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진단검사의학·영상의학과 그 다음은
2011.07.15 02:25 댓글쓰기
국민건강보험 재정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여러 방안들이 모색됐지만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의료수가를 인하해 보전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 표가 떨어지기 때문에 야당과 여당, 누구하나 입 밖에 낼 수 없는 금기어가 됐다. 또한 담뱃값 인상 등이 논의됐지만 이것 또한 표심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공급자인 의료기관과 약가, 치료재료 수가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병리과 수가 인하에 이어 안과, 영상의학과가 피해를 봤다면 다음 타깃은 어느 진료과목일까? 이미 정부는 삭감대상의 리스트 순번을 정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한 최근 몇 해 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약제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실시, 지난 4월 당뇨병 약에 규제를 가했다. 당뇨병 다음은 어떤 의약품에 제한이 들어갈까? 정부의 일방적인 행동에 의료계는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덧 뜨거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매서운 칼 끝에 눈바람과 맞서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시템 DUR(Drug Utilization Review) 등 의료계를 둘러싼 환경이 복잡다변 하고 있다. 또한 인건비와 고비용 구조에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의료계에 설상가상 진료전반에 대한 대량 수가 인하 사태가 벌어져 의료계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보험이 통합된 이후 30년간 의료체계는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 3저 구조 원칙에 매몰돼 있는 상황이며,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재정은 약1조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에 비해 406배나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며, 그 적자폭 만큼 희생해야 하는 몫도 커진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이다.

때문에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현 시점에서 2011년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안건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2011년도 건정심에서 논의될 내용에 따라 해당 진료과목의 수가가 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논의될 건정심 안건을 살펴보면 대형병원 경증 외래환자 집중화 완화대책과 영상 검사(CT, MRI, PET) 질 관리 및 수가 합리화, 의약품 병·팩단위 조제수가 변경(조제일수→1일분), 의약품관리료 산정기준 개선안, 치료재료 원가조사를 통한 가격조정 등이 이미 3~4월에 논의되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단층촬영기) 등 영상검사 수가가 인하됐다.

또한 5월에는 요양병원수가제도 개선과 포괄수가제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6월에는 리펀드 약가 협상 시범운영 결과를 보고하고 간호관리료 차등제(간호등급제)개선에 대해 의견 조율을 거칠 방침이다.

8월에는 상대가치점수제도 운영방안을 보고하고 암환자 본인부담 산정 특례 개선, 2012년도 보장성확대계획 및 보험료율 등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논의 안건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올 초 건정심이 심의한 대형병원 경증 외래환자 집중화 완화대책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외래 및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외래 본인부담이 60%에서 80%, 약제비 본인부담은 30%에서 40%로 높아져 보험재정은 각각 117억원, 115억원을 절감한다는 안이 도출됐다.

또한, 2011년 재정안정 대책안은 단기 지출 절감 3504억원, 수입확충 1783억원 등 총 5287억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6차 건정심에서 논의됐던 영상검사 질 관리 및 수가 합리화 방안에서도 5월 1일부터 CT, MRI 등의 수가가 인하됐다. 건정심은 영상검사 질 관리 및 수가 합리화를 통해 연간 1269억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가 이미 결정해 놓은 절감액에 맞춰 데이터를 산출했다고 주장한다.

학회와 병원계, 개원가까지 영상검사 질 관리에 반발하고 나서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44개 병원 및 의원이 효력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때문에 진행상황에 따라 인하율을 어느 시점부터 적용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치료제도 겨냥…수가인하 압박 지속

약제비 절감 대책으로는 1월과 7월로 나눠 기등재약 목록정비 신속진행(동일성분 최고가 80%) 및 일반의약품 급여타당성 평가와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사업을 통해 각각 488억원, 123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치료재료 원가조사를 통한 가격 조정 역시 1차년도 시범사업을 마치고 척추질환에만 연간 22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4월 병·팩 단위 약제는 별도의 조제 과정 없이 바로 지급이 가능하므로 이런 경우에는 ‘조제료’를 조제일수가 아닌 방문당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며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건정심은 치료재료 원가 조사를 통한 가격조정도 시작했다. 지난 2010년부터 A, F, K군인 척추고정용 치료재료를 비롯한 거즈, 필름 등을 재평가했다.

2011년 2차 년도에는 C, D, G, H, I 군인 trauma(외상)용과 융부외과용, 신경외과용, 안이비인후과용, 2012년 3차 년도에는 B, E, J, L, M군인 인공관절군와 중재적시술용, 일반재료(Ⅱ, Ⅲ), 일조복막, bag 등을 순차적으로 재평가할 방침이다.

1차년도 척추고정용 치료재료와 일반 치료재료에 대한 재평가에서는 전체 평균 19.89%가 인하됐으며, 매년 10% 수준에서 상한금액이 단계별로 인하된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척추군에서만 매년 220억원이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재평가와 수가인하 조치에 대해 의료계는 “국민건강과 안전보다는 재정절감을 목표로 한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의료계는 의료계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절감할 수 있는 약품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건강보험 진료비중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가깝고, 우리나라 유통 약품 대부분이 제네릭인데 오리지널 약값의 약 86%로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값의 16%, 캐나다 24%, 영국 31%, 칠레33%, 일본 33%, 독일 33%, 프랑스 41%, 이탈리아 52%, 한국 86%로 책정돼 있어 건보재정의 큰 낭비요소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제네릭에 대한 약가 보호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가 건보재정에 지원해야 하는 금액 중 총 4조2011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도 2010년도 국정감사에서 “사회보험 방식을 운영하는 국가 대부분은 정부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보험료 인상을 피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최영희 회장은 “이미 정부는 얼마만큼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목표액이 세워졌으며 그 목표에게 맞게 각 항목들의 수가인하가 이미 결정돼 있고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최영희 회장은 “정부는 재평가와 질 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수가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 의견은 모두 무시된 채 정부의 일방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한동석 대변인은 “계속적인 수가인하로 의협도 고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사선과는 다른 부분과 연계해 수가를 인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석 대변인은 “복지부는 의료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않은 채 수가인하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행동을 취하는 쪽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건정심은 이익 집단끼리 야합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다수결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건정심 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변했다.

의료계는 앞으로 있을 리펀드 약가 협상 시범운영 결과 보고와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선, 상대가치점수제도 운영방안, 암환자 본인부담 산정특례 등에 따른 수가조정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스란 과장 “건정심은 이미 절감액을 보고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도 발표하고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스란 과장은 “건정심에서도 의료계는 반대 되는 논리에 대해서 확실하게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의약품 관리료는 건정심 소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고 건정심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단체와 협의 중이기 때문에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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