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지켜본 의사들 증언
'사고 발생 초기 피폭대응 의료기관 및 의료진 준비 미흡' 등 지적
2014.11.11 20:00 댓글쓰기

지난 2011년 3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 현을 강타했다. 직격타를 맞은 원자력발전소는 수소폭발을 일으키며 방사능을 누출했다. 우리나라에서조차 막연한 두려움에 미역 등 요오드를 포함한 제품의 품절사태가 일기도 했다.

 

이처럼 체르노빌 이후 세계를 놀라게 한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일선에서 활약한 의사 4명이 11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센터장 이승숙)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의료대응과정에서의 교훈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피폭대응의료센터 의사였거나, 방사능 오염에 따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활동한 연구원으로 현장에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국내 방사선비상진료기관 및 관계기관 전문가들에게 풀어냈다.

 

특히 원전사고 발생초기 대응실패 원인으로 피폭대응 의료기관의 분포와 의료진들의 안일했던 대비를 꼽았다.

 

이들에 따르면 원전 주변에 위치했던 피폭대응 의료기관은 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누출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폐쇄됐다. 의료진들 또한 피폭에 대한 사전지식과 정보 부족으로 두려움에 떨며 피난길에 오르거나 환자를 거부했다.

 

 

'방사능 오염 작업자에 대한 의료적 대응'에 대해 발표한 일본 NIRS 방사선의학총합연구소 마코도 아카시(Makoto Akashi) 책임연구원은 "피폭환자 후송에 하루가 꼬박 걸리는 등 의료인의 양심과 의무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면서 "막연한 공포에 환자가 생명을 잃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긴급의료지원팀에 소속돼 사고 현장에서 의료지원에 참여했던 히로시마대학교 고이치 타니가와(Koichi Tanigawa) 교수는 "의료진과 지방정부 모두 비상대응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6번에 걸쳐 대피하는 상황들도 발생했다"면서 "더구나 대피 과정에서 건강위험요인과 질환의 중증도를 고려하지 못해 6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후쿠시마대학병원에서 사고 당시 환자 치료에 전념했던 아리푸미 하세가와(Arifumi Hasegawa) 교수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라며 논리와 지식, 과학으로도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던 긴박한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이어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재난・재해 대응 의료시스템 ▲피폭과 같은 특수 의료대응시스템 ▲수준 높은 대비 매뉴얼 및 체계 ▲사전・사후 예방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후쿠시마 의과대학 아츠시 쿠마가이(Atsushi Kumagai) 교수는 "의사는 주민 건강을 지키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건강관련 문제가 우려되면 사람들은 의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유심히 본다"면서 "의료진들은 사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기둥이 돼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연구기획부장은 마무리 발제를 통해 "사고 당시 외국 기자들이 후쿠시마가 한국에 있는 줄 알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들썩였다"면서 "국민들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비상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승숙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도 "11월부터 시행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 등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며 실질적인 국가방사선비상진료체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일본의 생생한 경험을 교훈삼아 비상대응체계 확립에 함께 노력해줄 것을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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