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에 터지는 '탄식' 흔들리는 '학회'
2011.08.01 03:23 댓글쓰기
[기획 1]정부의 고강도 정책인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후에도 의학회 산하 학회들의 춘계학술대회는 예년과 같이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춘계학회에서는 각 학회마다 불편한 냉 기류가 흘렀다. 혹여 리베이트 불똥이 학술 활동조차 위축시킬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갖가지 걸림돌이 돌출되면서 학술대회 축소와 장소변경, 해외연자 초청 등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세계 리더그룹으로 합류하고 있는 한국 의학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각 학회는 회원들의 최신지견 습득과 세계 유명 석학의 의술 공유 등을 목적으로 해외 연자초청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금년도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새로운 의술을 익힐 마음의 여유도 위축된 듯 예년의 뜨거웠던 학구열 대신 여기저기서 탄식만 늘어갔다.[편집자주]

국제위암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위암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연자 초청에 많은 제한을 받고 위축됐다”고 말했다.

노성훈 이사장은 “국제학술대회는 다른 국내학술대회 보다 규제가 많이 완화됐지만 거물급 연자를 초청하기엔 상당히 버거웠다”고 토로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연자 보다는 상대적으로 먼 미국이나 유럽 연자들의 강연료와 항공료 등 예산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 이사장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꼭 초청하고 싶은 해외 저명인사들을 초청하지 못하면 의학이 위축되고, 결국 국민건강으로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국내 의료진이 유럽의 저명인사 강연을 듣기 위해 개개인이 유럽학회에 참석하는 것 보다 유럽 연자를 국내학회에 초청, 많은 의료진이 최신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노성훈 이사장은 “의사들이 공부를 할 기회를 잃게 되면 결국 의학 발전에 저해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사 직원 학회 무단 출입 금지" 신(新) 풍속도

“거기~ 제약사 직원이시죠? 등록하셨나요? 학회장 무단출입은 안 됩니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제약사 직원들의 학회장 무단출입 금지와 사전 등록자만 입장을 허용하는 신풍속도가 생겨났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홍보부스 한 개당 개인 이름이 명기된 명찰 3개를 제공, 추가로 참석을 원하는 업체는 학회 등록을 통해 입장을 허가했다.

또한 강연장 입장을 위해서도 일반 회원들처럼 등록을 해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무분별한 출입을 제도적으로 막아 쌍벌제 등 오해 소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심봉석 수련이사는 “공정경쟁규약 시행에 발맞춰 새로운 제약사와의 관계 정립을 시도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의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의학자들은 누구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규제들로 의사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우리나라 의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한 교수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의사 개인의 사비로 해외학회를 다녀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학회 등록비와 항공비, 체류비 등을 합산하니 한 달 월급이 다 날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학회를 다닐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5일간 병원에 휴가를 내고 미국학회를 다녀왔다.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으로 노년의 나이에 장장 16시간 동안 움츠린 비행을 마치고 다음날 병원에 출근해 진료를 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새로운 논문과 연구결과들을 도출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래저래 지원을 받는 방법은 있겠지만 규정에 맞춰 지원을 받기가 번거롭고 어려워졌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의사들의 속내다.

그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2~3년 지속되면 한국의학은 수직 하강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의술로 한류(韓流) 열풍 못지않은 기여”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김준기 이사장은 “한국 의술이 한류 열풍 못지않게 국가 성장에 이바지 하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규제들을 적용해 한국 의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준기 이사장은 “근래 삼성과 현대 등이 산업발달을 꾀하면서 국위 선양을 했지만 이제는 의료산업이 국가 성장에 이바지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 의사들이 해외학회에서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면 그 의술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한국행 연수를 택하거나 한국 비디오 교재를 구매하는 외국 의사들이 늘어난다.
한국행 연수를 택한 경우, 그들이 한국에서 소비하는 숙박료와 경비는 물론, 좋은 한국 이미지를 안고 향후 한국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김준기 이사장은 “한국의 높은 의술과 좋은 이미지가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국가발전에도 큰 도움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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