행사는 암환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어 또 다른 사회활동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일본 이와사키 유카 건강요리 전문가를 초청,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가지고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땅에서부터 나온 에너지와 기운을 중요시하는 이와사키 유카의 마이크로비오틱(Microbiotic) 요리 특강과 시식 기회를 가진 한 암 환자는 "환자들 사이에서 음식은 주요 얘깃거리다. 주부들이 많은 만큼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면서 "이러한 기회를 통해 영양식 만드는 법도 배우고 다른 환우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희망 텃밭과 요리 특강 프로그램은 행사장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큰 호응을 받은 만큼 병원 측에서도 꾸준히 그 영역을 확장,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다각도의 참여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암환자가 '주인공'인 행사

이대여성암전문병원에서 시행 중인 이 같은 프로그램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지 않는다. 환자들 간의 만남과 활동을 통해 정서 치료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보호자, 의사, 간호사, 코디네이터, 친지 및 친구 등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암환자를 더 이상 혼자 고민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고립된 존재가 아닌 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즐기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초여름 페스티벌 '꿈의 잔치'도 같은 맥락이다. 금요일 오후 시간을 할애해 파워 업 등 병원 프로그램을 통해 익힌 환자들의 재능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사진]



그 중 오카리나 교실 환우들의 오카리나 공연과 연극교실 환우들의 '바람이 분다' 연극 공연은 직접 참여한 환자와 지켜보는 관객 모두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연극 배우로 참여한 한 환우는 "연극을 통해 암이라는 것과 소통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며 "소통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편해지니 완치에 대한 더 큰 희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역시 "꿈의 잔치 행사에 참여해 무척 즐겁다. 처음엔 수월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할수록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소망이 생겼다"고 전하며 "아직까지 마음의 어둠 속에 갇혀 힘들어하는 다른 암환자들이 병원 행사에 꼭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병원 측은 다양한 사회활동 기회를 부여하고 암 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정서 치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다.

행사에 함께 한 백남선 병원장은 "암 환우들이 암 치료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행복하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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