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대기만 17년 동두천제생병원
2011.10.10 03:00 댓글쓰기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 산 27번지에는 한 때 동양 최대 규모 병원을 꿈꿨던 동두천제생병원 건물이 들어서 있다.[사진]

‘동양 최대 규모 병원을 꿈꿨던’이라는 수식어처럼 동두천제생병원은 현재 이름만 유지한 채 개원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994년 건축 허가를 얻어 착공했으니 출발선에 선지만 올해로 17년째다.

지하4층, 지상 21층, 양방 23개과, 한방 7개과, 1480병상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었던 동두천제생병원은 종교단체인 대순진리회가 펼치던 의료사업의 일환으로, 종단이 1992년 의료법인 대진의료재단을 설립하면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사안 중 하나다.

당시 대진의료재단은 분당제생병원과 동두천제생병원 건립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1998년 분당제생병원이 개원을 한 반면 동두천제생병원은 골조공사와 외관공사만 마친 채 1999년 최종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동두천제생병원 규모는 착공 당시인 1994년 무렵에는 동양 최대 규모로 평가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이 1994년 말 증축을 통해 2200병상으로 규모를 늘리기 전까지 1000여 병상을 운영 중 이었고, 현 시점에서도 1500병상은 웬만한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규모임을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주목을 끌만한 사업이었다.

또, 의료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이 거는 기대도 대단해 착공 시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공사현장, 대순진리회 직접 관리

94년 당시 사업비 500억 원이 책정됐던 것으로 알려진 동두천제생병원 공사는 대순진리회 창설자 우당(牛堂) 박한경 교주가 1996년 후임 종무원장을 지명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임 종무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시작된 법정 싸움이 10여 년을 훌쩍 넘긴 지난해 8월 마무리돼 한 때 공사 재개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사업 추진 주체인 종단이 의과대학 설립 없이는 병원 개원이 불가능 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사업은 답보상태에 직면했다.

공사 재개 시점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대순진리회는 사업 마무리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동두천제생병원 공사현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리되지 못한 병원 진입로와 초입에 세워둔 공사계획 현황판, 쌓여 있는 자재들은 공사가 중단된 병원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순진리회 측 관리자는 “동두천시와 보건소에서도 한 달에 한번 씩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공사가 수년 째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종단이 직접 관리를 해 시설물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재단 “의대 없이는 공사 마쳐도 운영 불가”

동두천제생병원 공사와 관련해 대진의료재단 측은 “의과대학 설립이 건립 완료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대진의료재단 사무국 관계자는 “동두천제생병원 문제는 전적으로 종단이 관할하고 있다”면서 “종단 측으로부터 병원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을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공사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종무원장 문제 등 일단 종단 내부적 문제가 해결됐고 동두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공여지특별법 개정 움직임으로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건립 후 운영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동두천병원과 관련해 종단과 의료재단은 의과대학 설립 없이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따라서 의과대학 설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업 재추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진大, 의대설립 TFT 해체

의료재단 설명대로라면 동두천제생병원의 운명은 종단이 운영 중인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에 달려있다.

1992년 의료재단과 같은 시기에 세워진 대진대학교는 초기부터 의과대학 설립을 염두에 두었으나 1996년 개교한 포천중문의과대학(현 CHA의과대학)에 밀려 의대설립이 좌절된 바 있다.

이후에도 대학 측은 의과대학을 비롯한 약학대, 간호대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지난 2007년에는 당시 분당제생병원장이었던 채병국 원장이 “의대가 없는 종합병원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대, 목포대, 한국국제대, 창원대 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의대 설립을 희망하는 학교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추가 의대설립 불가 입장을 공고히 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도 의대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의대 설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진대학교가 2009년과 2010년 신청했던 약학대와 간호대 설립마저 무산되면서 의료인력 선(先) 수급, 후(後) 병원 공사 재개라는 대순진리회 종단과 대진의료재단의 큰 그림은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최근 경기도와 동두천시가 손잡고 정부에 의대설립 인가를 요청하는 등 지속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큰 추진동력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의과대학 설립 추진체인 대진대학교 역시 현재 별다른 대책 없이 정부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다. 대진대학교는 그동안 운영하던 ‘의과대학 설립 추진 TFT’도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대학교 측은 “의과대학 유치는 대진대학교 장기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여전히 역점 추진 사업에 속한다”면서 “긴 시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 논리 등에 밀려 성과가 나오지 못해 아쉽지만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그러나 “그동안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가동되던 전담대책반이 해체된 상황이고 추후 진행 방향은 종단의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할 사안이므로 학교가 특별히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없고, 추진 중인 사안도 없다”고 답했다.

또 하나의 건립 중단 ‘고성제생병원’
종단이 동두천제생병원 공사 재개 조건으로 내세운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순진리회가 건립을 추진했지만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병원이 강원도 고성에도 있다.

2004년 개원을 목표로 2000년 착공한 600병상 규모의 고성제생병원은 종단 내부 갈등과 고성 현지의 부지 문제가 겹치면서 개원 직전인 2004년 공정률 80%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대진의료재단이 적극적인 공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2012년 상반기 완공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공사 중단이후 전망만 무성할 뿐 성과가 없어 동두천제생병원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병원 공사와 의과대학 설립 문제가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지만 대진의료재단의 의지는 확고하다. 매각, 중도포기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대순진리회 주관 하에 사업을 반드시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신설된 의과대학들이 한 때 부속병원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에서는 매각 등을 통해 비어 있는 동두천제생병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지만 대진의료재단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대진의료재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여러 여건상 당장 어떤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동두천제생병원, 고성제생병원 모두 종단이 사업을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사업 포기, 매각설 등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종단과 의료재단은 그런 문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의과대학 설립을 통한 자체적 병원 운영을 위해 해당 지자체를 비롯해 정부와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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