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혹은 고립' 의학교육 중대 기로
2011.07.27 21:07 댓글쓰기
[기획 상]한국 의학교육이 중대 기로에 섰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의사양성체제가 자율 선택으로 맡겨지면서 대학들의 방향성이 결정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학제가 대학 특성대로 가닥이 잡힘으로써 혼란 속에 빠졌던 의학교육이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문 앞에 놓이게 됐다. 의사국가시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갑작스런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생·채점관 일부가 입건되는 사태를 맞았다. 의료계에서는 학생들의 처벌로까지 진행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여론이 대세로, 의사국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논의의 장(場) 역시 급격히 형성됐다. 의사국시 발전의 전환점이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료계 안팎의 뜨거운 감자였던 논란 이후를 데일리메디가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기형적 동거 끝, 제 갈길 가는 의학교육 제도
최근 의학교육은 능선 하나를 어렵사리 넘었다. 첨예한 정책 갈등 속에 결국 의사양성체제를 대학 자율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개선계획이 확정됨과 동시에 쟁점인 대학별 자체정원조정계획 수립 역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고 이공계 역시 부정적 영향을 심각히 우려, 결과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명목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선택한 대학은 기존 의과대학 체제를 고수했던 14개교를 제외한 27개 가운데 총 5곳(가천의대·강원대·건국대·동국대·제주대)에 불과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톨릭대 등 주요 대학이 모두 의대 체제로 전환하면서 국내 의학교육 환경 내 의전원 입지 세우기가 향후 중요한 과제이자 넘어야 할 산으로 남겨졌다.

의대 복귀 하지만 의전원 신입생 당장 뽑아야…
병행대학의 경우 대학 1학년이 의전원에 입학하는 2014년도까지 현 제도를 유지, 2015학년도부터 전환이 가능하며 완전전환대학은 고등학교 2학년이 의전원에 입학하는 2016학년도까지 현 제도 유지 후 2017학년도부터 전환할 수 있다.

체제 변화에서 오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이처럼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의대 복귀가 확정된 상황 속에서도 신입생을 뽑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의전원 입학 지망생들은 얼마 남지 않은 의전원 티켓을 따내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한다. 4~6월 달에 집중 진행된 의전원 입학 설명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만 보더라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병행대학에서 의대복귀를 결정한 한 의전원 입학설명회에는 적은 정원 모집에도 불구하고 지망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모이면서 호황을 이뤘다.

이 의전원 고위관계자는 “200명이라도 선발해 가르칠 수 있지만 정부 정책 상 그러지 못하게 돼 아쉽다”면서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의사가 되기 위해선 수련병원이 중요한 팩트일 것”이라며 자교 대학병원 및 의전원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학제 결정 기간 동안 큰 이견 없이 교수사회 및 대학 내부적으로 일찌감치 의대 복귀를 확정한 곳이지만 우수한 의전원 신입생 선발도 포기할 수 없기에 정부 정책 방향을 방패막 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역시 이 같은 배경을 잘 알지만 대학에 입학한 사람으로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한 의전원 입학 지망생은 “올 해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대학들 모두가 의전원 제도의 장점 보단 의대 학제를 선호해 전환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의전원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에 걱정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입학 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입학을 한다고 해도 의대-의전원생 간 미묘한 심리적 거리두기에 대한 두려움이 실질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 의전원생들이 각 입학 설명회에 직접 나오거나 영상을 통해 관련 답변을 하는 것이 관례화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한 의대 행정실 차장은 “차별은 없다. 본교는 등록금도 동일하고 똑같은 강의실과 실습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리 활동 등 모든 학교생활을 같이 한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의전원생 역시 “입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우려를 많이 하지만 실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재밌게 잘 지낸다”면서 “수시 지원을 고민할 때인데 열심히 공부해 함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의전원 중·장기발전방안 정책연구 진행…획기적 아이디어 나올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겨진 의전원생들과 의전원 학제를 지속할 대학들을 위해 정부는 더욱 고심에 빠졌다.

‘예과+본과’로 귀결되는 정통의 의대 인프라 안에서 정책 사생아라는 태생적 한계가 거론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의전원 중·장기발전방안 정책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의·치전원 제도를 확정한 대학들의 협의체 형식으로 진행하며, 각 의대·의전원장들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책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존 방안이 의전원 체제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인지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사실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연구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길 기대해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학석사통합과정 개설과 기획재정부와 맞물리는 재정적 지원 등 구체적 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간단치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현재는 기존 추진했던 안에서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꾸준히 관계 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정책연구 결과가 9월 말에 나오는 것을 토대로 법적 근거 마련과 정책 추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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