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인 1개소법 두고 시선 갈리는 의료계
'과잉 규제' vs '타당한 법 집행'
2014.10.23 07:00 댓글쓰기

최근 의사 1명 당 1개 의료기관만을 설립 가능하도록 규정한 법안(의료법 33조)을 어긴 튼튼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한 수백억 규모 진료비 지급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해당 의료법을 두고 의료계와 치과계 내 찬반 시각이 판이하게 갈려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패소한 튼튼병원의 경우 “의료인에게 단일 의료기관을 설립토록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사유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며 해당 법안의 부당함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튼튼병원은 ▲1인 1개소 의료법 개정 규정이 시행령·시행규칙이 없어 불분명한 점 ▲비의료인이 불법 개설한 사무장병원과는 달리 네트워크병원은 설립 주체가 의사이므로 의료법을 충족시킨 점 ▲튼튼병원은 운영과정에서 국민과 환자 건강 및 보건의료 질서에 어떤 위해(危害)도 가하지 않은 점 등을 주장하며 항소한 상태다.


튼튼병원과 공단 간 소송에서 법원은 “요양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만이 청구, 수령할 수 있다”며 “튼튼병원 등 네트워크병원은 1인 1개소 설립으로 제한한 의료법을 위반했으므로 공단에 급여를 요청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튼튼병원이 제기한 1인 1개소법의 위헌소송 역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각하했다.


이로써 튼튼병원은 이중 개설로 인한 위법으로 128억여원의 요양급여를 환수당할 위기에 처했으며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수십억원대 급여 역시 받지 못하게 됐다.


최종적으로 의사 1명이 병·의원 1곳 만을 설립하게 제한한 의료법이 합법으로 판결나면서 이 법안에 대한 타당성을 두고 의료계 및 치과계가 미묘한 갈등을 보이는 양상이다.


의료면허를 지닌 의사가 다른 의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의료기관을 설립한 뒤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어째서 불법이냐는 시각과 함께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실효성을 갖게 된 의료법을 거스르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란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1인 1개소법의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의료면허를 지닌 의사의 의료행위를 막는 의료법 33조는 과잉규제이자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은 의료법 33조는 지난 2012년 2월 통과돼 8월부터 실효성을 가진 바 있다.


이는 당시 전국적으로 성행했던 척추전문병원 및 성형외과,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병원들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해당돼 법 시행 당시에도 의료계와 치과계 내 분열이 있었다.


당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등은 “의료서비스 질적 성장 등 의료계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의료인 면허를 지닌 의사가 병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대표적인 오너형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 역시 해당 법안과 관련해 위헌 소송 법률 자문을 진행했다.


유디치과 측은 “치과의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입장만을 대변했을 뿐 자율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와 소비자 권익을 무시한 악법”이라면서 “의료산업 활성화, 규제 완화 등 전세계적인 의료계 흐름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1인 1개소법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건강보험공단 측은 “네트워크병원은 사무장병원과 달리 의료인 면허를 보유한 의사, 치과의사 등이 운영하는 것이지만 국내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이라며 “현실적으로도 네트워크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다보니 불필요한 진료를 조장하고 과잉진료를 야기한다”고 피력했다.


공단은 “1인 1개소법은 순기능만을 가진 법안으로 한 명의 의사에게 여러개 병·의원 설립을 허가하게 되면 국민 건강의 질을 하락시킨다”며. “여러개 병원을 운영하려면 법인을 설립해야 개설 가능하다. 개인 의사 1명이 여러개 병의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단 소속 김준래 변호사는 1인 1개소법 관련 튼튼병원 소송에 대해 “네트워크병원, 1인 다개소 설립병원에게 지급됐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환수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최초이자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며 “해당 튼튼병원 사건의 경우 미지급한 의료급여에 대해 공단이 줄 필요 없다는 취지로, 향후 소송 중인 재판과 관련해 적극적 급여 환수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튼튼병원 측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법안이 지난 2012년 8월 이후 발효된 이상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법상 이미 위법인데 일부 의사들 주장에 따라 1인 다(多)개소 설립을 허용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다소 불합리한 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법적으로 위법으로 규정된 사안을 무너뜨려가면서 네트워크병원들에 대한 편의를 봐줄 수는 없으며, 영리를 과다하게 추구하는 1인 다(多)개소 병원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 의료법 개선사항에 대해서도 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쉽사리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정서 상 보건복지산업, 의료산업의 경우 영리 추구 목적 보다는 국민 건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병원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합법화 하는 법안이 대중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준래 변호사는 “한국 의료보험체계는 세계 각국에서 칭찬하고 롤모델로 삼을 만큼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며 “헌데 다개소 설립을 허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국민건강 위주의 의료보험 체계가 영리 추구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위험성을 정부는 물론 대중들이 마냥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1개소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역시 다소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드러냈다. 물론 법안이 효력을 갖게 된 이상 지켜야하는 것은 맞지만, 법안이 지닌 역기능도 눈여겨 보고 향후 개선해 나갈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다.


의협 장성환 법제이사는 “1인 1개소법을 어기면 불법이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쨌든 의사면허를 보유한 의사들이 네트워크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당한 수준의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모든 행위를 무작정 부당하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이사는 “기업형 네트워크병원의 과다한 영리추구나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단순히 의료법 33조를 통해 의사에게 1개의 병의원만을 운영케 강요하는 것은 다소 문제 소지가 있다”며 “비의료인의 불법 사무장병원과 달리 네트워크병원은 의료인이 설립한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현재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튼튼병원 측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문무 조순열 변호사는 “아직 항소 초기 진행 단계라 항소 취지 및 향후 소송을 이어나갈 방향 등을 밝히긴 어렵다. “항소를 제기한 만큼 1인1개소 법안에 대한 문제점 등을 변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