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실기시험 부정행위 醫 '화들짝'
2011.07.28 21:39 댓글쓰기
의사국가시험이 부정행위 논란에 휩싸이며 의사 위상까지 흔드는 사회적 뭇매가 잇따르자 의료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른바 족보라 불리며 여느 시험처럼 필기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복원해 예상 문제집을 만들어 돌려보는 일은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새로 도입된 실기시험에서까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국의과대학4학년협의회를 통해 일이 추진, 이를 둘러싸고 금전 거래도 있었다는 혐의마저 있어 수사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닥뜨려야 했다. 5월 말 기준 경찰에서는 학생 10명과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한 의대 교수 5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로 송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원장 김건상, 이하 국시원) 역시 최종 법적 판단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입장이다.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국민들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 사회적 리더로서의 의사 역할을 부각하며 도덕 불감증과 윤리성 결여를 집중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입건에 따른 행정적 처분 가능성 등 학생에게 책임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의견이 의료계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무엇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문제은행방식 출제 시스템으로 인한 비공개 원칙과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이라는 점, 긴 의학교육 과정에 대한 보상심리 및 막연한 두려움, 대학 간 의사국시 합격률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빚어진 단상이란 것이다.

한 의학계 원로는 “학생을 질타할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의사국시 발전과 전문가들의 노력은 박수를 쳐줘야 한다. 하지만 마냥 앞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뿌리, 근본에 대한 의미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식과 술기만 잘 가르친다고 다가 아니란 건 이제 모두 알지 않느냐”며 의학교육 방향 재설정에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의사국시 논란에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자 교육현장의 교수들과 시험관리·감독기관은 문제 봉합에 나섰다. 근본적인 대처를 위한 국가시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의 개선점 모색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했다.

하드웨어 부분에서 가장 시급한 점은 실기시험센터 추가 확보다. 한 해 응시생 3000여명이 두 달 동안에 시험을 치르는 방식은 분명 개선이 시급한 사안으로, 국시원은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꾸준히 논의 중이다.

또 교육현장에서는 실기시험 투입 인원이 나눠져 있지만 일 년에 단 한차례 응시기회가 있는 특성 상 학생과 대학이 짊어지는 부담감이 너무 크단 의견이 많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등은 정상학기 운영이 가능토록 시험기간 조정의 필요성을 감독기관에 전달했다.

의료인문학 뜨는 이유…국시 항목 포함 논의 급부상

교수들의 자성도 곳곳에서 번져 나오는 상황이다. 김건상 국시원장은 “그동안 교육자들도 실력 있고 존경받는 의사 양성보다 의사면허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았는지, 지식과 술기 전수를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가르쳐 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생들을 나무라기 전에 교육자 스스로 과연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의학교육에 의료인문학 바람이 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인문학이 추구하는 의사 상이 주목받는 전 세계적 추세와 맞물려 의사국시 내에 포함시키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는 “의대에서 의료인문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적절한 교육정책 수립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학생이 이를 열심히 배우고자 해도 궁극적으로 의사국시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 교육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생들이 의사로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란 점에서 의료인문학 항목의 의사국시 포함은 당연하다는 설명. 국시원 측 역시 이를 공감, 선택의 문제를 고민할 시기는 지났다는 분위기다.

김건상 국시원장은 “학계 등에서 정식요청을 하면 심도 있게 논의 후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 대학에서 관련 문제를 내고 점수화하는 평가체계가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학생들 "머리로는 필요성 이해하지만 공부 분량 산더미"
하지만 국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도 공부 분량이 방대해 문제 복원이 이뤄지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의료인문학 항목이 포함된다면 암기식 방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의전원생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대학에서 교육과정이 어느 정도 표준화시키고 평가를 해야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면서도 “국시에서 의료인문학을 어떻게 평가할지 사실 감이 안 온다.

평가를 하기로 결정된다면 또 하나 과목이 늘었구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갈수록 의사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의료인문학이란 것을 가르칠 환경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를 제대로 공부하고 가르칠 기반부터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의견일치를 제1의 전제로, 해당 논의를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명현 의사국시위원장은 “의료계, 의학교육계, 소비자들의 의견일치가 가장 중요하다.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기 위해선 많은 조건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은 “사법고시에서도 윤리항목이 시험 과목으로 채택된 걸로 알고 있다. 전문가 자정능력은 교육에서 시작한다. 의료윤리 항목을 먼저 포함시키고 차후 다른 과목으로 단계적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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