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가 바꿔놓은 학술대회 진풍경
2011.08.05 03:00 댓글쓰기
정부의 리베이트 쌍벌제와 강화된 공정경쟁규약 속에 최근 열린 학술대회의 전시장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新 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

부스들마다 경쟁하듯 값비싼 기념품 공세를 펼치며 참석자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진풍경은 이제 옛말이 돼버리면서 한산한 분위기가 대신했다.

특히 제약회사들의 소리없는 한 숨은 전시장 내에서 여기저기 들려왔다. 심지어 의료기기업체들 마저도 마찬가지의 실정이다.

화려하게 부스 데스크를 수놓았던 기념품은 온데간데 없고 제품판매와 관계가 없는 부스들이 제약회사 부스를 대신하면서 전시장의 화려함을 유지시키려는 모습이다.

‘절대다수 제약회사와 값비싼 기념품’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은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메디는 학술대회 전시장 부스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골프채·TV는 옛말, 볼펜과 드링크 드려요!

각 제약회사들의 부스마다 한쪽 자리에 마련돼 있는 기념품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볼펜이 마련돼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 중에 기본. 과거에 볼펜은 학술대회의 필기용으로 제공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본마저 전부가 돼버렸다.

볼펜 대신 값비싼 물건을 제공했을 시 법적구속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학술대회의 부스들을 찾아가봤다. 제약회사들마다 준비해놓은 기념품들은 회사명이 적힌 볼펜과 물티슈, 드링크, 포스트잇, 손소독기 등이었다.

이 모든 것은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마련된 일정 가격 수준 아래의 것들이다.

각 부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봤다. H사 부스 관계자는 “공정경쟁규약과 관련한 사항들은 민감한 부분이라 얘기하기가 꺼려진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요즘 분위기가 험악하다 보니까 기념품을 더 마련하고 싶어도 규제에 따라 이 정도로만 했다”며 음료수를 가리켰다. H사의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음료수였다.

또 드링크로 유명한 D제약사 역시 자사의 로고가 새긴 제품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며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또 다른 D제약사는 신제품 드링크제를 비치해놓기도 했다.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도 보였다. B제약회사의 경우 처음에는 기념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켠에 마련된 치약. 이 관계자는 “우리회사에서 나온 치약 정도다”라고 말하며 예민한 모습이었다.

이들 제약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념품에 대해서는 다국적제약회사의 부스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다국적제약회사들이 거대 자본을 거머쥐고 있기 때문일까. 과거에 화려한 기념품을 자랑했던 몇몇 다국적사들을 떠올린 것이다.

D사 관계자는 “다국적사는 여전히 값비싼 판촉물을 돌린다고 하더라”며 회사 간의 경계심도 산재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국적사 쪽으로 발길을 옮겼을 때, 부스 안은 오히려 국내사보다 썰렁한 곳도 있었다. P 다국적사의 경우 거대회사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기념품으로 물티슈가 전부 였다. 이 관계자는 “예전과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고만 언급했다. G사의 경우에는 달랑 볼펜 한 자루가 전부였다.

과거에는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길래 이들은 현 상황을 한탄하는 걸까. G사 관계자는 기념품의 변천사를 들며 과거의 화려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 가장 많았던 기념품은 컴퓨터 주변기기로 광마우스였다”며 “그 외에도 골프채, 골프장갑, 심지어 TV도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역시나 과거에 전시장 부스에는 컴퓨터 주변기기와 함께 와인잔들이 놓여져 있었다고 전하며 썰렁해진 현 모습에 혀를 찼다.

국내사인 J사는 “다른 제약회사의 경우 7~8만원 가량되는 청진기도 기념품이 됐었다”고 밝혔다. 이 날 J사의 기념품은 포스트잇이 유일무이했다.

기념품 마련을 아얘 포기한 곳도 보였다. 국내 H사로 부스 안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회사 관계자들은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기념품이 없다”며 다소 충격적인 말을 건냈다.

이 관계자는 “한 숨밖에 안나온다. 처참한 실정이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호전될 때까지 시간이 흐르길 바랄 뿐”이라며 한탄해 했다.

그러나 강화된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속은 편해졌다고 실토한 제약회사들도 보였다. 한 두 곳만 규정을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규정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차원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또 다른 국내 H사 관계자는 “옛날에는 학술대회 한번 할 때 부스설치비가 500~600만원에 육박했지만 이제는 규제가 생겨 가격 면에서 부담을 덜게됐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제약회사들의 부스는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들 공간을 대신한 곳은 연구소들, 골프업체, 주택금융사업을 하는 금융기관 등이었다.

한 학술대회 사무국 관계자는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업체들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해 사실상 학술대회 전시장의 신 패러다임이 도래했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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